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SK하이닉스 블로그에 <이달의 반도체 핫토픽> 시리즈가 연재됩니다. <이달의 반도체 핫토픽>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향과 함께 전체 전자 산업계 흐름을 짚어봅니다. 이 달에는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평가에서 미국이 중국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과 마이크론의 중국 특허 침해 소송, 인텔 창립 50주년, 브로드컴의 소프트웨어 회사 CA테크놀로지 인수 합의 등 굵직한 뉴스가 많습니다.
지난 6월 말,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를 매기는 ‘TOP500’에서 미국이 중국을 누르고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슈퍼컴퓨터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기술적 요소도 있지만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사실 좋은 CPU나 메모리가 탑재되면 되는 것이거든요. 슈퍼컴퓨터는 천문이나 기상관측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쓰입니다. 더 빠른 슈퍼컴퓨터를 보유했다면, 더 빨리 연구 결과를 볼 수 있겠죠. 즉, 슈퍼컴퓨터에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가 과학 연구 역시 더 활발하다는 것이 일반론입니다.
아래는 최근 발표된 순위입니다. 시스템 이름, 국가, 성능(페타플롭스 단위)으로 나뉩니다. 한국은 201위에 랭크되었다고 하네요.
중국 법원이 7월 초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 현지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판정을 내렸습니다.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마이크론 D램과 낸드플래시가 대만 UMC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이 같이 결정했습니다. 이는 ‘보복’ 성격이 강합니다. UMC는 중국 지방정부와 함께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JHICC)를 합작 운용 중인데요.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UMC JHICC가 자사 메모리 특허 및 영업 비밀을 복제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크론이 UMC와 JHICC 기술을 도용했다고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적자산에 대한 이런 중국의 태도는 향후 국내 기업에게도 많은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소송을 걸었을 때 오히려 우리 기업이 기술을 도용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12년간 이어온 메모리 공동 협력을 중단합니다. 내년 상반기 발표될 2세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이후부터는 각자 알아서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양사는 IM플래시라는 회사를 세워서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협력해왔습니다. 2005년부터 협력했으나 올해 1월부터 이 같은 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혀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3D 크로스포인트는 계속 공동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발표로 양사가 완전히 결별을 하게 된 셈입니다. 한편, 마이크론은 최근 메모리 호황을 맞아 재정 상황이 매우 좋습니다.
인텔이 7월 18일(미국시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인텔은 1968년 페어차일드 출신 노버드 노이스, 고든 무어가 공동 창립한 회사입니다. 첫 사명은 두명 공동 창업자의 이름을 따 ‘NM 일렉트로닉스’로 지었는데 이후 Intelco라는 회사에 일부 돈을 주고 Intel 이라는 사명을 사왔습니다. 80년대 중반 일본과 한국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하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과감하게 D램 사업을 접었고, 이후 세계 최고의 CPU 회사가 됐습니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매출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지만, 이 시황이 꺾이면 다시 1위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창업 50주년을 맞은 인텔은 현재 혼란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CEO였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가 과거 행적(사내 연애)이 문제가 돼 사임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과거 행적이 단지 명분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와 함께 일했던 2인자들이 모두 회사에서 나갔거든요. 이 때문에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램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근래 CEO가 바뀐 반도체 회사입니다. TI 브라이언 크러처의 경우 CEO 된 지 6주 만에 ‘행동강령’ 위반으로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다 실패하자 소프트웨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CA 테크놀로지를 189억 달러(약 21조 원)에 인수키로 합의했습니다. 무선랜 칩셋 전문 회사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는 뜬금없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브로드컴의 CEO인 훅 탄이 M&A로 재미를 많이 봤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일단 인수를 하면 비용 통제를 위해 구조조정 과정을 거듭하고, R&D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산업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브로드컴과는 달리 ST마이크로 등 다른 반도체 업체는 사업과 연계성이 있는 M&A를 했습니다. ST마이크로는 덴마크의 임베디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용 그래픽 전문 회사인 드라우프너 그래픽스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터치GFX 공급업체입니다. 터치GFX는 임베디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에 최적화된 그래픽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전문회사인 자일링스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베이징의 디피 테크놀로지를 인수했습니다. 디피 테크놀로지는 직원수가 200명 정도인 회사인데요. 칭화대학 및 스탠포드 대학교 출신 인재들이 설립했습니다. 신경망 네트워크에 기반한 AI 칩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벤츠 등을 소유한 독일 자동차 그룹 다임러가 전장업체인 보쉬,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와 협력해 머신러닝 기반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키로 했습니다. 2019년 하반기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용할 계획입니다. 이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페가수스 AI 모듈이 탑재됩니다. 다임러는 2020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과거에 나온 엔비디아 드라이브 PX 같은 모듈은 전력 소모량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차량 내 제너레이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주행하다가 차가 서버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산업 발전을 위해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을 R&D에 투입키로 했습니다. 수백조 규모를 쏟아붓는 중국과 비교하면 그 금액이 작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미국은 다양한 연구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죠.
미국 국방부의 연구 부문인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전자 기술을 부흥하는 이니셔티브(ERI:Electronics Resurgence Initiative)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R&D 프로젝트에 15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IBM과 인텔, ARM과 글로벌 파운드리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큰 그림은 ‘무어의 법칙’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칩 사이즈 축소 경향이 둔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죠. 한국도 산업부와 과기정통부 공동으로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과제 예산을 타내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