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9조 2,1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무역 분쟁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 경쟁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선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의 유의미한 물량 확보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며 2026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는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공급사 간 HBM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수익성 악화를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도 HBM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SK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연구위원 한동희 애널리스트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긍정적인 2분기 실적과 해소되지 못한 불확실성
Q.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은 대외 리스크가 있는 국면이었음에도,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훌륭한 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분기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컸음에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형성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HBM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시장은 단기 호실적이 아니라 2026년에도 SK하이닉스가 현재와 같은 차별적인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실적에서 시장 기대 대비 긍정적이었던 점은 무엇인지?
2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재고 안정화와 더불어 수익성이 견조하게 유지되었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인 경우, 재고 수준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이 때 시장 수요보다 많이 팔게 되면 가격이 하락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2분기 SK하이닉스는 판매량이 예상 대비 크게 늘어났음에도 수익성을 지켜내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은, 낸드플래시(NAND Flash, 이하 낸드) 출하량이 예상을 상회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로 하반기 B2C 수요가 둔화된다면 낸드 업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판매량을 많이 늘리고 재고를 줄였기 때문에, 하반기 가격 협상력 관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조금은 덜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장점인 고용량 eSSD 제품의 수요가 하반기 회복된다면 낸드 실적이 차별화 될 수 있는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양호한 D램 업황 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여전했습니다. 저희는 2분기 전체 D램 출하량 중 85% 이상이 일반 D램 출하의 비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BM 대비 낮은 일반 D램 제품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2분기 D램 전체 수익성은 하락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는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를 HBM3E 12단 제품 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을 가능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일반 D램의 수익성이 갑자기 두드러지게 향상될 가능성은 낮고, 현재 주로 판매중인 HBM3E 8단 제품의 수율은 이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HBM3E 12단의 수율 향상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HBM 경쟁 심화 국면에서 SK하이닉스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Q. 이번 실적과 업황에서 주목해야할 리스크는?
지금은 리스크가 굉장히 많은 시기입니다. 무엇보다도 HBM 시장의 경쟁 심화, 중국 업체의 DDR5 시장 진입 시점과 그 수준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그동안 SK하이닉스가 누려왔던 차별적인 이익과 수익성, 그리고 Valuation의 근거는 ‘HBM에 대한 독보적인 경쟁력’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 업체의 DDR5의 시장 진입은 향후 D램 시장 자체의 잠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메모리 업종 전반에 대한 리스크이며, 주의 깊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에서 강점을 지닌 SK하이닉스의 기술 리더십
Q. SK하이닉스가 제품 및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어떤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당연하게도 HBM입니다. HBM3 제품부터 시작된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고객사도 Vendor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SK하이닉스의 압도적 지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제품 성능, 신뢰성, 양산성의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잘 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회사의 실적을 통해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HBM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에서의 안정적인 양산성도 필요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곧 전공정과 후공정에서 모두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결국 전반적인 기술력 자체가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HBM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도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는 좁혀질 수 있겠으나 당분간 SK하이닉스의 경쟁 우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낸드 역시 과거 대비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기존 낸드는 단품 위주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점차 Solution 위주의 부가가치 창출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즉, 높은 적층을 통한 생산량 증대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SK하이닉스의 고용량 eSSD 경쟁력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낸드 시장 내에서 회사의 입지를 높여줄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Q.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리더십은 결국 기술 경쟁력입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 전공정 기술과 후공정 기술로 나누어 이야기하는데, 저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 Cycle에 진입한 이후,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핵심이 점차 후공정으로 이동하면서 후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전공정에 대한 고도화없이 후공정만으로 제품 성능을 높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공정과 후공정이 같이 고도화 되어야 이번 Cycle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D램 1cnm* 공정의 빠른 확보, 그리고 HBM에서는 지금의 12층을 넘어 16층 혹은 그 이상을 쌓아 올리기 위한 후공정과 저전력 특성 제고를 위한 로직 다이의 고도화가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한편, 그동안 낮은 원가로 더 높게 쌓아 올리는 것에 집중했던 낸드는 조금 더 컴팩트한 사이즈에서 높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한 솔루션 강화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주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1cnm(나노미터): 차세대 미세공정인 10나노급 6세대 기술
장기적인 관점에서 AI는 점차 더 높은 Computing Power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걸맞는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고성능, 저전력, 그리고 높은 양산성을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어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Custom할 수 있는 능력도 앞으로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견조한 AI 수요와 불투명한 HBM 공급 전망 속 과도한 경쟁 우려
Q. 2025년 하반기와 2026년 메모리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우선, 2025년 하반기 업황은 지속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미 작년 계약이 완료된 HBM의 판매 확대가 3~4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며, 일반 D램의 공급 여력도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반기 업황은 견조할 것입니다. 3분기 D램은 증익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며 4분기에는 이익의 증대가 일시적으로 정체될 수 있으나, 큰 폭의 하락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낸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진한 업황 대비 2분기 출하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판매량 증가를 통한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안정화에 집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2025년 하반기 대비 2026년 전망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통상적으로 HBM 계약은 선제적으로 진행되고, 이 계약에서 고객사는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가져갈지 결정합니다. 이를 통해 HBM의 생산 수준뿐만 아니라 일반 D램의 생산 수준이 연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HBM 계약의 완료가 지금의 메모리 시장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주요 고객사의 HBM 계약은 어느 정도 가시성이 확보되었다고 보여지나, 아직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지는 않았기에 내년을 전망하기에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2026년에도 견조할 것입니다. 토큰(Token)*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AI 추론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고, AI 서비스의 보편화와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AI의 확장 법칙이 재강화 학습으로 다변화되며 훈련 수요도 여전히 견조한 상황입니다. 최근 중동과 유럽에서 시작되고 있는 소버린 AI* 에 대한 투자 역시 AI 수요의 추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AI 수요는 아직 시작 단계이며,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합니다.
* 토큰(Token): AI가 정보를 처리(학습, 생성, 추론)하기 위해 이를 분해해 만든 데이터의 최소 단위
* 소버린 AI(Sovereign AI): 국가가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독립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Q. 최근 HBM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시장에서는 HBM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HBM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그로 인해 HBM 가격과 동시에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차별적으로 평가받던 SK하이닉스의 Valuation이 어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부터 매번 거쳐왔던 과정이고 1위 사업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HBM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선점효과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사실 저희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점유율 상승은 산술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향후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더라도 SK하이닉스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출혈경쟁을 하기 보다는 가격과 물량의 최적점에서 수익성을 지키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I Cycle에서의 핵심은 과거 일반 메모리 Cycle처럼 점유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익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의 높은 양산성과 낮은 원가를 감안해보면, HBM 공급 경쟁 속에서도 차별적인 이익과 수익성의 포인트는 여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는 HBM 공급 과잉에 대해 일반적인 시장의 우려와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HBM4 제품부터는 TSV Via가 급증하는데, 이는 곧 통로를 많이 뚫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통로를 뚫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되고, 이로 인해 Die Size(Chip 크기)가 커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HBM4에서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적은 Die를 만들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전공정 단에서의 공급 제약인 셈입니다. 기존 HBM 시장에서는 수율이 가장 큰 제약 사항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전공정에서의 Die Penalty도 제약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렇듯 공급과정에서 제약 사항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고민하는 HBM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해보인다는 것이 저희의 의견입니다.
HBM 경쟁 심화 속 더 높은 기업가치를 위한 SK하이닉스의 전략
Q. SK하이닉스가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I Cycle에서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는 점이 최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제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메모리 Cycle에서는 원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점유율 제고가 가장 중요했지만, AI Cycle에서는 누가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적절한 시기에, 높은 신뢰성으로 납품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고,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경쟁에서 완벽히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증명해왔던 것처럼, 안정적인 실적과 차별화된 수익성, 투자 효율성 극대화가 지속된다면 기업가치 상승은 매우 가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업가치 상승 요인은, 공고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Foundry 시장의 절대강자인 TSMC의 경우, 수익성이 조금 하락하거나 경쟁자가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TSMC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적은 드물었습니다. TSMC가 지속적으로 증명해왔던 기술 리더십이 매우 공고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메모리 업종이 더 이상 가격 경쟁을 통한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성능 경쟁을 통한 차별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한다면, 안정적인 기업가치 상승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