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새로운 대외 Comm. 채널인 글로벌 뉴스룸 론칭과 함께, ‘Top TL’ 코너를 시작합니다. TL(Technical Leader)은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구성원 호칭으로, 이 코너는 Leader에 포커스를 맞춰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리더십과 행복 철학을 조명하는 릴레이 인터뷰로 구성했습니다.

오픈 특별 기획으로, Top TL의 첫 주자인 이석희 CEO를 만나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철학, 그리고 구성원을 향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 만남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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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인데, 요즘 제대로 자기가 힘듭니다

집무실에서 만난 이석희 CEO의 첫 마디다. 그는 최근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 출장, 외부 미팅, 회의 등 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며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해외 출장 후 새벽에 돌아와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때론 위트 있게 답변을 이어가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연이어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계속 성장하는 리더

이석희 CEO는 어떻게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을까? 그와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 그는 주저 없이 ‘호기심’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원래 호기심이 많아, 늘 안주하기보다 나의 영역을 인접 영역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했다”며 “엔지니어로 시작해 경영자의 자리까지 영역을 넓혀오고,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모두 호기심이 강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석희 CEO가 걸어온 이력에서도 이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학업과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반도체기업 인텔에서 근무하고 KAIST에서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하며 경험의 폭을 넓혔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다시 합류한 이후엔 회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만한 혁신을 여러 차례 이끌어냈고,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CEO 자리까지 올랐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느끼는 지금,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주변엔 힘든 시기에 SK하이닉스의 CEO를 맡게 됐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고, 이 시기가 저와 SK하이닉스를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시련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선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이 필요하다. 이석희 CEO는 어린 시절부터 리더 역할을 맡아온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내성이 강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에 늘 리더 역할을 도맡아왔기 때문인 것 같더군요. 반 친구들과 협상도 해야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대응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와서 그런지 위기 앞에서 담대한 편이에요. 또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잘 푸는 편인데, 주로 운동을 하거나 잠으로 해결합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만큼 시달리지는 않아요.

늘 성장한다고 해도, 또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홀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힘이 되어준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컸다며 겸손을 내보였다. 이석희 CEO는 “매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습관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실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다 보니, 좋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좋은 인재를 만나기 위해 많이 살피고 찾아 다닙니다. 사람을 대할 땐 눈빛을 보지만 선입관은 경계하려 합니다. 열정으로 가득해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엔 아닌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또, 가급적 상대방의 특징은 꼭 기억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매 순간 행운이 따르고 성공의 징검다리만 건너왔을 것 같지만, 그에게도 어렵고 포기하고 싶은 경험은 있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당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에 취업했지만, 그에게 처음 주어진 업무는 기대에 비해 단순하면서도 소모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실망스러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시에 일의 과정과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이를 통해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됐다. 그 결과 남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면서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그는 “돌아보면 그 선택이 지금까지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복”이라고 회고했다. 그에게 이 경험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 그는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경험담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그는 “누구든 늘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며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업무에 더 집중하고 잘 소화할 수 있어야 기회를 얻고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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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석희 CEO는 어느덧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대외적인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M16 착공, 중국 C2F와 이천 P&T4 완공, 용인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협약 체결 등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내믹한 시기를 보내야 했음에도, 그의 소회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지난 10개월은 SK하이닉스에서 보낸 7년의 세월 중 가장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면서도 “다행히 회사의 중장기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모두 연착륙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과거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변화가 조금씩 좋은 성과로 이어져 큰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통상 이슈와 같은 대외 환경과 더불어 자체적인 경쟁 심화와 수요 변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EO로서도 고민이 많을 터. 이석희 CEO는 이처럼 민감한 업황 관련 질문에도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보여주었다.

시장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투자 집행과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적절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더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장비(Device)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과 제품 공급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고객마다 다양한 성능과 전력 특성을 요구하는 파생 제품으로 시장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변화를 ‘제품(Product) 중심 사업 체계’로 정의하고, 각 조직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까지도 이에 맞게 바꿔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국제적인 갈등으로 인한 영향은 사전에 예측하고 통제하기 힘든 요인이지만 외부 변수에 대해서도 사업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SK하이닉스를 만들기 위한 명확한 지향점도 제시했다.

외부 변수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것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기술 개발에 집중해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원가 절감에도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기가 회복될 때 보다 더 강하게 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도 미래 준비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기술 경쟁력을 갖추며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 올해도 이런 노력들이 세계 최초 128단 1Tb TLC 4D 낸드 개발, HBM2E D램 개발 등 주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늘 소통하며 행복 추구에 앞장서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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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CEO는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한 발 나아가 ‘소통’을 통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간다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CEO 취임 이후 지속해서 고객들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내부 구성원과 만나는 데 꾸준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

최근 이석희 CEO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구성원의 행복으로,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구성원과 소통하고 있다. 매 분기 직책자와 임원 대상으로 실시하던 경영설명회를 원하는 구성원이 참석해 질의하고 경영진이 응답하는 ‘All-Hands Meeting’으로 바꾸고, 올해 최초로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측정했다.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행복 지도 초안을 만들고, 구성원 행복 증진을 전담하는 조직도 만들었다.

또, 이석희 CEO는 구성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실천 수칙도 직접 만들었다. 먼저 임원들의 복장을 자율화했고, 임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불필요한 의전도 없앴다. 또, 보고가 마음에 안 들 때는 보고를 한 구성원 본인을 나무라기보다는 보고서의 문제점이나 대안을 지적하게 하도록 했다.

어려워질수록 더욱 질 높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해결해야 할 난제들과 더 높은 목표가 있는 한 꾸준히 구성원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는 일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과 접점을 계속 늘려가고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행복지수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요.

지난 2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간 대담도 진행했다. 2천 여명이 넘는 참여자가 접속해 무려 만 건에 가까운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군요. 새로운 시도는 늘 즐겁고 가슴 뛰는 경험입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새로운 회사의 목적을 설명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건 추상적이고 무거운 일인데, 댓글로 소통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야간 근무 후 기다렸다가 참여한다는 댓글, 수율 잘나왔다고 자랑하는 댓글, 사무실에서 방송 안 보고 일한다며 고자질(?)하는 댓글들이 떠오르네요.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나눌 수 없었던 진솔한 대화였는데, 이런 플랫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석희 CEO는 ‘SK하이닉스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이석희’를 정의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자신을 ‘행복을 지향하는 SK하이닉스의 대표 구성원’이라고 답했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만, Top-Down 방식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을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를 구성하는 한 명의 대표 구성원으로서 우리 구성원들의 변화와 참여를 설득하고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그의 흡인력에 매료되었다. 구성원에 대한 깊은 애정은 물론 CEO로서의 고민과 인간적인 면모까지 전해졌다. 기술력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면모와 소탈함, 파격까지 갖춘 CEO야말로 SK하이닉스의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느껴졌다. ‘대표 구성원’다운 그와 함께 SK하이닉스가 만들어갈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석희 CEO가 추천한 Next Top TL?

“뉴스룸이 오픈하는 10월 10일은 우리 회사의 창립기념일입니다. 서른여섯 해 동안 뜻밖의 어려움, 심지어는 생사를 눈앞에 둔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없이 경험했지만,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이자 우리 국민 경제를 떠받치는 일군으로서 강한 존재를 지켜왔음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하이닉스 역사의 산 증인인 동시에 우리 회사의 미래를 이끄는 리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향하는 미래 모습이 ‘기술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는데, 그 핵심인 선행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래기술연구원 김진국 담당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