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 C&V센터’에서 제2회 ’충북 SR(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 포럼’을 개최했다.
SK하이닉스와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사랑의 열매가 함께한 이번 포럼에는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유태종 원장, 청주시 신병대 부시장, SK하이닉스 이일우 부사장(청주경영지원 담당) 등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및 학계 전문가와 학생, 일반 시민 등이 함께했다. 포럼에서는 전문가 강연 및 토론 등이 이어졌으며, 참여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지난해,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역량’을 주제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충북 SR 포럼[관련기사]은 기업과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 및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올해 포럼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건강한 삶과 자립 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설루션을 모색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부터 실질적 자립까지… 다양한 아이디어 쏟아진 ‘충북 SR 포럼’
개회식과 함께 시작된 포럼에서는 배우 문지인 씨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순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주제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성장하며, 가족으로서 겪어온 따뜻한 일상의 경험을 나눴다.
▲ 문지인 배우의 이야기로 포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 배우는 “발달장애인은 우리의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자 친구”라며 “우리가 가족과 친구들을 이해하듯 발달장애인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달장애인의 가족으로서 살아온 날들이 모두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족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하게 되니 함께할 수 있었다”며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릴 수 있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동국 교수
기조 강연에서는 안산대학교 신동국 에이블자립학과 교수가 나섰다. 수도권 대학 중 최초로 발달장애인 학사 과정을 신설하고,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자립 역량 강화 체계를 마련한 신 교수는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발달장애인 자립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펼친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지고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으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포용적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발달장애인 자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함께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주제 발표를 이어가고 있는 김유나 소장
한국 ABA(응용행동분석)행동발달연구소 김유나 소장은 ‘행동 발달 중재를 통한 자립 지원 – 근거 기반 중재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발달장애인의 행동 문제 해결과 자립 지원을 위해 다년간 직접 현장 경험을 이어온 김 소장은 발달장애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행동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동 문제 개선과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 발달장애인의 문화 예술 분야 활약 사례에 대해 발표하는 김종수 대표
발달장애인 자립과 관련한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스프링샤인의 김종수 대표는 ‘일하는 발달장애인 – 문화 예술 직무 개발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주제로 문화 예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사례를 발표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 행복모아의 발달장애인 지원 사례에 대해 발표하는 안민 대표
이어, 발달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립 모델을 실천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자회사형 사회적기업 ‘행복모아’의 안민 대표도 사례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에서 인사 및 조직문화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모아를 이끌고 있는 안 대표는 “행복모아는 발달장애인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해 직업 교육은 물론, 핸드볼과 같은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행복모아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SK하이닉스는 전국 단위의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창단을 지원하고 리그를 운영·후원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끝으로 “행복모아와 SK하이닉스는 대기업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의 사회 진출 위한 열띤 토의… “동기부여와 보호자의 불안감 해소가 핵심”
강연 및 발표 이후에는 안산대학교 신동국 교수를 좌장으로 ABA행동발달연구소 김유나 소장, 스프링샤인 김종수 대표,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오영환 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실질적 사회 진출을 위한 실천 과제’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 (왼쪽 두 번째부터)신동국 교수, 김유나 소장, 김종수 대표, 오영환 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일반 참여자들에게 받은 사전 질문으로 시작된 종합 토론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동기부여 방법을 비롯해, 지자체의 역할과 수행 방법, 발달장애인의 적응 능력 및 사회성 향상을 위한 치료 및 훈련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김유나 소장은 행동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발달장애인들의 동기 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행동의 변화에 따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주어지는 것이 자립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 발달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오영환 부장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직업생활 참여를 지원하는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의 오영환 부장은 보호자들이 불안감을 내려놓고 발달장애인 구성원들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부장은 “현장에서 보면, 발달장애인들에겐 자립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보호해 주던 보호자들이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보호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동국 교수는 보호자의 불안함을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예측 가능한 생애 주기별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신 교수는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포용적 공동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자립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 발달장애인들의 직무 활동을 돕는 김종수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직무 활동이 실질적인 이윤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단순히 복지 차원의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포럼에 참가한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효근 씨
토론을 지켜보던 참석자 김효근 씨는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에 대해 보호가 필요한 존재, 사회적 약자 등으로만 인식했는데, 토론을 들어보니,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한 논의들이 더 구체화되고 실천돼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들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행복모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발달장애인들은 이미 반도체 제조에 기여하고 있고, 이들이 생산하는 빵이나 재배하는 과일 등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SR 포럼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활발한 사회 참여를 위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