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의 끝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실제 고객 시스템에서 설계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검증하고, 최적의 성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반도체 제품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과정을 책임지는 직무가 바로 AE(Application Engineering)다.
뉴스룸은 대학생 앰버서더(이유림, 김경태)와 함께 김혜원, 길은우 TL(DRAM AE)을 만나, 반도체가 실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AE가 맡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실장평가를 통해 제품의 신뢰도와 완성도를 높인다, AE
AE는 개발 단계의 반도체 제품이 실제 기기 환경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직무다. 다양한 물리적 조건에서 성능을 평가하고, 테스트 중 발생하는 불량의 원인을 규명해 개선함으로써 제품의 신뢰도와 완성도를 높인다.
이 과정의 핵심은 ‘실장평가’다. 실장평가란 제품을 고객 시스템 환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에서 장착(실장)해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절차로, 개발 단계에서 설계한 스펙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평가 환경이 고객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AE 엔지니어들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다. 이러한 점에서 AE는 고객 맞춤형 기술 대응을 주도하며, 회사의 최전선에서 제품과 고객을 잇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한다 할 수 있다.
AE의 세부 직무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컴퓨터, 모바일, 그래픽카드 등 다양한 고객 시스템 환경에서 메모리의 동작을 검증하는 ‘메모리 제품 개발’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가 실제 응용 환경에서 기대한 성능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또한 해외 법인 및 고객사와 협업해 제품 인증을 지원하며, 모듈 PCB* 분석과 부품 소자 개발 등을 통해 고객 시스템에 최적화된 제품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 PCB(Printed Circuit Board): 전자 부품을 기계적으로 지지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회로 기판으로, 반도체 모듈의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둘째는 ‘응용 Solution 개발’이다. 해당 직무에서는 자사 메모리의 검증과 분석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테스트 환경을 직접 개발하며, 이를 위해 펌웨어(Firmware)*, 기본입출력시스템(BIOS)*, 테스트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FPGA*나 컨트롤러 등을 활용한 하드웨어 설루션을 구축한다. 또한 차세대 제품의 설루션 개발과 시스템 구조·전력·성능 분석을 수행해, 제품이 다양한 고객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펌웨어(Firmware): 하드웨어 내부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로, 장비의 기본 기능을 제어하거나 시스템 동작을 지원
* 기본입출력시스템(BIOS, Basic Input/Output System): 컴퓨터가 부팅될 때 하드웨어를 초기화하고 운영체제(OS)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
*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사용자가 직접 회로를 설계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로, 새로운 제품 테스트나 설루션 검증 과정에서 다양한 조건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
AE는 이런 인재를 찾는다

▲ (왼쪽부터) 실장기 구조를 분석하고 있는 김혜원, 길은우 TL, 김경태, 이유림 앰버서더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하고 제조한 반도체 제품이라도, 실제 고객 시스템이나 실장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E는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직무로 평가받는다.
또한 제품의 응용처가 다양해지고 고객의 요구가 세분화되면서, AE의 역할도 고객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설루션을 주도하는 직무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AE 엔지니어들에게는 반도체 구조와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프로그래밍 역량과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도 요구된다.
반도체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까지 폭넓은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불량이나 품질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각 분야 전문가와 긴밀히 협업해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높은 책임감,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SK하이닉스 송상목 TL(Talent Acquisition 팀)은 “산업 전반의 트렌드에 따라 모바일, 서버, AI, 메모리 등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의 성능을 실제 사용 환경에 최적화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AE는 단순히 제품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각 응용 환경(Application Condition)에 맞춘 최적화를 주도함으로써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적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모두 경험하며 폭넓게 성장할 수 있는 AE 업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혜원 TL: 저는 DRAM AE 조직에서 GDDR 제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DDR7은 세계 최초로 PAM3* 신호 방식을 적용한 제품으로, 이전 세대인 GDDR6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진 만큼, 작은 조건 변화에도 민감합니다. 저는 이러한 까다로운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전압과 타이밍 등 다양한 파라미터를 조율하며, 고객사와 협업해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 PAM3(Pulse Amplitude Modulation 3-level): 3단계 전압 신호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2단계 신호(NRZ) 대비 전송 효율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임
길은우 TL: 저는 DRAM AE 조직에서 CXL* 설루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XL 설루션은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로, 기존의 D램 모듈과는 구조와 동작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CXL 설루션이 다양한 서버 시스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개발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CXL(Compute Express Link):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CPU/GPU,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대용량, 초고속 연산을 지원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존 메모리 모듈에 CXL을 적용하면 용량을 10배 이상 확장할 수 있음
Q. AE 직무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김혜원 TL: AE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실장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검증하고, 문제를 발견·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AE 엔지니어들은 고객사 엔지니어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는데요. 테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결과를 공유하고 다각도로 개선점을 논의합니다. 필요할 경우 고객사 현장에 직접 방문해 평가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길은우 TL: AE의 핵심은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메모리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여 최적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AE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메모리 불량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진정한 의미의 1등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AE 직무에서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자질이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김혜원 TL: AE 엔지니어는 실장평가를 수행하는 만큼,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회로, 신호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는 만큼, 논리적 사고력, 데이터 분석력 등과 함께 협업 능력도 중요합니다.
특히 그래픽 제품을 담당하는 AE 엔지니어의 경우 고성능 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GPU 시장의 빠른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GDDR 제품은 출시 주기가 짧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시장 흐름을 꾸준히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길은우 TL: 앞서 말했듯, AE 엔지니어는 고객의 실제 시스템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또한 ‘왜 이런 불량이 생겼을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와 같이 끊임 없이 궁금해하고 탐구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모듈과 구조가 계속 등장하기에, 이러한 호기심이 결국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AE 직무를 꿈꾸는 예비 지원자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김혜원 TL: AE는 단순히 메모리 단품만 보는 직무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와 다양한 응용 환경, 시장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반도체 관련 전공 지식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래밍 능력과 데이터 분석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도 현업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길은우 TL: 공대생이라면 졸업 프로젝트나 실험 과제 중 ‘애정을 가지고 몰입했던 프로젝트’를 꼭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현업에서 수행하는 디바이스 개발 및 검증 과정도 결국 그와 같은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본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AE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