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함과 세심함이 요구되는 DRAM OPC 팀에는 ‘질주 본능’을 숨기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질주 본능은 퇴근 후에 되살아나는데요. 오늘의 주인공이 푹~ 빠져 있는 취미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거친 산속을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산악자전거’입니다.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을 맞아 시간만 나면 산으로 향한다는 그를 만나기 위해 설봉산에 다녀왔습니다. DRAM OPC 이지호 TL의 짜릿한 워라밸 스토리,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DRAM OPC에서 근무 중인 이지호입니다. 동기의 추천으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처음 하는 인터뷰라 많이 낯설고 부끄럽네요”
이지호 TL이 속한 DRAM OPC는 설계에서 제작한 Layout이 노광을 거치면서 생기는 오차를 보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TL은 팀 내 선배들을 도와 특정 공정의 OPC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빛을 이용해서 반도체 회로를 찍을 때, 큰 회로는 상관없지만 작은 회로는 빛의 성질로 인해 원하는 대로 안 찍히거든요. 그래서 그 오차를 보정해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회로가 제대로 찍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지호 TL의 업무는 0.1 나노 단위를 다루는 섬세한 작업인 만큼 꼼꼼함과 세심함,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평소 중심과 균형을 맞추는 일을 좋아했다는 이 TL에게 OPC 업무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고 하는데요. 대학 시절 SK하이닉스 인턴을 통해 반도체 직무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산학장학생 때 경험했던 OPC 업무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결국 입사 후에도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답니다.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다른 요소보다 '일의 흥미'를 중요시한다는 이지호 TL. 마냥 워커홀릭일 것만 같은 그에게는 한 가지 반전 취미가 있다고 합니다.
“산악자전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17년도 여름이었어요. 당시 저는 도로에서 사이클을 탔었는데 동아리 선배들의 권유로 자전거를 빌려 산에 가게 되었죠. 사실 처음엔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크게 내키진 않았어요.”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는 산악자전거는 안 타본 사람들 눈에는 매우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평소 사이클, 스키 등 운동 꽤나 했던 이 TL 역시 두려움이 앞섰다고 합니다. 이지호 TL과 산악자전거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지호 TL은 최소 한 주에 두 번은 꼭 산악자전거를 탑니다. 평일에는 근처 설봉산으로, 주말에는 강원도 용평의 MTB 파크로 떠나죠. 주로 함께하는 크루는 대학 시절 사이클을 함께 탔던 동아리 선후배, 동기들입니다. 조만간 이천에서도 동호회를 가입해 활동할 예정입니다. 이 TL이 이토록 산악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스릴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잘 다져진 내리막길에서는 속도감을, 험난한 코스에서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사실 타면서도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되고, 한 번씩 자전거가 통통 튀면 무서울 때도 있죠. 그런데 그 스릴을 잊지 못해서 계속 올라가는 것 같아요.”
내리막길의 스릴을 느끼려면 반드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법! 이지호 TL은 단 3분의 스릴을 위해 30분을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고될 법도 하지만, 그에게 있어 오르막길은 과정의 일부이며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몰랐던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고, 딱따구리 소리를 들으며 힐링을 하기도 하죠. 운이 좋으면 귀여운 다람쥐도 만날 수 있고요.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중요해요. 산에서 자전거를 타면 조그만 단차나 지형들도 경사 때문에 과장되게 느껴져 몸이 움츠러들기 마련이거든요. 겁을 먹을수록 더 몸이 굳어 내려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거친 산길을 돌파하는 능력과 순간적인 판단력, 지치지 않는 지구력, 장애물을 두려워 않는 담대함까지. 산악자전거를 타며 다져온 다양한 능력은 분명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지호 TL이 이런 와일드한 취미에 빠지게 된 건 단지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그에게는 또 다른 취미가 있는데요, 바로 설원 위를 질주하는 ‘스키’입니다. 이쯤 되면 그의 몸에 ‘익스트림 DNA’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스키를 오래 타서 산악자전거로 빠진 것 같기도 해요. 보통 스키랑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경우가 많거든요. 쓰는 근육도 비슷하고, 내리막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사실 스키 시즌을 기다리며 즐길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웃음)”
산악자전거는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지호 TL은 업무에서도 언제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아직 배우는 단계여서이기도 하지만, 작은 실수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업무를 하다 보면 누구나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TL은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비가 내려 자전거를 타지 않고 하루 종일 방에서 휴식을 취했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온 주말보다 월요일에 출근하기가 더 힘들었어요. 굉장히 활동적인 취미인 만큼 업무에도 활력이 되는 건 확실해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산악자전거는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을 뿐 아니라 장소의 제약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일도 취미도 놓치지 않는 이지호 TL에게 워라밸을 잘 지킬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뻔하긴 하지만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에요. 워라밸을 위한 시간은 따로 있지 않아요. 취미를 즐기려면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야 하죠. 사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하루로 따졌을 때 그런 시간이 모이면 굉장히 크거든요.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운동하는 데 쓰는 것이죠.”
이지호 TL은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로 SK하이닉스의 자율출퇴근제를 꼽습니다. 기존에는 8시 반에 출근해 5시 반에 퇴근했다면, 자율출퇴근제 도입 이후 하루 8시간을 근무하되 코어타임(10:30~12:00, 14:00~15:30)을 제외하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게 되었죠. 요즘에는 해가 길어져 새벽에 출근해서 이른 오후에 퇴근하여 여유롭게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출근 시간을 조정해 새벽에 타고 오기도 하고요.
하루 24시간을 빈틈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지호 TL. 그런 그에게 먼 미래의 꿈을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최종 꿈은 지금 즐기고 있는 취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과 취미를 즐기며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최종 꿈은 캐나다 휘슬러 파크 근처에 피자집을 차려놓고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랍니다. 그곳이 스키와 산악자전거의 성지로 유명하거든요. 또,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생각만 해도 행복한데요? (웃음)”
워라밸의 정석처럼 보이는 이지호 TL에게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건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걸 느낍니다. 생활 속 작은 목표들이 모여 생활 패턴을 이루고, 그것이 습관으로 정착되어 워라밸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일도 취미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그의 하루와 일주일 그리고 365일이 언제나 즐거운 에너지로 가득 찬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