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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時 1편] AI 반도체 국가 대항전, 피지컬 AI 주도권을 향한 총력전에 돌입하다

AI 반도체 경쟁은 기업을 넘어 국가의 전략 · 자본 · 인프라 실행력을 겨루는 단계로 진입했으며, 피지컬 AI의 부상으로 반도체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투자 속도와 집중도를 높이고, 전력 · 용수 · 제도 개선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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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時 1편] AI 반도체 국가 대항전, 피지컬 AI 주도권을 향한 총력전에 돌입하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의 전략과 실행력을 시험하는 단계에 들었습니다. 이번 [시선:時] 시리즈에서는 기술 · 금융 · 정책 · 인프라 · 생태계 · 글로벌 · 환경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조건과 선택이 필요한지 각 전문가의 시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산업 환경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방향과 가능성을 함께 짚어봅니다.

<시리즈 순서>
① AI 반도체 국가 대항전, 피지컬 AI 주도권을 향한 총력전에 돌입하다 – 이병훈 교수
② AI 강대국으로의 전환점, 투자를 위한 법제 정비가 필요한 순간
③ AI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 자본과 에너지 인프라
④ AI 반도체에서 AI 서비스까지, 생태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다
⑥ 소버린 AI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르는 대한민국의 미래

새로운 전장의 등장, ‘피지컬 AI’

인공지능(AI) 기술은 챗GPT가 나온 2023년을 기점으로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26년, 올해부터는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되는 피지컬 AI*로의 대전환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 피지컬 AI(Physical AI):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로봇 · 자율주행차 · 제조 설비 등 물리적 세계의 기기와 결합해 인지 · 판단 ·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로봇 아틀라스나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동차 죽스(ZOOX)는 AI가 더 이상 디지털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가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에서 현실의 물리적 개체로 활동 영역을 넓힘에 따라, 반도체 기술 또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반도체 산업의 AI 경쟁이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를 누가 더 잘 설계하고 제조하는가’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0.1초의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즉각적인 판단력과 극한의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피지컬 AI 반도체가 새로운 전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6년을 기점으로 연간 매출 1조 달러(한화 약 1,350조 원)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 그중 AI 전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전체 시장 성장의 70% 이상을 견인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규모를 3,000억 달러(한화 약 440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메모리 분야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수성하는 동시에, 현재 3%대에 머물고 있는 AI 반도체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도 10%까지 확대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피지컬 AI 반도체를 포함한 AI 반도체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 · 공급하는 기업

반도체를 지배하는 나라가 미래를 지배한다

반도체 경쟁국들 또한 같은 인식 아래 대규모 투자와 연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정부 주도의 파격적 지원과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민간 투자가 결합된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제정한 법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 세제 혜택, 연구 개발(R&D) 지원 등을 포함한다.

▲ AI 시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투자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527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의 보조금을 통해 제조 기반을 다지는 동안, 민간 영역에서는 웬만한 나라의 국가 예산을 상회하는 거대 자본이 AI 인프라로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의 초대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2028년까지 최대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구글의 TPU v6 ▲아마존의 트레이니움(Trainium) 2 ▲메타의 MTIA 3세대 ▲테슬라의 FS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칩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전용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보에 연간 총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이상의 자본지출(CAPEX)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소재 · 부품 · 장비(이하 소부장)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 생태계를 재건하는 ‘반도체 부흥 20년 계획’을 전개하고 있다. 국가 연합군인 ‘라피더스*‘에 지금까지 약 4조 엔(약 36조 원) 이상의 국비를 투입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IBM, 텐스토렌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투자 비용의 최대 50%까지 현금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위해 약 1조 2,000억 엔(약 11조 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 생태계 재건의 불씨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 라피더스(Rapidus): 일본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2022년 설립됐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반도체 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3,440억 위안(약 64조 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3차’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제재가 덜한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필두로 독자적인 AI 칩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아키텍처인 RISC-V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V)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미국의 설계 자산(IP) 의존도를 낮추려는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향후 3년간 약 1,500억 달러(약 200조 원)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대만 정부는 전력, 용수, 부지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 연구소, 대학이 연합한 TSRI*를 통해 국내 R&D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 대학연구소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부족한 인적자원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 TSRI(Taiwan Semiconductor Research Institute): 대만 국가실험연구원(National Institutes of Applied Research) 산하의 국책 반도체 연구기관으로, 2019년 대만의 국가칩시스템설계센터와 국가나노소자연구실을 통합해 설립되었으며, 집적회로 설계·칩 제조 공정·소자 기술 연구 등 반도체 전 분야 R&D와 인재 육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골든타임 앞에 선 K-반도체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쟁국들의 투자 규모와 투자 속도는 반도체 전쟁이라 불러도 충분할 정도다. 경쟁국들이 반도체 분야에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이유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나라가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슈퍼사이클을 맞이하여 대표 기업들의 2026년 합산 순이익이 2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매우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의 호황은 AI 주도권 확보 경쟁으로 인해 인프라 구축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반도체 수급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 SK하이닉스의 HBM4 제품 이미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부가가치가 최고조에 달했고, 메모리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파운드리도 1위 기업인 TSMC의 공급 역량이 한계에 도달하여, 우리나라로 주문이 넘쳐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불과 작년 초, 주변 국가들의 무역 분쟁 문제와 중국의 매서운 메모리 추격, 팹리스*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감소를 걱정하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의 존폐를 우려했던 상황 자체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 팹리스(Fabless): 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

그래서, 지금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보완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골든타임을 활용해서, 누적된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국을 압도할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AI 시대 K-반도체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1,0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투자 구조를 살펴보면 속도와 집중도 측면에서 한층 더 힘을 실을 여지가 있다. 일부 민간 투자는 2047년까지 장기적으로 계획돼 있어 단기간 내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정부 투자 33조 원도 소부장 투자 보조,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전용 팹리스 구축,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거대 자본을 앞세운 경쟁 국가와의 체급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집중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예상 조감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자체 원자력 발전소 부지 확보나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와의 직접 계약 체결에 나서는 등 전력 인프라 확보는 글로벌 반도체 · AI 산업 전반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전력 공급의 적시 확보 여부가 공장 가동 시점은 물론,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의 속도는 곧 경쟁력의 속도와 직결된다. 이러한 인프라 경쟁은 결국 ‘자본의 속도전’으로 귀결되고 있다.

*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기존 원전보다 작고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 설치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

첨단 공정의 고도화로 인해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반도체 산업은 이제 개별 기업의 현금 흐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은 2000년 초부터 개별 기업들의 판단으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반도체 제조를 경쟁국으로 넘기고 팹리스에 집중했다. 그 결과로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졌고, 제조기업들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최근 반도체 제조 리쇼어링*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반도체 생태계의 복구는 쉽지 않다.

* 리쇼어링(Reshoring):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이나 제조 활동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려 오는 전략적 조치로, 비용 절감 · 공급망 안정성 · 품질 개선 등을 목적으로 이전된 제조를 본국에서 다시 수행하는 현상 또는 전략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가 보유한 반도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시 투자와 인프라 확충이 핵심 과제로 꼽히며, 자본 조달과 관련한 제도적 환경에 대해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순간

이에 따라, 정책적 지원의 패러다임도 진화가 필요하다. 자본 구조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전력 · 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중장기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경우, 기업의 투자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업 전반의 실행력도 강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쟁국들의 지원 수준을 고려한 인센티브 체계의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세액공제 중심의 간접 지원은 현금 보조금을 살포하는 경쟁국들과의 싸움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보조금 지급에 따른 대기업지원 논란은 지원 규모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TSMC가 TSRI를 지원하는 것과 같이 산학연관 협업체계 개선을 주도하고, 중소, 중견기업과의 상생발전 체계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정부의 역할이다.

또한, 피지컬 AI 시대를 향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 분야는 범용 AI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아, 역량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활약하기에도 유리하다. 이미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범용 AI 반도체 시장은 민간의 자율 경쟁에 맡기되,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자동차, 로봇, 가전 산업과 AI 반도체, 특히 ‘피지컬 AI 반도체를 융합하는 것’에 정부의 행정력을 집중한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즉각적인 행동으로 연결하는 지능형 제어 칩, 초정밀 센서, 배터리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력제어 칩 그리고 현장 상황에 맞춰 최적화되는 유연한 회로 기술 등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글로벌 밸류 체인의 핵심 주체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대 · 중 · 소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는 것도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제 반도체는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이 되었다. 일반 AI 및 피지컬 AI 플랫폼 선점이 향후 50년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산업계가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골든타임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이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지혜와 실행력이 요구된다. K-반도체의 주권을 지키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위기의식과 대응 의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본 칼럼은 AI/반도체 산업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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