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청주 SK호크스 아레나에서 2025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이 열렸다. 대한핸드볼협회(회장 곽노정)가 주최한 이번 친선경기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성사된 국가대표 간 교류전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의 남녀 대표팀이 차례로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남자부 27-25, 여자부 29-25로 나란히 값진 승리를 거두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핸드볼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현장에는 곽노정 대한핸드볼협회장(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해 여자 대표팀 경기를 관람하고 우승팀 시상에 나섰으며, 핸드볼 종목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 판정 번복에서 시작된 17년의 친선 교류사
▲ 2025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 남자부 경기 현장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은 친선 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작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중동 심판의 편파 판정이 논란이 되자, 한국은 국제핸드볼연맹(IHF)에 공식 제소를 제기했다. 제소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이례적으로 재경기가 열렸다. 이는 국제 스포츠 역사상 전례 없는 판정 번복 사례로 기록됐다.
이 때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불참의 뜻을 밝히며,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참가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단발성 재경기를 넘어 정례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부터 국가대표 간 핸드볼 맞대결이 시작됐다. 이후로도 양국은 매년 실전 경험을 공유하며 경기력 향상과 상호 교류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대회가 중단됐고, 2022년 재개됐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 예선 등으로 인해 다시 3년간의 휴지기를 가졌다.
이번 한일전은 그 공백을 잇는 첫 번째 무대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 대회가 없는 올해, 실전 감각을 점검하고, 차기 국제무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대표팀 모두에게 더욱 의미 있다. 무엇보다 핸드볼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등한 전력을 가진 라이벌로 평가받는 만큼, 이번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양국의 다음 단계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한일 핸드볼 팬들과 함께한 현장, 뜨거운 열기 속으로
경기 당일, 청주 SK호크스 아레나에는 이른 시간부터 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기장 입구는 태극기와 응원도구를 든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가족 단위 팬들과 단체 응원객들은 포토존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분위기를 예열했다. 관중석 곳곳에는 일본에서 온 관람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장 내부에는 한일 양국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오랜만에 열린 국제 친선전의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 경기는 지난 5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24–2025 핸드볼 H리그에서 활약한 스타 선수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자리로도 관심을 모았다. 여자부에는 박새영(삼척시청), 이혜원(부산시설공단), 김소라(경남개발공사), 서아루(광주도시공사) 등 리그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그대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면서, 리그 팬들에게는 ‘올스타전’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남자부 역시 하민호(SK호크스), 오황제(충남도청), 진유성(인천도시공사) 등 H리그 각 팀의 핵심 선수들에, 일본 후쿠오카 골든울브스에서 활약 중인 송제우까지 가세하며 대표팀 전력에 힘을 보탰다.
오후 1시, 조영신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의 경기가 먼저 열렸다. 한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른 수비 전환과 속공으로 주도권을 잡았고, 초반 7분 만에 5:0까지 점수를 벌리며 일본을 압도했다. 높은 수비 집중력으로 상대의 득점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한국은 전반을 15:8이라는 여유 있는 스코어로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일본의 반격이 거세졌지만 한국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경기 흐름을 지켰다. 라이트백 김태관(충남도청)은 경기 내내 과감한 돌파와 정확한 슛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레프트윙 오황제는 빠르고 날카로운 침투로 득점을 더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막판 일본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낸 한국은 27-25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를 거뒀다. 김태관은 이날 8득점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오후 4시에는 이계청 감독(삼척시청)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의 경기가 이어졌다. 전반전에서 한국은 정지인의 중거리 슛으로 첫 득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곧바로 2:0까지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일본도 강한 윙 공격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고,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들어 골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은 한때 23:23 동점까지 허용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후 연속 퇴장을 유도하며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다시 2점 차 리드를 잡았고, 종료 직전 추가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29-25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라이트윙 이혜원과 레프트윙 서아루의 날카로운 슈팅이 돋보였다. 특히, 골키퍼 박새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눈부신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막아내며 골문을 든든히 지켜냈고,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MVP를 수상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관중석에는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는 팬들에게 핸드볼 특유의 박진감과 매력을 강하게 각인시킨 무대였다. 특히, 이번 승리로 한국은 한일전 통산 전적에서도 남자부 11승 1무 2패, 여자부 11승 2패를 기록하며 양 부문 모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경기 종료 후, 우승팀 시상에 참여한 곽노정 대한핸드볼협회장(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는 한일 국교관계 수립 60주년으로, 이렇게 역사적 의미가 깊은 해에 우리나라에서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을 개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오늘 현장의 열정과 응원처럼 양국 간 스포츠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25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 현장을 찾은 SK하이닉스 김성재 TL(SV전략기획) 가족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SK하이닉스 김성재 TL(SV전략기획)은 “경기 관람을 위해 일부러 청주까지 왔는데,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며 “특히 한일전이라는 뜻깊은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거둬 더욱 기뻤고, 가족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 2025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 현장을 찾은 SK하이닉스 김준영 TL(청주WLP제조)과 안수진 TL(NAND제조운영) 가족
여자 대표팀 경기를 관람한 SK하이닉스 안수진 TL(NAND제조운영)은 “핸드볼 직관은 처음이었는데, TV 중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박진감과 속도감에 놀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핸드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고, 다음에도 꼭 경기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 국가대표 한일전은 양국 대표팀이 실전 감각을 높이고 팬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교류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