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간 매출액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AI 기술의 확산과 함께 컴퓨팅 패러다임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SK하이닉스는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시장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시가총액 600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성과를 가능하게 한 SK하이닉스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 방향을 살펴보고자 NH투자증권 류영호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기대를 웃돈 실적과 추가 주주환원으로 높아진 시장의 신뢰
2025년 4분기 실적에 대해 류영호 연구위원은 “딱히 흠잡을 데 없이 예상보다 더 긍정적이고 깔끔한 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메모리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4분기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SK하이닉스는 제품 포트폴리오 배분과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오히려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함께 공개된 추가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 소각과 추가 배당을 통해 총 14.3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류영호 연구위원은 “의미 있는 재무 구조 개선 이후 추가 환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더욱 긍정적이며, 향후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단기 실적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에서도 드러나는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
최근 시장에서는 AI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류영호 연구위원은 이러한 우려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메모리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본질적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는 여전히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나 명확한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업들이 AI 투자를 쉽게 멈추기 어려운 이유는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AI 인프라 투자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향후 10년 이상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는 더 이상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그 위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메모리 가격의 상승 폭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중저가 제품 중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류 연구위원은 “AI 패러다임 변화로 메모리 수요가 단일 제품을 넘어 스토리지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산 성능 중심의 경쟁을 넘어, 이제는 워크로드와 기능에 최적화된 메모리 조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추론 시장의 확대와 함께 KV 캐시*에 적합한 eSSD의 중요성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으며,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뿐 아니라 LPDDR 등 저전력 메모리를 병행 활용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용 Agent AI와 같은 신규 응용 분야까지 등장하면서, 메모리 수요는 이미 점차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 KV 캐시(KV Cache): 이전에 쓰인 Key(키)와 Value(값) 벡터를 저장하고 재활용해 이전 계산을 반복하는 비효율성을 줄여주는 기술
압도적인 기술 리더십과 글로벌 협력의 시너지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입니다. HBM 제품을 둘러싼 경쟁 심화에 대해 시장 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류영호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양산 안정성과 수율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뚜렷하며, 이는 곧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NAND 부문에서도 QLC 기반 제품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며, eSSD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았습니다. 메모리 시장이 과거의 범용(Commodity) 제품 중심 구조에서, 고객과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맞춤형(Custom)·지능형 메모리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신제품 개발과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SK하이닉스의 대응 역량은 향후에도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 고객의 요구가 고도화되는 AI 시대에는 단일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산업 전반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류영호 연구위원은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TSMC와의 협력 관계는, 향후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메모리 설루션 개발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로직 다이를 포함한 TSMC와의 첨단 공정 협업이 글로벌 AI 생태계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한 평가로 해석됩니다.
구조적으로 달라진 메모리 사이클과 2026년 시장 전망
류영호 연구위원은 2026년 메모리 시장에 대해 “제한적인 공급 증가 속에서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HBM을 중심으로 연간 계약 물량과 장기 공급 계약(LTA)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과거 대비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하방 리스크가 과거보다 완화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업사이클이 가격 상승 측면에서는 과거와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메모리 시장은 HBM과 같은 계약 기반 물량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고, 공급자 역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FAB Space 부족이라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데이터센터 투자는 과거의 비용 효율화 중심 투자와 달리, 미래 성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해, 전방 기업들의 투자 변동성은 존재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다운사이클의 재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가치 재평가의 조건: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는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류영호 연구위원은 현재 주가가 단순한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와 개선된 재무 건전성에 따른 추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를 함께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의 잣대에서 벗어나, HBM을 비롯한 맞춤형(Custom) 메모리 비중 확대에 따른 수주 산업의 성격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밸류에이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류 연구위원은 시가총액 600조 원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에 좌우되는 사이클 기업이 아니라, 장기 공급 계약과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한 성장 기업으로 인식될 때, 현재의 밸류에이션에서 한 단계 더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본 기사는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회사의 의사결정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개인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