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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Written by 윤종성 기자 | 2017. 12. 20 오전 12:00:00

전례 없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그 어느 때보다도 장밋빛 한 해를 보낸 반도체 업계. 하지만 새해를 앞두고 발표된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향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곧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 역시 적지 않습니다. 과연 2018년 반도체업계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메모리 반도체를 향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두 가지 시선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보고서 한방에 주저앉은 시총

지난달 27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무섭게 추락하더니, 단 한번의 반등없이 종가 기준 5% 넘게 급락한 겁니다. 하루새 허공으로 사라진 시가총액만 해도 18조원. 삼성전자와 함께 IT·반도체 대장주 역할을 했던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2.35% 하락한 8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삼아 ‘고공행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쭉쭉 밀렸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대비 3.42% 하락하면서 254만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나흘 만에 9%의 하락폭을 보이며 약 2개월 만에 250만원대로 떨어진 겁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전일보다 6.8% 급락한 7만6800원으로 마감하며, 1개월 만에 다시 7만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발단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였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조만간 꺾일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 한방에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거렸던, 이른바 ‘모건스탠리 쇼크’입니다.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아직도 전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울린 ‘모건스탠리 쇼크’는 여전히 취약한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탈’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와 동시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지속 여부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을 두고, ‘두 가지 시선’이 상존합니다. 한쪽에서는 제조업체의 공급 확대를 이유로 호황이 꺾일 것으로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수요가 탄탄하게 떠받쳐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어느 쪽 예상이 맞을 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양측 모두 근거 없이 하는 말은 아니기에 귀 기울여 들어봄 직 합니다. 양 끝단을 달리는 극과극의 전망,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거침없던 메모리 반도체, 이제 멈출 시간?

내년 반도체 업황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기관이 모건스탠리입니다. 한국 증시를 흔들었던 숀 킴(Shawn Kim)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다시 봐볼까요? 그가 낸 보고서 제목은 ‘Thanks for the Memory, Time For a Pause(고마웠어 메모리, 이제 멈출 시간)’이었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낸드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고, D램의 공급부족이 내년 1분기 이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반도체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공급과잉’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낸드가 대표적입니다. 숀 킴 애널리스트는 낸드 가격이 내년 1분기까지 7~1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늘어나는 공급을 수요가 따라잡기 힘들 것으로 본 겁니다. D램에 대해선 내년 평균 판매단가가 4% 오를 것이라고 하는 등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지만, 2019~2020년에는 D램마저도 공급과잉이 도래할 것으로 봤습니다.

JP모건도 “낸드는 설비투자 증가로 공급이 수요 증가율을 앞지르고, D램 평균 가격도 공급 증가에 따라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내년 반도체 시장은 올해에 비해 4% 성장하겠지만 2019년에는 1%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해도, 설비 투자 등으로 반도체 공급이 이를 초과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얼마 전 ‘리스크(위험)에 둔감해진 시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공급 전략의 초점이 효율성에서 물량 확대로 옮겨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도 ‘경제전망보고서(2017년 10월)’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경기 전망을 감안할 때 향후 반도체의 경기주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그 강도는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수요 확대 vs 공급 과잉, 팽팽한 극과극 전망

▲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요와 공급 전망치 (출처: D램 익스체인지, Citi Research estimates)

하지만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내년 반도체 시장을 안 좋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선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들이 늘어나면서 ‘우려가 과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가 타이트한 수급을 유지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도체 고점론’을 정면 반박한 이 보고서의 핵심은 ‘수요는 예상보다 많고,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데이터 기반 컴퓨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보고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내년 D램 공급량은 올해보다 20% 증가하지만 그렇다 해도 수요 대비 1.7% 공급부족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낸드 역시 비슷합니다. 내년 낸드 공급량이 올해 대비 40%가량 늘어나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0.7% 공급 부족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알고 있는 대로 D램, 낸드 모두 공급이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는 여전히 모자라다는 겁니다.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D램 공급 증가율이 과대평가됐고, 낸드플래시에 대한 잠재 수요가 있는데 이를 과소평가됐다”며,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반박했습니다. D램의 경우 올해 장비 증설이 있었지만 신규 증설 없이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낸드는 가격이 너무 올라 구매하지 못했던 고객들이 여전히 잠재 수요로 남아 있어 공급 과잉을 논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20% 성장한 4087억 달러(약 440조원)로 제시한 데 이어, 내년은 올해보다 7% 성장한 4372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데일리가 30대그룹 7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기업경기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82%가 반도체를 내년 최고 호황업종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내년 반도체 시장을 놓고 극과극의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반도체 수요를 이끌고 있는 신기술들이 얼마나 더 수요를 창출해 낼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반도체 시장을 논할 때 단순하게 공장 증설 등을 두고 수급 상황을 예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양합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반도체 고점론’만으로 앞으로의 일을 예단하기는 힘듭니다. 불과 1년 전을 돌이켜 보아도, 지난해 이맘때쯤 만났던 전문가들 어느 누구도 올해와 같은 ‘반도체 초호황’을 예측하지 못했으니까요. 예상은 단지 예상일 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죠. 갑론을박(甲論乙駁), 치고 받는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