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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4/4, 완결)

Written by SK하이닉스 | 2023. 12. 15 오전 12:00:00

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양자 중첩현상을 활용해 0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봤다. 인류는 물리학을 통해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초전도체의 물성을 정립할 수 있었으며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와 전자 단위의 미시세계의 운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물리학을 통해 반도체와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러한 것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 그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물리학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도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대담 그 마지막 이야기는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리학과 반도체의 관계 그리고 미래 반도체를 새롭게 만들어갈 물리학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뉴로모픽 반도체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왼쪽부터)

인공지능을 위한 뉴로모픽 반도체

김범준 교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는데요. 앞서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양자컴퓨터[관련기사]의 등장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양자컴퓨터는 분명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이 되겠지만, 이러한 기대를 받는 것이 양자컴퓨터만은 아니죠?

민태원 TL 챗GPT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에는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반도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컴퓨터를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언급되긴 했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렬 연산을 통한 빠른 연산이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대부분 GPU(Graphic Processor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를 통한 병렬 연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초고성능 GPU에 탑재돼 연산 속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IM(Processing in Memory)*과 같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능력을 더한 제품들도 인공지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메모리):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됨.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
* PIM(Processing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임경선 TL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관련기사]인데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 AI)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HBM이 탑재된 고성능 GPU나 인공지능을 위한 자체 연산장치를 개발,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경우를 보면, 인공지능 연산장치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 TPU(Tensor Processing Units): 구글의 AI(머신러닝) 엔진인 텐서 플로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로 구글이 자체 개발했다.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마침 제가 신경과학*도 연구하고 있어 인공신경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약 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이러한 구조를 우리는 흔히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뇌가 신경망을 통해 각 신경세포에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디지털 회로값 ‘1’) 통하게 하지 않는(디지털 회로값 ‘0’)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를 통해 연산을 수행하죠. 방대한 양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서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인공신경망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GPU나 TPU와 같이 병렬 연산에 유리한 연산장치를 통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 신경과학(神經科學, Neuroscience): 뇌를 포함한 모든 신경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물학의 일부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물리학을 기반으로 관련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김환영 TL 물론 GPU나 TPU와 같은 연산장치가 병렬 연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공신경망 구현에 적합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폰노이만 구조로서의 한계가 있는데요. 폰노이만 구조에서는 메모리 간의 정보 이동 과정 중 오버헤드* 문제가 발생하며 연산 속도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입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중치를 저장했다가 읽어오는 방식을 구현하는 실리콘 기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트랜지스터 뉴로모픽 반도체와 메모리와 가변 레지스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멤리스터(Memristor)* 소자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중 멤리스터 방식은 세분화된 가중치를 위해 점진적인 스위칭 저항 특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소자는 기능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요구 특성이 다릅니다. 이에 업계의 연구원들은 필요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소자들이 서로 다른 물리적 현상을 기반으로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버헤드(Overhea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간접적 혹은 추가로 요구되는 시간, 메모리, 대역폭 혹은 다른 컴퓨터 자원을 말한다.
* 멤리스터(Memristor):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전하량에 따라 변화하는 유도 자속에 관련된 기억 저항(Memristance) 소자

미래를 바꿀 물리학과 반도체

김범준 교수 이번 대담을 통해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물리학이라는 것은 인류의 발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끝으로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눈 것에 대한 소감 한마디씩 나눠보도록 할까요?


김환영 TL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는 공정, 소자, 설계 이 모든 것들이 물리로 얽혀 있는 정말 많은 물리적 현상의 종합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재의 물리적 상태의 위치에서 새로운 물리적 상태의 위치로 옮기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시간 내에 대상을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반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 뉴로모픽 반도체 또한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정보의 물리적 형태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상태의 위치가 다른 곳에 있는 것 뿐 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미래를 바꿀 반도체 기술을 알기 위해서도 결국엔 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은 저에겐 새로운 관점의 물리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운 우리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부서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태원 TL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를 만들어 나갈 핵심 기술에 물리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 더 작은 크기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언젠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거든요. 결국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HBM뿐 아니라 321단 낸드플래시 등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결국에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상혁 TL 이번 대담 덕분에 양자컴퓨터와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컴퓨팅 기술에 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업무 과정에서 다루는 물리학 이론과는 또 크게 다른 내용들이다 보니 더 넓은 관점에서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을 배울지 말지 고민하거나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물리학의 학문적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물리학은 이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상 물리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던 것이 실제로 반도체 업계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특히 물리학적 관점에서의 실험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과정들은 매우 닮았습니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물리학을 배워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임경선 TL 사실 물리학은 굳이 반도체 산업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소 가지고 있는 수많은 호기심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지 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리학을 배우다 보면 무한한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양자컴퓨터나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미래를 바꿀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미래 기술에 우리의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학교와 기업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더 발전된 형태의 연구와 개발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범준 교수 물리학을 배우면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진다는 말은 정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물리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 어느 정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낀다는 점인데요. 무한한 물리학의 세계를 접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워도 부족하다는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나눈 대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학 내용들을 정말 잘 설명해 주셔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을 보면서 물리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물리학을 전공한 선배들이 미래를 바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물리학과 학생이 알게 되고, 본인이 직접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대담 정말 즐거웠고 많은 의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의 대담을 살펴봤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컴퓨팅 기술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미래를 바꿀 기술 역시 물리학을 통해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물리학의 연구가 반도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SK하이닉스는 또 어떤 새로운 반도체로 세상을 바꿔나갈지 함께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