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개최된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시상식’에서 미래기술연구원 DPERI조직 손윤익 팀장이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이하 엔지니어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수여하는 엔지니어상은 산업 현장에서 탁월한 연구개발 성과를 이뤄낸 엔지니어에게 수여되며,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주역들을 조명하고 있다.
IT 엔지니어 분야에서 수상하게 된 손 팀장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그는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HBM*과 모바일용 저전력 D램인 LPDDR*의 개발을 주도하며, 기술 한계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6세대(HBM4) 순으로 개발됨.
*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압 동작 특성이 있음. 규격 명에 LP(Low Power)가 붙으며, 1-2-3-4-4X-5-5X 순으로 개발됨.
올해로 입사 19년 차를 맞은 손 팀장은 소자 엔지니어로서 다양한 D램 제품의 Peri* 트랜지스터 개발을 위해 힘써왔으며, 고성능·저전력·고신뢰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특히, LPDDR5 개발 과정에서는 D램에 HKMG* 공정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기술은 기존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공정으로, SK하이닉스 메모리 제품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
뉴스룸은 손윤익 팀장을 만나 수상 소감과 함께 그동안의 기술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 Peri(Peripheral):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들을 선택하고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는 주변부 회로 영역
* HKMG(High-K Metal Gate):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공정 미세화로 인해 발생하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Capacitance,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전자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음
“원팀 스피릿으로 뭉친 동료들과 수상의 기쁨 나누고파”
▲팀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손윤익 팀장(가운데)
“동료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은 저 혼자만의 성과라기보다, 수많은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도전해 온 시간에 대한 값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갔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원팀 스피릿’으로 똘똘 뭉쳐 국가 산업 발전을 이끌 기술 혁신을 이어가겠습니다.”
손 팀장은 성과를 함께 이룬 동료들에게 먼저 감사를 전하며, ‘원팀 스피릿’이야말로 지금의 기술 경쟁력을 가능케 한 핵심 가치였다고 말했다.
“LPDDR과 HBM은 단순히 성능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저전력, 신뢰성, 양산성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했던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각 조직이 SUPEX*를 추구하며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고,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한 덕분에 지금의 AI 메모리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SUPEX(Super Excellent Level): SK 경영철학인 SKMS에서 말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
완전히 새로운 접근… “기술 혁신 위해선 ‘패러다임 전환’ 필요해”
손 팀장의 여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D램에 HKMG 공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일이다. 본래 HKMG 공정은 CPU나 AP와 같은 로직(Logic) 반도체에 적용됐던 공정으로 D램 제조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어, 그동안은 시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손 팀장은 기술 혁신을 위해 과감히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제품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D램에 HKMG를 도입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이었습니다. 셀(Cell) 트랜지스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HKMG의 단점인 GIDL*과 신뢰성 문제를 극복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덕분에 결국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GIDL(Gate-Induced Drain Leakage): 게이트 전극에 인가된 전압이 드레인과 소스 영역에 예기치 않은 누설 전류(Leakage Current)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트랜지스터가 꺼진(off)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게이트 전압 때문에 드레인-소스 간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손 팀장이 이룬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는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해 온 Peri 영역의 소자 기술들이다. 해당 기술들은 AI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의 핵심 제품인 HBM의 성능 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하며, SK하이닉스 반도체 제품 전반에 걸친 혁신을 이뤄냈다.
“최근 AI에 사용되는 고성능 D램은 초고속, 초저전력 특성이 필수인데, 이를 만족하기 위해선 Peri 영역의 성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메모리의 경우, 데이터가 다니는 입구와 출구 역할을 하는 Peri 영역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제품 자체의 성능 향상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 팀장은 Peri 영역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왔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며, 때로는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 내고, 때로는 과거에 연구되었던 기술을 다시 꺼내어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성과들은 오늘날 SK하이닉스가 자랑하는 ‘Peri 기술력’의 기반이 됐다.
“엔지니어, ‘기술에 대한 믿음’과 ‘실패를 견디는 끈기’가 중요해”
이번 수상을 통해 국가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엔지니어로 인정받은 만큼, 손 팀장에게서 엔지니어로서 자부심도 엿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는 기술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실현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본질이죠. 미래 엔지니어들에게는 ‘기술에 대한 믿음’과 ‘실패를 견디는 끈기’를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만든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패기를 실천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손 팀장은 격변의 시기를 함께하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 향한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AI 시대로 전환하는 중대한 시점에 있습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과 집중력, 협업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기술의 깊이만큼, 동료와의 신뢰와 협업의 깊이도 중요합니다. 함께 배우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진정한 원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