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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닉스 3편] 글로벌 무역의 시작과 끝, 그 길을 지키는 사람들 ‘통관 팀’

SK하이닉스 통관 팀은 수출입 물품의 적기 통관과 법규 준수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AEO 최고 등급 유지와 시스템 고도화로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 비전을 지원합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해 ‘원팀 스피릿’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제조·생산, 사업·전략, 그리고 인사·법무·물류·건설·환경 등 지원·인프라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뉴스룸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히든닉스] 시리즈에서는 글로벌 AI 메모리 1위 달성에 기여한 숨은 부서를 소개합니다. 3편에서는 글로벌 무역의 시작과 끝, 그 길을 지키는 통관 팀을 만났습니다.

Chapter 1. 이 가격으로는 못 들여옵니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연료를 수입해야 합니다.”

처음 그 미션을 들었을 때 통관 팀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전력 공급 용도로 검토된 새 연료는 반도체 업계 최초이자 창사 이래 처음 수입하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낯설고 어려운 과제들은 끝없이 밀려왔고, 책상 위에는 검토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게 수개월, 통관 팀은 밤낮 없이 자료를 들여다보며 하나씩 실타래를 풀었다. 초기 업무는 예상외로 수월하게 풀렸다. 법령을 맞춰보고 통관 절차를 세팅하는 동안 과제들은 걸림돌 없이 처리됐다. 그 사이 처음의 긴장은 서서히 옅어지는 듯했다.

“잠깐만, 이 금액 다시 봐야겠는데요?”

그때였다. 서류를 훑어보던 팀원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타사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드러났다. 당초 계획대로 과세가격을 산출하면 세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보다 합리적인 관점의 분석이 필요했다.

‘적정선의 과세가격을 다시 맞춰야 한다.’

순조롭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운 긴장감에 휩싸였다. 프로젝트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순간이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해법은 과세가격 사전합의 제도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긴 협상의 시작을 의미했다. 팀은 관세청, 서울세관과 수차례 마주 앉아야 했고, 숫자 하나에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 기준으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새 계산 방식을 제안하겠습니다.”

금액을 제시할 때마다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해졌다. 대화는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설득의 과정으로 변해 있었다. 팀원들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항목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가격 데이터 분석과 검증을 통해 돌파구를 열어갔다.

협상은 1년 6개월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마침내 새 연료의 과세가격 산출이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이다. 장장 2년여에 걸친 프로젝트, 그 끝에서 팀이 남긴 건 단순한 신고서 한 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관 리스크를 끈질긴 검토와 협상으로 돌파해 낸 값진 기록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뷰는 조동혁 TL이 꺼낸 일화로 시작했다. 조 TL은 지난 연료 수입 업무를 두고 “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프로젝트였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통관 팀은 회사로 드나드는 모든 수출입 물품을 관리하고 리스크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관세법, 대외무역법, 외국환거래법 등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팀원들은 모두 법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으며, 한 팀 안에서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팀을 이끌어온 박기준 팀장은 “수출입 양 방면에서 회사의 관문 역할을 한다”고 소개를 덧붙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Chapter 2. 수천억 연구·제조 장비부터 유지보수용 부품까지

“통관은 관세청을 통해 상품이 공식적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 실물과 서류를 확인하고 현지 및 국제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업무입니다. 우리 팀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신고와 관세 납부 등을 진행하며, 수출입 리스크도 예방하고 있죠. 모든 것은 법규를 기반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해외를 드나들 때, 국경 문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돕는 조직. 박 팀장이 말하는 통관 팀이다. 그중에는 국내 최초로 들여온 원부자재도 있고, 수천억 원을 훌쩍 넘는 장비도 있다. 유지보수에 쓰이는 부품 하나조차 통관 팀의 손을 거친다. 이처럼 원부자재, 장비 등을 제때 수입해 공정이 멈추지 않도록 하고, 제품 수출입 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팀의 주요 업무다. 이 밖에도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 인증으로 통관 절차를 줄이고, 수출품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임무 또한 맡고 있다.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빠르게 수출입 할 일이 잦다 보니, 급박한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부지기수다. 조동혁 TL은 방열 소재인 EMC* 수입을 떠올렸다. 지난해부터 조 TL을 마음 졸이게 한 품목이다.

*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관세청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공인한 기업에 신속 통관 등 무역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
* EMC(Epoxy Molding Compound): 수분, 열, 충격, 전하 등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밀봉해 보호하고 열을 방출하는 통로 역할도 하는 반도체 후공정 필수 재료

“EMC는 패키징 단계에서 쓰는 중요한 방열 소재인데요. HBM 생산량이 늘면서 이 소재를 긴급히 수급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특히 휴일에는 통관이 진행되지 않기에 품목, 입항일자 등을 빠르게 체크하고 세관과 미리 협의하는 등 사전 조치가 필요했죠. 지금은 체계를 잡아 놔서 익숙해졌지만, 당시엔 외줄 타듯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출입 업무를 적기에 완수하는 비결은 도착전수입신고 제도*와 사후신고 제도*, 그리고 보세공장 제도에 있다. 그중 보세공장 제도는 관세·부가가치세 등을 보류한 상태로 해외 원재료를 들여와, 회사(보세구역, 보세공장)에서 제조·가공한 후 세금 납부 없이 바로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김대희 TL은 “통관 절차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 도착전수입신고 제도: 수입품(장비 등)이 공항에서 회사(보세구역)로 이동하는 동안 수입 통관 절차를 마치는 것
* 사후신고 제도: 원자재를 수입 즉시 생산 라인에 투입하고, 수입 통관은 이후 진행하는 것

“보세공장은 복잡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세 부담을 줄여, 제조 업체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가공 무역을 활성화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기도 하죠. SK하이닉스의 많은 반도체 제품이 이 제도를 통해 해외로 수출되고 있어요.”

박 팀장 또한 보세공장의 중요성에 관해 덧붙였다. 그는 “2024년 기준으로 보세공장을 통해 178억 원의 관세, 1조 482억 원의 부가세 유보 효과를 거뒀다”고 거들며 “보세공장 운영 또한 통관 팀의 핵심 업무”라고 밝혔다.

Chapter 3. ‘적기’에 ‘적법’한 제품을

이 가운데 팀에서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단연 ‘적기’와 ‘적법’이다. 김대희 TL은 “회사 공급망과 제품의 대외 신뢰도 높이는 핵심 축”으로 표현할 만큼 두 가지를 강조했다.

“통관의 본질은 적시에 화물을 지원하고, 규정 준수(Compliance)를 통해 법적 이슈를 최소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완성하고, 제품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죠. 국제 무역에서의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습니다.”

M16 팹(FAB) 장비 및 원자재 반입 때도 통관 팀의 적기, 적법한 일 처리는 빛났다.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김정희 TL은 5년 전 기억을 꺼냈다.

“M16 준공 즈음해 생산 장비와 원자재가 집중적으로 들어왔는데요. 반입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전체 일정이 흔들리고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세관과 특별팀(Task Force, TF)을 꾸려 도착 즉시 통관될 수 있도록 대응했고, 단 한 건도 지연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팀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통관을 적기에 적법하게 처리했기에 M16 조기 가동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한편, 박 팀장은 수출입 지연을 최소화하고 규정 준수 환경을 조성하고자,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관세청 전산과 연계한 24시간 자가수출통관시스템이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통관 포털(Portal)’도 구축하고 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전의 방식으로는 효율적인 통관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할 조직이 늘어나는 등 물리적 한계도 있기에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죠. 통관 팀은 이에 대응함과 동시에 모든 현장에서 스스로 법규를 준수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통관 Portal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또한, 각 팀에서 수출입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통관 가이던스(Guidance)도 제작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AEO 심사에서 최고 등급(AAA)을 갱신하는 등 이뤄야 할 과제도 많다. AAA 등급 획득 시 수출입 신고 과정에서 ▲관련 서류 제출 간소화 ▲선별검사 면제(100%) ▲기업 및 기획심사 면제 등의 혜택이 따른다. SK하이닉스는 3연속 AAA 등급을 유지 중이며, 오는 2026년 4연속에 도전한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김정희 TL은 “통관 절차를 줄여 국제적 신뢰도를 높여주는 AEO는 꼭 필요한 인증”이라며 “반드시 최고 등급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박기준 팀장 또한 AEO 최고 등급 유지를 비롯해 적기 적법한 통관 업무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원자재와 장비, 완제품이 제때 국경을 넘지 못하면 생산 차질은 물론 고객사 납기, 글로벌 도약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팀은 적기 통관과 철저한 법규 준수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통관 팀은 AEO 최고 등급을 기반으로 국제적 신뢰를 쌓으며,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라는 회사의 비전을 뒷받침하는 데,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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