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바사 소시지, 토마호크 스테이크, 크로플(크루아상 반죽으로 만든 와플)… 누군가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를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유튜버들이 자신의 방송에서 선보이며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 음식이라는 것.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킬바사 소시지는 대형마트의 인기 품목이 됐고, 크로플은 카페 인기 디저트로 부상했다. 요즘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바야흐로 동영상 플랫폼의 시대, 유튜브의 시대다. 그러나 그 유튜브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틱톡(Tik Tok)’. 다른 유저와 영상 콜라보를 하는 듀엣 기능을 선보이며 릴레이 댄스, 오나나 댄스(가수 Oh Nanana의 노래 <Bonde R300 (KondZilla)>를 바탕으로 추는 춤)와 같은 독자적인 트렌드를 형성했고, 유튜브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24세 미만 연령층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는데, 그 이유는 놀랍도록 정밀하다. 현재 틱톡은 여러 미국 IT 기업들과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의 설립자 장이밍(張壹鳴)은 8년 전 난카이 대학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한 후 여러 회사를 거쳐 쌓은 노하우로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Dance)’를 설립한다. 당시 중국은 관영 언론의 딱딱한 기사가 뉴스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어 사람들은 뉴스에 대한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장이밍은 뉴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뜻, 이하 터우탸오) 앱을 개발한다.
장이밍은 터우탸오에 뉴스뿐 아니라 미담,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만화, 스트리밍 방송, 퀴즈까지 포함시켰다. 그리고 1년 뒤에는 ‘터우탸오하오’라는 개인 계정 서비스를 도입해, 기관이나 단체뿐 아니라 일반인도 창작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서비스지만, 터우탸오는 조금 달랐다.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뉴스 선택 패턴과 접속 위치 등을 통해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 때문. AI를 활용하는 추천 앱은 많지만 인간 편집자 없이 완전히 AI만으로 구동되는 ‘Native AI’ 앱은 당시에는 터우탸오뿐이었다. 또한,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 더 많은 창작자를 끌어들였다. 많은 사용자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기회를 얻게 된 것.
이러한 요인들로 터우탸오가 인기를 끌자 중국의 주력 IT 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비슷한 앱들을 만들었다.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바이트댄스는 돌파구를 찾던 중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숏 클립(Short-Clip, 10~15초의 짧지만 파급력이 강한 영상)’에 주목했고, 여러 개의 숏 클립 앱을 만들었다. 이 중 사용자가 짧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고, 터우탸오처럼 AI가 영상을 추천하는 플랫폼이 성공했는데, 그것이 바로 틱톡의 중국 이름인 ‘더우인(抖音)’이다. 더우인은 2016년에 론칭했고, 1년 만에 약 1억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이어 유사한 형태의 미국 앱 ‘뮤지컬리’ 인수를 거쳐 2018년 1분기에는 다운로드 수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와츠앱을 제쳤다. 업계에서는 이때를 틱톡의 첫 번째 전성기로 본다.
바이트댄스는 더우인 성장의 한계를 직감하고 빠르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며, 영어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맞춤형 뉴스 서비스 앱 터우탸오의 영어 이름은 탑버즈(TopBuzz), 숏 클립 영상 플랫폼 앱 더우인의 영어 이름은 틱톡(TikTok)이 됐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150개 국가에 75개 언어 버전을 지원했다.
영상을 AI만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특히 마땅한 Z세대 전용 앱이 없던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기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향에도 잘 맞았다. 한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한국 드라마 일부 장면을 잘라 더빙하는 콘텐츠를 내놓았고, 이 역시 사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틱톡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시장은 미국이었다. 미국에는 이미 노래에 맞춰 립싱크하는 앱 뮤지컬리(Musical.ly)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흐름을 파악한 바이트댄스는 2017년 뮤지컬리를 인수하는 강수를 뒀고, 2018년에는 틱톡과 통합해 서비스를 리브랜딩(Rebranding)했다.
틱톡은 뮤지컬리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인기 음악의 사용권을 확보했고, 이미 뮤지컬리에 익숙한 미국의 10대들은 틱톡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특히 음원을 이용해 다른 유저와 듀엣 영상을 찍는 ‘듀엣 포맷’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로 인해 찰리 디아멜리오(Charli D’Amelio), 릴 허디(lilhuddy), 애디슨 래(Addison Rae) 등의 2세대 슈퍼스타들이 탄생했고, 이는 틱톡이 짧은 기간에 또 한 번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평범한 10대인 찰리 디아멜리오가 갑자기 스타가 된 이유는 알고리즘만 알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AI가 갑자기 디아멜리오를 전 세계 피드에 노출한 것. 디아멜리오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당황하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춤추는 영상을 계속 올렸고, 다양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 자연스럽고 침착한 반응이 Z세대에게 또 다시 인기를 얻게 됐다.
이처럼 틱톡의 스타들, 유저들이 대부분이 Z세대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틱톡은 처음부터 타깃을 Z세대로 명확하게 설정해 성향을 분석하고 앱 구축에 반영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Z세대에게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제시했고, AI로 이 콘텐츠를 공정하게 노출하도록 했다. 또한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여러 방법도 마련했다.
틱톡은 초반 인기를 등에 업고, 이후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막대한 광고를 집행했다. 광고 형식의 대부분은 인기 사용자의 춤이나 립싱크였는데, 무리 내에서 인기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인싸’ 문화에 익숙한 Z세대에게 틱톡 광고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것은 일종의 훈장이 됐다. 틱톡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영상 광고를 진행했고, 이 콘텐츠에 흥미를 느낀 다양한 사용자들이 또 다시 틱톡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타들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틱톡을 홍보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 포테토칩 댄스 챌린지(사진제공 : 농심)
또한, 틱톡은 각국의 스타들과도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BTS, 블랙핑크 제니 등과 협업해 각종 캠페인을 만들었고, 스타들은 이 캠페인을 음원 홍보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 효과는 매우 컸다. 이제는 다양한 스타들이 스스로 틱톡을 홍보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페이스북이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됐다면, 그 이후는 인스타그램, 현재는 틱톡이 대세가 됐다.
BTS나 제니 등의 슈퍼스타도 일반인과 동일한 방법으로 틱톡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도 매력적이다. 밀레니얼 세대 혹은 중년 세대도 틱톡을 사용하지만 ‘우리가 만든 세상’에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참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식인들의 토론장이 된 페이스북, 멋진 어른의 전시장인 인스타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다.
틱톡의 영상은 대부분 15초 미만으로, 부담이 적다. 콘텐츠 제작이 쉽다는 것도 틱톡의 장점 중 하나. 사용자의 얼굴에 귀여운 토끼 모양이나 예쁜 눈과 코를 만들어주는 정밀한 AR 필터로 손쉽게 화면 효과를 줄 수 있고, 음원을 선택해 어울리는 영상을 찍어 올릴 수도 있다. 이는 라이선스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기에 가능한 일로 틱톡 사용자는 저작권 침해 걱정 없이 영상을 만들고 즐기는 것만 신경쓰면 된다.
▲틱톡의 #만화에빠지다 필터(사진제공 : 연합뉴스 TV 한가현 뉴스캐스터 @hanga)
틱톡은 전문가 수준의 촬영 장비에 고성능 PC, 프리미어 프로 등 영상 편집 툴 기술까지 필요한 유튜브와 달리, 스마트폰 하나면 영상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영상 편집 역시 유사 앱 대비 최고 수준의 기능성과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유튜브는 진입장벽이 있는 반면, 틱톡에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는 틱톡만의 고유문화인 ‘챌린지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한몫했다. 틱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가수들의 릴레이 댄스, ‘오나나’ 음악만 들으면 떠오르는 오나나 댄스 모두 틱톡 안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챌린지. 코로나19 이후엔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충분히 손을 씻는 ‘손 씻기 챌린지’도 등장했다.
사실 해시 기반의 챌린지나 캠페인이 틱톡에서 먼저 발생한 것은 아니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페이스북에서 몇 년 전 유행했고, 쓰레기를 치우고 인증샷을 찍는 #trashtag 등 챌린지도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한 바 있다.
▲틱톡 챌린지는 고유의 문화가 됐다. 올 상반기 큰 인기를 얻은 아무노래 챌린지(왼쪽)와 두아리파 챌린지(오른쪽)(사진제공 : 동영상 크리에이터 채자매 @chaesisters, 연합뉴스 TV 한가현 뉴스캐스터 @hanga)
그런데 왜 틱톡 챌린지는 고유의 문화가 되고 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기존 챌린지들은 유명인들이 지목해줘야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Z세대가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 반면 틱톡에서는 디아멜리오와 같은 10대들이 자신이 원하는 챌린지를 직접 골라 영상을 올렸다. 이 방법으로는 누구나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누구에게나 노출될 수 있다.
틱톡은 손쉽게 세계적인 ‘인싸’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 2030에게 유튜버들이 최고의 스타가 되고 있는 것처럼, 편견 없는 10대들에게는 틱토커(Tiktoker)들이 최고의 스타가 되고 있다.
틱톡은 영상 플랫폼이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소셜 미디어기도 하다. 유튜브는 소셜 미디어의 기능이 부족하고, 인스타그램은 영상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다. 틱톡은 현재 가장 뜨거운 앱이자, 미래에도 가장 뜨거울 앱이다.
기록으로만 따져봐도 틱톡은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1월 틱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모비데이즈가 ‘PRE-MAX Conference’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틱톡은 동남아시아에서만 약 1억 2,000만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약 8,400만 명, 중국에서도 약 6,500만 명이 틱톡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약 1,500만 명)과 한국(약 430만 명)을 포함하면 틱톡의 글로벌 사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놀라운 점은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비율이다. 작년에 개최된 ‘씨로켓 컨퍼런스 2019’에서 틱톡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사용자 중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사용자 비율은 66%에 달한다. 공유와 댓글 등의 소극적 참여 사용자까지 기준을 확대하면 사용자 참여 비율은 91%까지 치솟는다.
이 같은 틱톡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IT 기업의 Z세대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정답’을 찾아낼 힌트를 보여준 것이다.
수많은 IT 기업들이 틱톡을 따라잡기 위해 틱톡의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 기능(Reels), 페이스북의 라쏘(Lasso) 등 다양한 앱들이 음원 라이선스를 해결한 세로 영상을 선보이고 있고, 틱톡과 비슷한 전략으로 Z세대를 자극하는 앱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의 자회사 SNOW에서 출시한 캐릭터 제작 어플리케이션 ‘제페토(ZEPETO)’. 2018년 8월에 출시한 제페토는 얼굴을 인식해 자신과 닮은 3D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꾸며 친구의 아바타와 소통하도록 하는 소셜 미디어다. 틱톡이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제페토는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는 셈.
현재 틱톡을 인수하기 위해 여러 IT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트위터(Twitter), 오라클(Oracle) 등과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행정명령에 의하면 틱톡은 9월 15일까지 미국 법인 인수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틱톡은 게임이자 카메라 앱, AI 앱인 동시에 소셜 미디어다. 다양한 기능을 대량의 소비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얼굴 인식이나 동작 인식 등의 AI를 학습하기에도,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기에도 좋은 데이터이므로 현재나 미래의 컨슈머(Consumer) 성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인수 협상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주로 생산성 위주의 소프트웨어 기업들로, 이들이 틱톡을 인수할 경우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Z세대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것은 큰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Z세대는 자기표현에 목말라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표출하지만, 가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어른들의 관심보다는 동세대의 관심을 더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10대를 위한 모바일 앱을 기획할 때는 가장 먼저 10대를 타깃으로 삼은 후, 다른 세대에 퍼져 나가도록 제작해야 한다. 또한, 콘텐츠 제작은 쉬우면서도 콘텐츠 노출 방식은 공정해야 한다. 또한, 음원, AR 콘텐츠 등의 수급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며, 콘텐츠 제작 외에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틱톡이 몸소 실천해 성공을 이뤄냄으로써, IT 업계에 공개한 ‘Z세대 공략법’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