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畵龍㸃睛)’ 용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 완성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잘 마무리하는 것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그전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고가 헛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반도체 개발분야에도 ‘화룡점정’의 중임을 맡고 있는 부서가 있다. SK하이닉스 DRAM 개발본부 내 DRAM AE(Application Engineering, System Engineering의 새 이름) 담당이 바로 그 곳. 뉴스룸은 이 곳을 찾아 DRAM AE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또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나의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설계부터 모듈 제작까지 많은 단계와 테스트를 거친다. 그 중 DRAM AE 부서는 양산 직전 System Level에서의 마지막 검증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 이를 위해 OS, BIOS, SW뿐 아니라 HW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품 세대별로 팀을 꾸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제품 완성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DRAM이 실제 사용환경이나 온도, 전압, 구동시간, 작동방식 등 다양한 변수 하에서도 모듈 안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 모든 신규 개발 제품은 이 검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양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테스트 과정이나 고객 샘플 제공 단계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 앞으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일도 DRAM AE가 맡고 있는 일.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불량은 ‘실패’의 동의어지만, AE 업무 담당자에겐 발견된 불량은 실패가 아닌 ‘성공’의 전제조건이다. 생산 단계에선 불량품이 발생하면 동일한 원재료를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완성품이 그만큼 줄어들지만, 양산 전 발생 가능한 잠재 불량을 찾아 미리 개선할 수 있다면 그만큼 생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품을 줄일 수 있기 때문. DRAM AE는 지금도 실패에서 성공의 길을 찾는 노력을 반복하고 있다.
또, DRAM AE 부서는 고객들이 신규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해, 개발 중인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 SK하이닉스의 제품이 사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시스템 개선 과정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이런 노력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관계도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DRAM AE 업무에 대해 더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DRAM AE 부서 내 Mobile AE에 소속된 김호영 TL과 Computing AE에 소속된 조장환 TL을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DRAM 단품에 대한 AE 업무를 맡고 있다. DRAM 제품이 실제 모바일 기기의 시스템 환경에서 제대로 구동하고 있는지 테스트하고, 다양한 물리적∙환경적 조건에서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또 테스트 중 불량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Q.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전체적으로 조직 구성원이 젊고 해외 출장/파견 경험이 있는 구성원들이 많다. 덕분에 활기차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 고객 중 해외 고객들이 많은데,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언어능력도 좋고 업무 처리 능력도 뛰어나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고 있다. 이런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든든하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개발 업무와 파워 경쟁력, 성능 그리고 동작관점(Workload) 관련해 시스템 분석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다양한 항목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다. 간혹 특정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이런 업무들이 분석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불량 분석 중 기존에 알지 못했던 것들이 발견되고 관련 이슈들까지 한 번에 해결될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그 시스템에 대해 전문가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Q. 업무 중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또,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해 고생하지만,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 원인을 밝혀내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때 느끼는 성취감도 큰 것 같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힘들어도 불량 이슈를 꾸준히 분석하고 해결해갈 수 있는 것 같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DRAM Maker이기 때문에 DRAM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고 그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 모바일 분야의 경우 AP(Application Processor) 제조업체가 굉장히 많아 실제 시스템상 펌웨어(Firmware)의 동작 환경을 잘 알고 있어야 시스템의 워크로드(workload)를 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 또, 추론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불량 원인을 잘 분석하기 위해서는 평소 이론적인 지식을 축적해 다양한 시나리오(Scenario, 가설)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시나리오에 현상을 대입해가며 상관관계를 추론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System Architecture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반도체 개발기술이 업그레이드 되고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계 트렌드나 신기술 관련 정보를 계속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AP가 출시될 때마다 회사 내 상품기획 조직이나 협력업체를 통해 그 AP 관련 정보를 수집해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적극적인 자세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불량이 생기거나 품질 이슈가 생기면 해결을 위해 여러 각도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고민해야 될 때도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르면 그 분야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해야 한다. 그럴 때 적극적인 자세가 많이 도움이 된다. 또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인 만큼, 끝까지 맡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 책임 있는 자세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Q. 미래 만나게 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AE 분야가 생소하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몰라 주저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일단 지원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들어오면 업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건 똑같기 때문. 지원해서 들어오기만 하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동료 구성원들에게 배우며 누구보다 뛰어난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꼭 얘기하고 싶다.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후배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PC, 노트북, 데이터 센터 등 컴퓨터에 들어가는 DRAM 모듈에 대한 AE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주력제품이 DDR4인데 이 제품을 맡아 AE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을 때 불량이 나면 불량의 원인을 찾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불량의 책임이 고객사에게 있는지, 우리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 만약 우리 잘못이면 관련 부서와 협업하여 문제가 된 원인을 개선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 엔지니어들과 협업을 통해 좋은 관계를 확보하는 것도 업무의 한 부분이다.
Q.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SK하이닉스에서 선후배 간 소통(Speak up)이 가장 잘 되는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항상 대화를 하면서 업무를 해나가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다. 불량 원인을 특정하고 개선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많이 참고해야 하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경험’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 이런 업무 특성상 선배들이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후배들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양산을 앞두고 불량이 발생했는데 원인을 빠르게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도출해냈을 때, 그리고 이런 노력 끝에 고객으로부터 “빠른 대처 덕분에 제품 생산 일정에 차질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의 업무를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AE 업무를 할 때는 고객 대응뿐 아니라 불량 분석, 내부 구성원 간 이견 조율까지 항상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Q. 업무 중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또,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한 번은 불량 분석을 한 달 이상 끈 적이 있었다. 양산이 예정된 메모리 모듈이었는데 갑자기 불량이 발생하고, 또 불량 분석이 오랫동안 진척되지 않아 좌절했다. 그러다 ‘그래도 이 불량에 대해 이만큼 아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과 여기가 배수진(내 뒤에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도 부서도 없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전문가라는 마음가짐으로 문제에 집중해 결국 불량 원인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번뜩이는 창의력,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엮어 추론하고 논리적인 흐름을 차근차근 만드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또, 설계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좋다. 회로 동작 구조를 알고 있으면 불량이 났을 때 불량의 원인을 추정하기 쉽기 때문. 실제로 설계나 제조 분야에서 근무하던 구성원 중 AE 업무로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본적으로 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라면 꼭 설계 역량이 없어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업무를 숙달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E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상품기획 데이터, 외부적으로는 컨퍼런스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또 업계 동향도 늘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스템 회사에서 앞으로 어떤 시스템을 개발할지, 개발일정이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는지 이런 이슈들에 계속 주목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슈들이 우리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계속 고민하고 예측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끈기와 호기심이 중요하다. 불량이 발생해 원인을 찾을 때, 오래 걸리면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매달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문제를 항상 궁금해하고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갖추고 있으면 쉽게 업무에 적응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Q. 미래 만나게 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AE 업무를 하다 보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 가깝게 성장하게 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몰라 고민하는 친구들이 AE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역할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일은 얼마든지 와서 배울 수 있다. 업무 적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HW, SW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는 AE 업무에 일단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