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해 ‘원팀 스피릿’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제조·생산, 사업·전략, 그리고 인사·법무·물류·건설·환경 등 지원·인프라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뉴스룸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히든닉스] 시리즈에서는 글로벌 AI 메모리 1위 달성에 기여한 숨은 부서를 소개합니다. 5편에서는 회사의 모든 공정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조직, FAB제조자동화 팀을 만났습니다.
Chapter 1. 이제는 미룰 수 없어요

“HBM 제조 자동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거 같아요.”
제조 조직에선 점점 늘어나는 HBM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거 같다고 했다. 늘어나는 판매량에 조짐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HBM 제조 자동화 논의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이번 상황은 달랐다.
2023년 7월, 그렇게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HBM 생산량 증대를 위한 장대한 프로젝트가 마침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프로젝트의 키는 FAB제조자동화 팀이 잡았다. 그리고 함께 프로세스를 구축할 12개 팀이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프로젝트가 넘을 첫 번째 산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가 어느 역할을 맡고, 어느 선까지 책임지고 진행하느냐’
R&R(Roles And Responsibilities) 조율부터 난항이었다. 회의는 늘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났다.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이후로도 숱한 회의를 거쳤고, R&R은 FAB제조자동화 팀이 만든 구조 안에서 자연스레 정리됐다. 그제야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거 같았다. 하지만 팀이 마주한 두 번째 산은 예상보다 높았다.
‘HBM처럼 복잡한 운영 체계를 한 번에 자동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리였을지 모른다.’
팀원들은 생각했다. 온갖 오류가 쏟아지는 가운데, 고객별(Customer)로 LOT*을 분기하는 구간에서 특히 난항을 겪었다. 이 밖에도 해결해야 할 난제는 쌓이고 쌓여 갔다. 수많은 팀원이 시스템 구축에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그러는 사이 목표로 잡았던 개발 기간은 훌쩍 넘긴 터였다. 애초에 두 세달 만에 끝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 번 적층하는 HBM의 운영 방법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HBM 자동 분기 기능을 빠르게 만들고, 주요 기능인 타깃*, 큐타임*을 스택* 단위까지 구분하고, 고객이 원하는 생산량을 조절하며 제때 팹아웃* 하도록 개발하면…”
그렇게 1년 여의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2024년 가을의 문턱에서 팀원들은 마지막 테스트 과정을 마무리했다.
“HBM 분기 공정 이동·백업 시스템 100% 구축 완료.”
HBM 생산 목표를 100% 달성하는 데 기여한 팀의 역사적 성과가 또 하나 탄생한 순간이었다.
* 타깃(Target): 고객이 요청한 생산 목표나 완료 시점
* 큐타임(Q-Time): 공정과 공정 사이에 허용되는 최대 대기 시간
* 스택(Stack): HBM을 이루는 칩들이 쌓인 층 구조. 예컨대 12Hi, 16Hi는 각각 12단, 16단으로 쌓인 HBM 구조를 의미
* 팹아웃(Fab Out): 웨이퍼가 팹 안에서의 모든 제조 공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패키징, 테스트 등)로 넘어가는 시점
HBM 프로젝트는 FAB제조자동화 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성과이자, 안성훈 팀장이 손꼽는 공적이다. 최근엔 그 공로를 인정받아 ‘SKMS 실천상*’을 받기도 했다. HBM 운영에 스케줄링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팹(Fab)과 P&T(패키징 & 테스트) 간 생산 연계를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이 팀은 SK하이닉스 내 모든 팹을 자동화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팀원들은 그 역할을 심장에 비유하곤 한다.
“대부분의 칩은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요. 팹에 24시간 멈추지 않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우리 팀은 심장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Chapter 2. 자동화의 마법사
이 ‘심장’이 멈추지 않기 위해선 정밀한 시스템과 일관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제조 업무를 ‘표준화’하며, ‘시스템화’하는 조직이 바로 FAB제조자동화 팀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개별 조직에서 각기 진행하던 자동화 업무를 일원화하고자 이 조직을 신설했다.
안 팀장에 따르면 업무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생산 개선 ▲제약 개선 ▲단계적 개선이다.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시급한 업무를 선정해 시스템을 개선하고(생산 개선), 생산 흐름을 방해하는 문제를 해결해 효율을 높이며(제약 개선), 자동화를 향해 시스템을 발전시키는(단계적 개선) 업무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큐타임을 관리해 큐오버*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죠. 기준 시간을 초과한 LOT은 폐기되어 손해가 발생하니까요. LOT 우선순위를 효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도 저희 몫입니다. 또한, Autonomous Fab* 달성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DT 및 제조 조직과 협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 Autonomous Fab: AI, Digital Twin, 로봇 등의 기술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반도체 공장
불합리한 공정을 개선하고, 없던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팀은 스스로를 ‘자동화의 마법사’라고 부른다. 오정훈 TL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난 2023년 HBM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당시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스케줄링과 모니터링, P&T 연계 등의 시스템이 전무한 환경에서 당사 최초로 ‘HBM 분기 공정 이동·백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HBM 생산 목표를 100% 달성하는 데 기여한 프로젝트라서 더욱더 뜻깊게 생각합니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은 물론 기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업무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관련해 김태희 TL은 큐타임 관리에 ‘진도 관리’ 기능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한 경험을 떠올렸다.

“올해 9월, 기존 큐타임 관리에 지능형 스케줄링*을 적용했습니다. 진도 관리 기능을 더한 것이 특징인데요. 덕분에 LOT이 구간별로 얼마나 쌓여 있는지, 병목 현상은 없는지 파악하고, 생산 흐름을 조정하는 등 목표 달성률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죠.”
이처럼 FAB제조자동화 팀은 매년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 및 추진하며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있다. 안 팀장은 이 기조를 유지하며 Autonomous Fab을 향해 달려 나간다는 목표다.
“우리 팀은 ‘Autonomous Fab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앞으로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팀의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Chapter 3. 정확성과 데이터
한편, 안 팀장은 자동화율을 높이면서도 항상 ‘정확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 변화가 많은 팹에서 불량을 줄이려면 정확성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스템 적용은 확실하게, 검증과 결과는 정확하게’를 핵심 가치로 삼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오정훈 TL은 또 다른 핵심 가치로 ‘데이터’를 꼽았다. 데이터는 정확성을 높이는 근거이기에 이는 곧 안 팀장이 말하는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관련해 오 TL은 “데이터에 기반해 시스템을 분석·검증하고, 제조 운영 및 최적화를 추진하고자 팀의 역량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팀장은 원팀을 강조하기도 했다. 타 조직과의 협업이 잦은 팀의 특성상, ‘원팀 스피릿(One Team Spirit)’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다.
“팀워크 향상을 위해 이천·청주 캠퍼스 근무자가 한데 뒤섞여 과제를 수행하는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원팀 스피릿을 함양하고, 높아진 팀워크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실력과 원팀 스피릿을 두루 갖춘 팀은 ‘SKMS 실천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받은 HBM 관련 이력 외에도 수많은 수상 이력이 팀 역량을 대변한다. 특히 유기원 TL은 ‘One Fab, One Team을 위한 One OIP 구축(2024)’을 가장 의미 있는 수상으로 기억한다.
“이 프로젝트는 팹별로 운영하던 생산 체계를 하나로 묶은 계기가 되었죠. 매일 모든 팀원이 미팅에 참여해 가장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고민하고, 수많은 개선 패치를 통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던 사례여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FAB제조자동화 팀의 도전과 성취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안 팀장은 AI 기반의 제조 자동화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 FAB제조자동화 팀은 AI 기반 제조 환경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의 미래를 이끄는 기술 혁신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