반도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류’로 동작한다. 이 전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흐르고,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반응하는지가 곧 성능을 결정한다.
소자 직무는 이러한 전류의 길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일을 맡는다. 이를 통해 반도체 개발의 출발점에서 제품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뉴스룸은 SK하이닉스 대학생 앰버서더(이수인, 방승현)와 함께 SK하이닉스 백은우 TL(NAND Cell Device팀) 김상덕 TL(NAND CA팀)을 만나, 소자 직무가 현업에서 어떤 업무와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기술적 가치와 인재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자
소자 직무는 메모리 셀과 주변 회로의 전기적 특성을 설계하고,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여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반도체의 기본 단위인 소자는 전류의 흐름, 속도, 전력 소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자 직무는 반도체 개발의 출발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를 건물 시공에 비유하면, 설계도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최적의 재료와 공법을 적용하고,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건물이 온전히 기능하도록 책임지는 일에 가깝다.
이와 같이 소자 직무는 설계와 공정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설계에서 정의한 회로 동작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검토하고, 공정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적 변화를 분석해 보완책을 마련한다. 또한, 문제의 원인이 설계인지 공정인지, 혹은 소자 자체의 물리적 한계인지 등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직무와의 유기적으로 협력하기도 한다.
세부 직무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나뉜다. PI(Process Integration)는 설계와 공정을 연결하며 개발 기준을 수립하고 전체 공정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Device는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개선하고, 스케일링 한계와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CA(Characterization Analysis)는 칩 단위에서 특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며, FA(Failure Analysis)는 불량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TCAD/Modeling*을 통해 소자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하고, 정전기 방전에 대비한 보호 소자(ESD) 개발, 회로 레이아웃 검증(LDR), 장기 신뢰성 평가(Reliability), 차세대 메모리 기술 연구(Revolutionary Memory) 등 다양한 세부 분야가 함께 소자 직무를 뒷받침한다.
* TCAD(Technology Computer-Aided Design)/Modeling: 반도체 소자의 구조와 동작을 컴퓨터로 모사·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법
소자는 이런 인재를 찾는다
소자 엔지니어는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개발되고 양산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직무의 지식을 폭넓게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명확하다. 반도체 물리와 전자기학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기적 데이터를 정밀하게 해석하는 능력과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이 필수다.
또한 소자 엔지니어는 소자의 물성을 기반으로 설계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설계·공정·테스트 조직과 긴밀히 협업해야 하며, 원활한 소통 능력 또한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송상목 TL(Talent Acquisition팀)은 “소자의 미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신뢰성과 수율 확보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차세대 소자 연구와 새로운 공정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소자 엔지니어는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이자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하고 싶다면 소자 직무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백은우 TL: NAND Cell Device 팀에서 3D 낸드 플래시의 성능 향상을 위한 선행 기술 연구와 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 웨이퍼 단계에서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평가·분석하고, 새로운 구조나 재료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적 문제를 해석해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김상덕 TL: 저는 NAND CA팀에서 칩(Chip)의 특성 분석을 담당하며, 이를 통해 수율과 품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칩의 동작을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업무, 그리고 품질 테스트에서 불량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2. 소자 직무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요?
백은우 TL: 소자 직무의 목표는 혁신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덕 TL: 나아가 고성능 소자를 개발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은 필수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합니다.
Q. 현업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백은우 TL: 가장 큰 도전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입니다. 새로운 재료나 구조를 적용하면 예상치 못한 전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TCAD 시뮬레이션과 협업을 통해 불량 메커니즘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한 공정·분석 팀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해 후속 실험을 설계하며, 최신 논문·특허 분석 등 업계 동향 파악을 통해 방향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김상덕 TL: 고성능 제품을 높은 수율로 양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공정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수율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설계·공정 엔지니어들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개선 조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Q. 소자 직무에서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자질이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김상덕 TL: 반도체 물리에 대한 기본 이해는 필수입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성능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려운 개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기와 여러 조직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원팀 스피릿 역시 중요합니다.
백은우 TL: 처음 소자 직무로 입사하게 되면, 소자의 전기적 특성 측정과 분석을 맡으며 실무 툴을 익히고, 점차 복잡한 실험을 담당하면서 데이터 해석 능력을 키워가게 됩니다. 기본 이론 지식부터 실험 배경, 실무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차근차근 습득하며 엔지니어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벅찰 수 있지만 ‘왜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가’라는 목적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며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Q. 소자 직무를 꿈꾸는 예비 지원자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김상덕 TL: 저는 연구실 경험을 통해 소자 직무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는데요. 소자 직무에서 맡고있는 업무들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나아가 연구실 인턴 등 실무에 가까운 경험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본다면 본인과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은우 TL: 하나의 반도체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직무도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기 때문에, 소자뿐 아니라 여러 직무를 폭넓게 탐색해 보길 권합니다. 그중에서도 왜 소자 직무에 도전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확실한 동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