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 가운데로 가고 있는 6월의 어느 날, 날씨만큼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가 후끈합니다. SK하이닉스의 조직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제2회 SK하이닉스 해커톤 시상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꽤 익숙한 단어인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기획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단기간에 거쳐 프로그램이나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축제 같은 대회입니다. 해커톤과 SK하이닉스, 이 이색적인 만남은 지난해에 이어 벌써 두 번째인데요. 조금은 남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SK하이닉스만의 난제 해결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해커톤 대회 시상식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지난 두 달 간의 노력을 최종 심사받는 날. 최종 참가팀 10팀이 5분간의 현장 발표를 통해 현장투표와 실무진의 심사로 판가름 납니다. 이 10개 아이템은 확보 가능한 Data 유/무, Data의 양, 활용 가능한 모델링 유/무, 기간 내 결과 확보 가능 여부, 비즈 임팩트, 효용 가치와 파급효과 등 까다로운 평가 기준과 섬세한 심사를 통해 54개 아이템 중 선정된 주옥입니다.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고 조직 내 난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탄생한 대회입니다. 올해는 팀마다 임원급 스폰서를 두어 현장 적용과 경영성과 측면의 시너지를 높였습니다.”
_ 염철웅TL
SK하이닉스 해커톤의 특별한 점은 현업에서 문제를 찾고 바로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하이지니어들은 어떻게 하면 Big Data 분석과 머신러닝 등을 통해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알고리즘 분석이나 코딩 등 이에 필요한 지식은 행사가 진행되는 2달간 학습할 수 있으며, 멘토와 스폰서가 입체적으로 멘토링 합니다. 예측한 결과에 이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하이지니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 이 과정 자체가 이 해커톤의 목적일 것입니다.
1회와 달리 2회에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참관하는 다른 하이지니어들이 실시간 현장 투표를 해 발표팀 중 ‘최고 가치상’을 선정하는 행사인데요.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바뀌는 ‘최고 가치상’ 수상자를 보는 재미와 세리머니가 해커톤이 축제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였습니다.
이날의 최고 가치상은 네 번째로 발표한 Assemble 팀이 받았습니다. Assemble 팀은 ‘Power Network Data 기반 PDN 예측 모델 개발’이란 주제로 발표했는데, 2~3일 걸린 저항 측정을 수시간으로 감소하게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칼퇴’까지 가능케 한 효율성 강조로 하이지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비록 최고 가치상 수상은 못했지만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BG Bending을 주제로 발표한 Temper Paratus 팀, ‘어떻게 하면 ETCH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HARC Etch 팀, ‘DRAM WT의 SAC FBC에 영향을 미치는 para 탐색’을 주제로 한 Particle in a Box 팀, ‘IoT를 활용한 Deep Learning 기반 Ionizer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SK하이닉스 사내벤처인 하이개라지(HiGarage) 입성까지 목표로 한다는 PS 팀, ‘ML을 활용한 메모리 사용량 예측으로 설계 시뮬레이션 TAT보장’의 캐시(CAD Simulation) 팀까지 모든 아이디어가 하이지니어 바이어들의 ‘좋아요’로 가득 찼습니다.
“이전에는 현존하는 기존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커톤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_ ACL_ML 팀
해커톤을 통해 도출된 Prototype 결과물이 곧장 현장에 적용될 수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업에서 나온 실무 밀접한 아이디어가 SK하이닉스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지난 1회에 있었던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디벨롭(Develop) 과정을 거쳐 하이개라지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실제 생산 시스템에 탑재되어 현장 적용되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2회에는 이 디벨롭과 지원을 강화했는데요. 참가 팀별로 임원급 스폰서를 배정해 현장 적용과 경영 성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팔로우업(Follow up) 지원이 일 예입니다.
김춘환 ThinFilm기술담당은 “2~30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의사결정을 할 때 경험과 지식에 의존에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해커톤을 통해 데이터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고, 통계적 기반의 데이터 분석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며 기술과 개인 경험의 시너지에 주목했고, 박찬진 Data Science 담당은 “주니어 연구원과 현장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기회가 좋았다”라며 직접 스폰서로 참여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분이 입을 모아 단 2회 만에 큰 성장을 봤다며 다음 해커톤에 대한 기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에 행사 주최팀에서는 “이번 2회에서는 리더급 멤버가 팀에 합류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다음 해커톤은 ‘조직 리더와 함께하는 난제 해결’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하고 싶다”라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오늘 발표한 모든 팀에게 상이 수여되었는데요. 2회 SK하이닉스 해커톤 대상의 영광은 ‘Reinforcement Learning based Optimal Silicon Interposer Design’을 발표한 AIRLine팀에게 돌아갔습니다. 금상은 ‘업무효율을 위한 Electro Plating Process RCP예측 모델 Set up’의 BTS(Bigdata TSV Semiconductor)팀이, 그리고 은상은 ‘PCRAM Big Data 분석을 통한 ECC불량 Main Factor 도출 및 개선’을 발표한 Las Vegas팀이 수상했습니다.
“다이슨 청소기는 최초의 아이디어가 나온 후 5,300회 이상의 프로토타이핑이 이루어졌습니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 반복과 실패는 당연합니다. 여러분은 도전하십시오. 그 환경은 회사가 마련하겠습니다. 대신 오천 번의 반복은 컴퓨터가 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몫은 환경에 닥친 문제를 디파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솔루션이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_ 송창록 DT 담당
▲ 대상팀 AIRLine (DRAM개발사업 김혜원 / DRAM개발사업 배태일 / DRAM개발사업 이원철 / DT 장동철)
Q. 대상 축하드립니다. 우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은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해커톤 대회를 통해서 머신러닝으로 실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진행한 주제가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강화학습 방식이어서 짧은 기간 내에 완료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는데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Q. 연구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개발 업무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를 보면서 강화학습을 개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자사 custom memory의 silicon interposer를 개발하는 업무가 올해 상반기에 저희 CoE 에서 진행되었는데요. interposer의 bump 배치가 마치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과 유사했고, 이 업무에 강화학습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해커톤 후 디벨롭 방향이나 실무 적용 계획이 있으시다면?
금년과 내년에 개발 예정인 custom memory와 HBM에 적용할 silicon interposer 개발 업무에 바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강화학습을 통해 interposer의 초기 bump 배치를 구하고 엔지니어가 최종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머신러닝 알고리즘과의 결합도 고민 중입니다.
Q. 지난 두 달 간 해커톤을 참여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해커톤을 진행한 두 달 동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크고 작은 기술적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프로답게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원들께 정말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형식적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참가자들은 어느 해커톤보다 ‘열심’이었고, 회사는 ‘적극적’이었습니다. ‘왁자지컬 (왁자智Culture)’이라는 SK하이닉스 조직문화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한 이 해커톤 대회가 SK하이닉스의 미래의 단편처럼 느껴집니다. 웃고 떠들어서가 아닌 그 속에서 성취와 조직적 공감이 있기에 더 즐거웠던 해커톤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