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슈퍼 모멘텀』에 담긴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가 HBM을 통해 AI 시대를 선점하며 ‘슈퍼 모멘텀’을 만들어온 장대한 여정을 살펴보았다[관련기사].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HBM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 이번에는 그 치열했던 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SK하이닉스의 기술 리더십과 전략의 본질은 무엇일까. 뉴스룸은 『슈퍼 모멘텀』 집필진 6인(유민영, 김보미, 김원장, 이인숙, 임수정, 한운희)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에 담지 못한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그들이 꼽은 결정적 순간,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까지 전한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인숙: 『슈퍼 모멘텀』을 출간한 플랫폼9와3/4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는 이인숙입니다. 전에는 신문사에서 15년 동안 기자로 일했고, 청와대의 홍보기획 업무를 맡아 일하기도 했습니다.
김보미: 『슈퍼 모멘텀』을 함께 쓴 플랫폼9와3/4 뉴비즈니스 총괄 김보미입니다. 온드미디어 ‘팸플릿’의 편집장으로 회사 구성원들의 연구 성과물들을 콘텐츠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에는 신문사 기자로 18년 일했습니다.
김원장: 저는 김원장 기자입니다. KBS에서 일하다 지금은 삼프로TV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민영: 플랫폼9와3/4의 대표 유민영입니다. 청와대 춘추관장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기업과 정부 분야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수정: 플랫폼9와3/4의 이사 임수정입니다. 전에는 17년 동안 국회 보좌관, 청와대 홍보기획/디지털소통 행정관으로 일했습니다.
한운희: 언론사에서는 데이터저널리즘과 미디어 실험을, 테크 기업에서는 경영기획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플랫폼9와3/4에서 테크·미디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SK하이닉스의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집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인숙: 『슈퍼 모멘텀』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은 2024년 연말부터입니다. 2020년 설립된 플랫폼9와3/4은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를 위한 CEO 브랜딩, 캠페인 전략, 위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략 컨설팅 회사입니다. 컨설팅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저희 구성원들은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을 공부에 쓰는데, 당대를 움직이는 기업과 리더십 사례에 대해 산업적·서사적으로 연구하고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슈퍼 모멘텀』은 그런 연구가 축적된 시그니처 콘텐츠가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저희가 반년 넘게 SK와 SK하이닉스의 문을 두드렸는데, 그에 응해주셨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최태원 회장님께서 가장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셨을 때는 저희 팀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임수정: 이 프로젝트는 특정 기업의 성공담이라기보다, 시대가 던지는 질문을 따라간 결과에 가깝습니다. AI가 시대적 의제(Agenda)가 된 최근 2~3년 동안 여러 테크·AI 기업의 사례를 들여다보며, AI 시스템의 결정적 병목을 해결할 열쇠를 쥔 SK하이닉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어떻게 AI 혁명을 가능하게 한 HBM 리딩 컴퍼니가 되었을까?’ SK하이닉스의 현재 성과는 이미 충분히 알려졌지만, 그 성과를 가능케 했던 선택과 판단의 과정은 제대로 기록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 치열했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기간에도 SK하이닉스의 놀라운 진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최태원 회장님을 처음 인터뷰했던 날 200조 원대였던 시가총액이, 책 발간 시점에는 약 60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니까요.
한운희: 저는 글로벌 테크 섹터의 흐름을 가장 공들여 팔로우업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글로벌 AI 및 반도체 섹터에서 SK하이닉스가 탑라인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글로벌 AI 칩과 메모리 산업의 핵심 병목 기업이 되었습니다. 상황이 매우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에 이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기록하고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사와 산업사의 중요한 순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핵심 기업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보미: SK하이닉스의 이야기는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사의 굴곡과 성과를 모두 함축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실적만 보고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는 구성원들과 기술의 깊고 긴 내러티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그 시간을 헤쳐 온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김원장: 이 책은 새끼손톱만 한 크기로 지구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어떤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그 기술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해 수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던 부실기업의 구성원들이 눈물로 제품을 만든 뒤, 묵묵히 기회의 시간을 기다려온 여정을 담았습니다. 그들은 기술을 들고 길목에서 바람을 기다렸고, 마침내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유민영: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의 한국 경제는 SK하이닉스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M7(Magnificent 7, 엔비디아 · 마이크로소프트 · 애플 · 알파벳 · 아마존 · 메타 · 테슬라)과 어깨를 견주는 한국 기업입니다. 셋째, SK하이닉스는 매력적인 ‘언더독’ 서사를 가진 기업입니다.
우리는 SK와 SK하이닉스 측에 왜 지금 이 스토리가 기록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객관적 관찰자의 기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끈질기게 설명했습니다. 어렵게 만난 SK그룹 관계자분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용비어천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써주십시오.”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호 공감이 있었기에, 어떤 부담도 없이 사실 그대로를 책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Q3.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 가운데, 특히 드라마틱하다고 느낀 에피소드는 무엇입니까?
김원장: ‘2002년 4월 30일, 당시 하이닉스반도체 이사진 10명은 38억 달러라는 헐값에 메모리 반도체 부문만 가져가겠다는 마이크론의 인수안을 전원 반대로 거부했다.’
김보미: ‘아오지 탄광’ 에피소드가 아닐까 합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HBM2를 ‘실패의 아이콘’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좌절할 수 있는 시기에 완성된 ‘HBM2E’라는 성과물은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엔지니어의 절박함과 집념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 과정에서 과거 동료들과의 일들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취재원분들도 계셔서 무척 뭉클했습니다. 그런 역사가 조직 문화의 토양이 되었고, 지금도 현장에서 작용하며 SK하이닉스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인숙: 포스트 팬데믹 수요 절벽이 만든 7조 7,000억 원의 적자와 챗GPT가 격발한 AI 혁명이 교차하던 그 순간, SK하이닉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닥친 위기는 심각한데 한편에서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을 때, ‘만약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했을까’ 가정해 보기도 했습니다. HBM 개발 스토리의 여러 변곡점 중에서도 청주의 M15를 후공정 팹으로 전환하는 결정과 전사가 달려들어 HBM 수요의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을 실현한 것이 결정적 장면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임수정: 임팩트가 가장 컸던 것은 최태원 회장님이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는 서사입니다.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슈퍼 모멘텀』이 단순한 특정 제품의 성공 스토리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죠. 그리고 AI 산업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HBM과 SK하이닉스가 어떤 위상과 의미를 갖는지 조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시선은 이미 다음 10년의 전장에 가 있었습니다. 이후 AI 인프라를 설계하는 큼직한 행보들을 보며 그 비전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감동적이었던 포인트는 SK하이닉스가 구축한 ‘반도체 언더독 생태계’였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1등 기술’을 목표로 노력했고, 언더독 소부장 동맹으로 MR-MUF* 패키징을 개발하며 HBM2E를 완성했습니다. 잠재력 있는 기업과 기술을 발굴해 소재와 공정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던 장면입니다. SK의 인수 직후인 2012년 투비(To-Be) 전략에 이미 ‘HBM을 핵심 기술로 1등 하겠다’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서는 무릎을 쳤습니다.
*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
한운희: 우선 ‘안타 칠 거 홈런 치자’고 했던 대목입니다. HBM3E 코어다이의 공정 노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수비(1a) 대신 공격(1b)*을 택했습니다. 자칫하면 회사의 명운이 걸린 HBM 비즈니스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선택이었죠. 기술적 확신과 조직 전체의 자신감이 없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의 기술에 대한 집요함과 경영진의 담대한 의사결정이 결합된 SK하이닉스 DNA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 10나노(nm)급 미세공정 기술은 세대순으로 1x->1y->1z->1a->1b->1c(6세대)로 진화함
다음으로는 2022년 2월 미래전략실에서 작성한 ‘HBM 투자수익성 현황’도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있습니다. 기업에 있어 현금은 피와 같아요. 2020년까지 누적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 1,000억 원으로 피 말리는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는 HBM의 투자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황기에도 멈추지 않은 선제적 투자는 지금의 SK하이닉스가 HBM 마켓 리더가 되는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4. SK하이닉스의 현재 위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유민영: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라고 봅니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최태원 리더십’의 요체는, 최 회장님이 생태계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생각근육’이 고도로 발달한, 판을 설계하고 바꾸는 전략가라는 사실입니다.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15년 동안 그에 버금가는 빅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기업의 규모를 키웠습니다. 한편으로 SK그룹 차원의 반도체 핵심 소재 회사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도모했습니다. 그리고 HBM이 AI와 만난 지금은 ‘HBM 삼각동맹’을 설계하고 AI 인프라 시장 전체를 겨냥하며 SK그룹을 AI 컴퍼니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를 보면 톱매니지먼트 영역에서 리더가 키플레이어로서 뛰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임수정: SK하이닉스의 ‘독함 DNA’는 토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업에도 영혼, 스피릿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는 IMF 외환위기의 여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부도 위기와 마이크론에 매각 직전까지 가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채권단 체제 아래 10년을 견뎌내며 살아남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치열함과 독함의 DNA가 내재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투사 같은 투지와 야성을 알아본 최태원 회장님이 인수를 결단하면서 SK하이닉스는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언더독 DNA는 SK그룹의 투자, 전략, 시스템을 만나 비로소 강력한 돌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인숙: SK하이닉스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는 위치에 미리 서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 『슈퍼 모멘텀』의 표지에는 최태원 회장님의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이는 HBM의 성공 이유를 묻는 질문의 답이었습니다. AI 사업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길목에 SK하이닉스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AI 시대가 이토록 빠르게 올 것을 예측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방향성에 맞춰 중단 없이 전진하다 보니 AI가 오는 길목에 서 있을 수 있었고, 빠르게 그 기회를 잡아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보미: 마지막 챕터인 ‘최태원 노트’를 정리하며 기업가의 결정이 갖는 무게와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최 회장님의 말씀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절체절명의 결정적 순간들이 이어졌음을 발견했습니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를 준비하던 시점, 엔지니어 CEO 선임, 반도체 겨울과 현금 흐름이 끊겨 버린 깔딱 고개에서도 이어간 투자, AI 시대에서 고객사와 관계 설정 등이 있겠습니다. 그래서 ‘최태원 노트’의 소제목들을 연결하다 보면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리더의 결정은 단순히 산업과 시장의 판을 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큰 그림이 실행될 수 있도록 내부 조직을 하나로 엮어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현재의 SK하이닉스는 그러한 노력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오랜 시간 길목을 지켜온 성과라고 봅니다.
김원장: HBM2를 실패하고, 아키텍처 설계부터 소자, 공정 그리고 패키지까지 전면 수정을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진 기술진과 경영진의 선택의 그 순간, ‘실패 부검(Post-Mortem)’의 순간.
한운희: 저는 첫째로 기술을 꼽고 싶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받은 명함에는 ‘We Do Technology’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할 당시 핵심 요소 역시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기술 경쟁력’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로 새출발한 이후에도 ‘기술’은 단 한 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적이 없으며, 이는 HBM이라는 최첨단 메모리 전쟁에서 패권을 거머쥐는 결정적 무기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경영진의 결단과 리더십입니다. 기술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 않습니다. 기술을 제품으로 전환하고 최적의 타이밍을 읽어내며, 불확실한 국면에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경영의 영역입니다. 과감하면서도 선제적인 리더십, 그리고 원팀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혁신을 달성한 경영진이 현재 SK하이닉스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확신합니다.
Q5. SK하이닉스가 만든 변화는 한국 경제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요?
김보미: ‘한국 경제에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저희 팀이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질문이에요. 이제는 기업의 결정과 리더십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AI 패권 시대입니다. HBM은 국가의 전략 자산이자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SK하이닉스는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기도 하죠. AI 가속기의 이네이블러(조력자)인 HBM은 한국의 전략 자산으로서 AI 생태계 설계의 발언권을 부여하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가 AMD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인 만큼, 더욱 큰 기술적 오너십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김원장: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그동안 한국의 수출을 이끌어온 주요 성장 동력들이 점차 식어가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국내 투자 여력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기록되며 서서히 소멸 중이고요.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거대한 기술대국으로 성장하며 거의 모든 업종에서 한국을 위협하죠.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SK하이닉스가 AI 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 인간의 뇌 속 뉴런(Neuron)과도 같은 기술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혁신을 기반으로 AI 생태계에서 한국 리딩 산업의 재구성이 모색됩니다. 주저앉고 있던 한국 경제에 기회가 생겼습니다. SK하이닉스는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한운희: 하나의 산업에서 병목(Bottleneck)을 쥐는 것만큼 강력한 지위는 드물죠. 그리고 마침내 그 병목을 쥐는 기업이 한국에서 탄생했습니다. ‘만년 2위’ 기업이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 병목을 장악했습니다. 집요하게 기술을 축적하고 긴 호흡으로 투자한다면 산업의 질서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에 보여줬습니다.
Q6.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김보미: ‘언더독 SK하이닉스의 피, 땀, 칩(Chip)의 기록.’
한때 마이크론에 매각될 뻔하고, 문을 닫을 뻔하기도 했던 SK하이닉스가, AI 시스템의 병목을 해결한 유일한(One and Only) 기업이 되기까지 사람과 기업, 기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무(無)에서 시작한 원천 기술을 20년에 걸쳐 쌓아 올린 ‘독한 기술 기업의 성공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김원장: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길목에서 기다린 사람들의 이야기.
한운희: ‘한때 주당 135원까지 내려갔던 동전주 기업이 어떻게 시총 600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도약했는가?’
자본시장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결국 자신이 창출한 가치로 설명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가 그 가치를 만들어온 여정이 이 책의 중요한 서사입니다.
Q7.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가요? 그리고 독자들이 책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나요?
이인숙: 이 책은 다양한 독자층에게 각기 다른 이유로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혁신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연구하는 일에 관여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은 이 책에 담긴 리더십과 전략을 눈여겨보실 것 같습니다. SK하이닉스의 사례는 패권의 시대에 어떻게 돌파력을 만들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또한, AI·반도체·테크 영역의 종사자라면 기술이 살아남고 축적되는 치열한 과정에 깊은 흥미를 느끼실 것입니다. AI 산업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투자자나 산업 분석가에게도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며, 콘텐츠 제작자와 스토리텔러들에게는 기업의 서사를 발굴하고 구성하는 방식에서 참고할만한 케이스북이 될 것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운희: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책은 한 권이지만, 스펙트럼은 매우 입체적입니다. 읽는 이에 따라 기업 발전사나 기술 발전사로 볼 수도 있고, 경영 전략서나 산업 전망서, 혹은 투자 분석서나 취업 준비서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최소한 하나 이상의 가치를 반드시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김원장: 기술 엔지니어에서 자본시장의 투자자들,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임수정: SK하이닉스가 증명한 집념과 전략의 승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험가와 도전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합니다. 기업가들은 매일 창업가, 혁신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현재 SK하이닉스가 구가하는 성과 뒤에 있었던 의지, 판단, 결정, 그리고 실행의 과정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김보미: SK하이닉스가 어떤 기업인지, 시대를 바꾸는 AI가 어떤 기술인지 알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합니다. 『슈퍼 모멘텀』 표지 앞면과 뒷면에는 AI 데이터 병목을 해결한 HBM이 실물 크기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 작은 크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기술의 집약도를 생생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책 옆면(책입)과 책등에는 HBM4의 ‘16단 적층’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이 작은 단면에 16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 신호를 전송한다는 사실을 상상해 보시면, AI 기술의 고도화 수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덧붙여 『슈퍼 모멘텀』과 HBM은 운명이 아닐까 싶었던 소소한 디자인 에피소드도 SK하이닉스 뉴스룸을 통해 공유드려요. 책입 16단 디자인을 위해 (맨 뒤 삽지 2장 제외하고) 총 256페이지 중 16페이지마다 검정 테두리를 넣어 시각적으로 16단을 표현했는데, 마침 챕터를 구분하기 위해 넣었던 검정 페이지가 16배수로 우연히 맞아져 떨어져 테두리를 일부러 넣을 필요 없는 페이지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운명 아닌가요?
유민영: 격변하는 기술 패권의 시간입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다투는 전장에서 한국은 설 자리를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한 기업이 치러낸 치열한 전투사입니다. 독자분들에게 한국의 전략 자산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 기업의 존재가 또렷하게 각인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자부심이 함께 남기를 바랍니다.

▲ 플랫폼9와3/4에서 발행한 『슈퍼 모멘텀(SUPER MOMENT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