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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닉스 1편] 공정과 건축 사이, 팹 짓는 전문가들 ‘건설건축 팀’

SK하이닉스 건설건축 팀은 팹(FAB) 등 핵심 시설을 시공하며 AI 메모리 1위 도약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며, 팀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밀한 공사 수행에 힘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해 ‘원팀 스피릿’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제조·생산, 사업·전략, 그리고 인사·법무·물류·건설·환경 등 지원·인프라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뉴스룸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히든닉스] 시리즈에서는 글로벌 AI 메모리 1위 달성에 기여한 숨은 부서를 소개합니다. 1편에서는 회사의 모든 제품이 태어나는 기반, 팹(FAB)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설건축 팀을 만났습니다.

Chapter 1. 타일 한 장이 공정을 멈춘다

▲ 주요 팹이 위치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2016년 12월 8일 아침, 모든 것을 흔든 것은 한 통의 문자였다. 평온했던 사무실의 공기를 가르는 알림음 그리고 눈에 들어온 글자.

“M10X 사무동 6층 화장실 타일 전체 크랙* 발생”

* 크랙(Crack): 콘크리트나 마감재 같은 구조물 표면에 생기는 균열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단순한 하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몸은 이미 계단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현장으로 가야 한다. 엘리베이터 따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던 그 순간, 연달아 두 번째, 세 번째 알림음이 울렸다.

“M10X 사무동 바닥 균열 발생 신고”
“M10X 사무동 창문 크랙 신고”

그리고 이어진 하나의 메시지.

“M10A, M10X 사이 건물 전체 균열 발생 신고”

머리가 하얘졌다. 건물 전체가 위험하다. 누군가는 “1층 바닥도 부풀어 올랐다더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사무실 유리창에 금이 갔다”고 했다. 불안은 삽시간에 소문이 되어 번져나갔다.

“건물 전체가 세로로 갈라졌어요!”

사람들은 책상을 박차고 빠져나갔다. 계단으로, 비상구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으로 수백 명이 쏟아져 나왔다. 건물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 정말 균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창문은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부사장, SHE 담당, 외부 전문 기관 관계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모든 것이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소동 끝에 내려진 결론은 허무할 만큼 단순했다. 타일의 부풀어오름은 공사 후 흔히 일어나는 ‘블로업*’ 현상. 외벽의 균열은 단순한 빗물 자국. 구조안전진단 결과, 건물에는 단 하나의 문제도 없었다.

* 블로업(Blow Up): 콘크리트 슬래브가 팽창하면서 인접한 슬래브와 맞부딪혀 들뜨거나 솟아오르는 현상

사람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지만, 그날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작은 타일 하나의 들뜸이 이렇게나 큰 파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그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서 ‘작은 것이 곧, 안전의 시작’이라고 속삭인다.

SK하이닉스 홍현석 팀장은 10여 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팀 소개를 대신했다. 홍 팀장이 이끄는 ‘건설건축 팀’은 SK하이닉스의 생산 및 부속시설 건축을 맡고 있다. 공정별 특성을 고려해 팹을 짓고, 작은 균열 하나 놓치지 않고 살피는 이들. 타일 한 장 때문에 공정이 멈출 수 있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공정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구성원들은 건축은 물론 공정 지식까지 총동원해 작업에 임한다.

홍 팀장은 “건축과 공정 모두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있기에 세계 1위 AI 메모리도 존재할 수 있었다”며 건설건축 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Chapter 2. 건축과 공정을 이해한다

“그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데요. M14, M15, M15X, M16, 청주 수펙스센터, 이천 기숙사, 행복모아 제빵공장 그리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어느 것 하나 건설 조직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죠.”

홍 팀장의 말처럼 SK하이닉스 구성원, 입주 관계사가 땀 흘려 일하는 일터와 쉼터는 모두 건설건축 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이들의 일은 회사 내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 특히 설계, 설비, 전기/UT, 사업관리를 비롯해 CPR, 물리보안, 환경, 안전지원 등 여러 팀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구체적인 업무는 설계 검토, 자재 발주, 시공 관리를 통해 건물의 뼈대를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팹(FAB), 지원설비(CUB), 폐수처리장(WWT) 등의 생산 시설과 각종 지원 시설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팹 시공은 팀이 맡은 핵심 업무 중 하나다. 팹은 일반 건축과는 달라, 보다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문춘수 TL(청주 PJT)은 가장 큰 차별점으로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꼽으며, M11을 떠올렸다. 시간은 약 17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M11 시공 당시 낸드(NAND Flash) 제품을 가능한 빠르게 주요 고객사에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클린룸* 시공에 들어가야 했죠. 개인적으로 패스트 트랙이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패스트 트랙이란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설계도서가 일부 마무리되자마자 시공을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죠.”

* 클린룸(Clean Room, C/R): 공기 중 먼지, 화학 입자 같은 오염 물질을 엄격히 관리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공간. 반도체 등 초정밀 작업이 필요한 산업에서 쓰임

반도체 기업은 생산 장비 배치와 전기·케미칼∙가스·배관 공급 체계가 바뀌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 공법으로 팹을 짓는다. 적기에 공사를 마쳐 고객의 니즈를 만족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 또한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문 TL은 “패스트 트랙 덕분에 M11을 10개월 만에 완공하고, 클린룸을 가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팹의 경우 공정별 특성에 맞춘 특별 공법도 활용한다. 이들이 반도체 공정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는 배경이다. 예컨대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공정에는 극도로 작은 진동까지 최소화한 ‘미진동’ 환경으로 시공한다. 팹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내 원전 수준의 내진 설계를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해지 TL(청주 PJT)은 ‘장경간 합성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청주 M15X에 처음 적용한 공법이다.

“팹 공사에는 중요한 요소가 많은데, 클린룸을 빠르게 오픈하는 것도 그중 하나예요. 패스트 트랙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있죠. M15X에 적용된 사례로는 ‘장경간 합성보’가 있어요. 이런 사례가 보여주듯 팹 시공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데요. 우리 팀은 고효율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Chapter 3. 안전 그리고 원팀 스피릿

건설건축 팀이 전략공기 달성, 팹 시공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바로 ‘안전’이다. 모든 건설 프로젝트는 S, Q, C, D, E*를 핵심으로 삼는데, 홍 팀장은 “안전이 무너지면 어떠한 가치도 의미를 잃는다”며 안전을 강조했다. 특히 ‘타일 한 장 때문에 공정이 멈출 뻔했던’ 지난 M10X 사건 이후 작은 요소까지도 두루 살피게 되었다는 그다. “안전하게, 고품질로, 경제성 있게, 적기에 건설함으로써 제조 경쟁력을 갖춘 팹을 완성한다”는 홍 팀장에게 안전은 늘 최우선이다.

* S, Q, C, D, E: Safety(안전), Quality(품질), Cost(비용), Delivery(납기), Efficiency(효율)

이처럼 건축, 공정에서 두루 전문성을 갖추고, 흔들림 없는 가치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건설건축 팀은 능력만큼 성과도 탁월하다. 팀원들은 무엇보다 ‘중대재해 사고 Zero 달성’을 꼽는다. M15, M16은 물론 최근의 프로젝트에서 모두 중대재해 사고 Zero를 이뤘다. 한편, 이성민 TL(청주 PJT)은 지난 2021년을 회상하며 SKMS실천상 수상 경험을 슬며시 꺼냈다.

“4년 전 행복모아 행복만빵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일이에요.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근무 환경과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여 설계하고 시공했죠.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으로 확진자 없이 완공한 경험이 있는데요. 훗날 사업장에서 방문했을 때, 행복하게 근무하는 분들의 표정을 보고 굉장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SKMS 실천상도 받아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 입사한 오승현 TL(용인 PJT)은 “실제로 사내 행사에서 상을 휩쓸 만큼 수상자가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며 남다른 수상 이력을 뽐냈다. 오 TL이 자랑하고 싶은 또 하나는 ‘팀워크’다. 그는 “올해 처음 참여했던 워크숍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원팀의 가치를 몸으로 느꼈던 순간이다.

“이천, 청주, 용인으로 흩어진 팀원들은 서로 마주할 기회가 적어요. 그런데 팀에서는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선배와 소통하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워크샵은 홍 팀장이 원팀 스피릿을 실천하고자 심은 문화다. 특성상 소통과 단합이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팀에선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연다. 단순히 친목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각 현장의 이슈(Trouble Error Report)는 이곳에서 공유되며, 최적의 시공을 위한 학습(Lesson Learn)도 진행된다.

이처럼 원팀 마인드로 함께 성장하며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조직, 그래서 홍 팀장은 건설건축 팀을 신화 창조에 빗대곤 한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반도체 팹을 짓고, 지속 가능한 신화를 창조한다’는 의미다. 이야기의 끝에서 그는 “회사의 HBM 신화에도 숨은 주역이 많고 그중에는 건설건축 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발을 딛고 선 공간, SK하이닉스의 모든 제품 뒤에는 건설건축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팀 또한 이러한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건축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도록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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