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일목요연하게 저울질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주로 ‘비트그로스(bit Growth)’와 ‘비트크로스(bit Cross)’라는 두 가지 지표를 사용합니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용량을 1비트(bit) 단위로 환산해 비트 생산량의 증가율을 계산함으로써 전체적인 성장률을 알아보는 방식입니다. 비트크로스는 비트당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별 흥망성쇠를 가늠할 때 사용하지요. 이 두 가지 지표는 마케팅 영역(수요-비트그로스) 외 제조 영역(공급-비트그로스)이나 제품의 발전사적 전개를 제시(비트크로스)할 때도 사용됩니다. 또한, 향후 반도체 미세화(Tech. Shrink)를 전개하고, 미래전략을 마련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에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개념이지요. 이번 장에서는 비트그로스와 비트크로스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1> 메모리 반도체의 비트그로스(bit Growth) 범위
비트(bit)는 신호를 담아내는 최소 단위의 그릇입니다. 따라서 비트가 많을수록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있으며 제품의 가격도 높아집니다. 64Gb 제품보다 128Gb 제품의 가격이 더 높은 이유이지요. 비트그로스(bit Growth)는 말 그대로 비트의 성장률(Growth)을 의미합니다. 이는 크게 시장(수요성 비트그로스)과 반도체 제조 과정(공급성 비트그로스), 웨이퍼(Wafer) 상의 비트그로스로 나뉩니다. 그 외에도 비트그로스는 필요나 편의에 따라 여러 상황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비트그로스는 대개 연평균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일반적인 연도별 시장 분석을 위한 계산)로 분석하는데, 이를 통해 일정 기간 연도별 제품의 수요-공급에 대한 평균성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제품의 비트그로스의 경우, D램과 NAND 모두 평균적으로 CAGR 20~60% 사이에서 변동을 보이지만, 주로 CAGR 30~50%를 나타냅니다. 이는 곧 용량 확장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타 산업 대비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메모리 가격은 매년 약 20~30% 정도는 떨어지므로, 매년 30% 정도의 비트 성장을 해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비트그로스가 발생한 만큼 메모리 가격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그림2> D램과 NAND의 비트그로스 하향 트렌드
가전 사업의 경우 판매 대수로 물리적 성장률을 가늠하므로, 전년 대비 다음 연도 매출 대수가 증가해야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서는 출하된 제품 수가 같아도 용량이 2배로 늘어났다면, 이를 2배의 성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64Gb NAND를 1만 개 판매하고, 올해는 128Gb NAND를 1만 개 판매했다면 비트그로스는 2배(CAGR 100%)가 됩니다. 메모리 영역에서는 128Gb NAND를 1개 판매한 것이 64Gb NAND 2개를 판매한 결과와 동일하기 때문이지요. 제품 숫자로만 본다면 성장률이 없는 상태이지만, 제품의 용량을 비트로 환산하면 성장률은 두 배가 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반도체만의 묘미이자, 끊임없이 용량을 늘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지요. 이렇듯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성장을 측정할 때는, 패키징이 완료된 제품의 숫자만이 아닌 제품의 용량을 함께 고려해 계산해야만 성장률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시장의 왜곡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내에서 D램의 CAGR은 약 15%, NAND는 약 30%로 NAND가 D램보다 CAGR이 약 10~15% 정도 높게 형성됩니다. 이는 NAND만의 특성인 플로팅게이트(Floating Gate)/CTF(Charged Trap Flash)를 이용한 비휘발성 특성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고, 1개의 물리적 셀(Cell)에 비트 기능을 2개(2bit per cell) > 3개(3bit per cell) > 4개(4bit per cell)까지 SW적(물리적+SW적)으로 확장할 수 있으므로 D램에 비해 비트 생성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D램의 커패시터(Capacitor) 구조물보다는 NAND의 플로팅게이트/CTF를 형성시키는 과정이 구조상 유리하지요. 하지만 매년 메모리 반도체의 비트그로스는 D램과 NAND 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채널 길이 10nm(나노미터) 초반대의 극세화를 구현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으며, 3D/PUC(Peri Under Cell) 등 셀 구조 형성에 복잡성이 더해져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림3> 수요-비트그로스와 공급-비트그로스의 관계
비트그로스는 수요(판매) 측면과 공급(생산) 측면으로 나눌 수 있으며, 공급 측면에서는 또 웨이퍼-비트그로스를 별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수요-비트그로스(수요-BG) > 공급-비트그로스(공급-BG)일 경우 제품 가격은 오르게 되고, 그 반대일 경우 제품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수요-BG와 공급-BG가 동일할 경우에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수요 및 공급을 유지할 수 있으나, 이러한 상황은 매우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춰 매매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급자는 미세화 혹은 제품 용량 업그레이드를 통해 끊임없이 공급-BG를 올리고, 그 와중에 수요가 공급을 뒤늦게 따라가면서 수요-BG와 공급-BG의 언매칭(Unmatching)으로 제품 가격의 등락 폭이 확대 혹은 축소됩니다.
웨이퍼-비트그로스(웨이퍼-BG)는 웨이퍼당 최대 용량(넷다이 개수 x 용량)의 증가율을 말합니다. 웨이퍼-BG가 증가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세화(Technology Shrink) 측면에서 선 폭이 작아져 다이(Die) 사이즈가 축소되면서 웨이퍼당 넷다이(Net Die) 개수가 증가하는 경우이며 ▶<[반도체 특강] 넷다이(Net Die), 반도체 수익성을 결정하다> 편 참고, 다른 하나는 넷다이 크기와 개수는 동일 하지만 각 다이의 메모리 용량(Density) 자체가 커지는 경우입니다(그 외에도 웨이퍼 직경 자체가 커지는 특수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20~30년에 한 번 정도 발생되므로 논외로 합니다). 웨이퍼-BG를 올리는 것은 공급자 측면에서 경쟁자 대비 우위에 설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므로, 위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공급-BG는 웨이퍼-BG를 근간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공급-BG = 웨이퍼-BG x 공정생산능력지수(Capacity Index) x 수율로 값을 구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4> NAND의 제품별 비트 가격 변화와 비트크로스의 발생 @가격과 시기는 임의로 설정
반도체를 가격으로 환산할 때는 웨이퍼당, 단품당, 트랜지스터(Tr)당, 기가바이트(GB)당, 비트당 가격 등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그중 비트당 가격으로 비교하는 방식이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D램에서는 비트당 가격과 Tr당 가격이 같지만, NAND에서는 비트 가격이 Tr 가격보다 낮습니다(SLC는 동일).
반도체 제품은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시장에 출시되는데, 처음에는 New 제품(ex. 64Gb MLC, 2012년 7월)의 비트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bit 가격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다가 Old 제품(ex. 32Gb MLC, 2013년 7월, Spot Price: 3$, bit 가격: 0.093x10^-9$)보다 비트 가격(64Gb의 bit 가격: 0.078x10^-9$, Spot price)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는 십자선이 교차하듯 2개 제품의 비트 가격 추이선의 역전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때 가격이 같아진 때를 비트크로스(bit Cross)가 발생한 시점이라고 합니다. 즉 비트크로스는 비트의 가격이 교차(New 제품과 Old 제품의 bit가격이 동일할 때)되는 점에서 수요 주력제품이 Old에서 New로 변경된다는 것을 뜻하지요. 이는 주력제품인 64Gb MLC가 2014년 7월에 128Gb MLC로 변경되는 비트크로스와 같습니다.
제품에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비트그로스를 위해서는, Tech.의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합니다. 특히 전후 Tech.의 주력제품에서 비트크로스 발생 후 수요 확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비트크로스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수요자 위주의 시장에서는 New 주력제품의 비트그로스 최대화 후 일정 기간(약 몇 개월)이 지나면 수익성이 약화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므로,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트크로스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비트그로스가 확대되는 게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니지요. 비트크로스를 한 번 발생시키려면, 개선된 기능성 제품 개발>수익성 있는 수율 향상>안정적인 품질 등 복잡다단한 스텝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수요자는 되도록 주력제품의 손바뀜이 자주 발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후반까지 15년간 메모리 반도체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졌지요.
그러다 수요자 위주의 시장에서 경쟁을 견디지 못해 탈락하는 공급자가 생기면,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됩니다. 2012년 일본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인 엘피다의 파산 신청은, 독일의 D램 제조기업인 키몬다(인피니언의 자회사로 2009년에 파산)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D램 시장에서 오랜 기간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기업들은 현재까지 고수익을 바탕으로 재투자를 거듭하며 선순환 경기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비트그로스와 비트크로스는 주로 메모리 제품에 적용되는 지표로, 이번 장에서는 물리적인 단위의 수량이나 판매 개수(수요 측면) 혹은 메모리 용량 등에 한해 제한적인 범위를 설정해 알아보았습니다. 비트그로스-비트크로스의 검토 목적은 메모리 산업의 동향(반도체 수요 사이클)을 분석하고 장비의 투자 정책을 설정하며, 제품의 개발 방향(제품 포트폴리오)과 양산 시점을 예측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비트그로스-비트크로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Tech.의 미세화를 어느 수준까지 진행할 것인지를 점치기도 하지요. 비트그로스와 비트크로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결국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 민감하게 반영됩니다. 비트그로스와 수익성의 연간관계는 추후 별도로 다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