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가 유난히 빨리 찾아온 듯한 이번 겨울.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최대한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와 반대로 혼자서도 잘 노는 집돌이, 집순이들은 겨울이 오히려 반갑습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정말 많거든요. 저 역시 자타공인 집순이인 만큼, 겨울을 즐겁게 나는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요. 오늘은 추운 겨울을 스마트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띠리리리"
시계 알람이 울린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아직 이불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이른 추위가 찾아왔고, 추워도 너무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럴 땐 주말만이라도 그저 방안에 콕 박혀 나오지 않는 게 최고라는 건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먼저 알고는 이불 밖으로 단 한 걸음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죠.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 저에겐 겨울에 집 앞 편의점을 다녀오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엄동설한에 그 어딘가를 가는 건 정말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을 절로 외칠 수 밖에 없기에, 겨울만 되면 집순이가 되는 걸 자처하게 되네요.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침대와 물아일체 되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겨울날 집순이는 집에서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안에 따뜻함을 더해줄 음악을 트는 일입니다. 굳이 음악 리스트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음성인식 스피커에 말만 하면 되는 세상이니깐요. “겨울에 어울리는 음악 틀어줘”나 “이불과 한 몸일 때 듣기 좋은 음악” 등의 심오한(?) 주문을 걸기도 하지만 똑똑한 음성인식 스피커는 당황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불 안에서 한껏 무드를 잡을 수 있는 세상에 다시 한번 놀란 후, 드디어 투두리스트(To Do List)를 하나씩 해결할 시간이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밀린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는 일인데요. 몸을 일으켜 책상까지 갈 이유 역시 없습니다. 그저 침대 위에서 태블릿으로 이 모든 걸 할 수 있으니 말이죠. 혹자는 게으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논스톱으로 영화 2편과 주중에 보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3편이나 끝낸 후에 느끼는 뿌듯함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오히려 한 걸음도 내딛지 않고 이뤄낸 쾌거(?)에 만족감은 아주 충만해집니다.
그렇다고 혼자 ‘방콕’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는 일 역시 집에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겨울이 되면 굳이 강남이나 홍대 번잡스러운 곳에서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약속 장소는 바로 우리 집. 각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와서 빔프로젝터로 함께 영화를 보는데요. 거기에 귤만 손에 쥐어지면 ‘행복이 뭐 별거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보일러로 따뜻하게 데운 방바닥에서 한 손엔 귤과 한 손엔 프로젝터 리모컨만 있으면 모든 준비는 끝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수다 한 판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하루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집순이로서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진일보된 기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부터 태블릿과 빔프로젝터 거기다 침대에 누워 본 거 또 보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기술로 점철된 기기 덕분에 쉴 틈 없이 집에서 겨울을 만끽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건 손톱만 한 반도체라는 사실 역시 깜빡할 뻔 했네요.
이 겨울날 집에서 집순이로서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어느새 기술이라는 것이 더 이상 휘황찬란하거나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 삶 속에 어느새 스며들어 삶을 더욱 여유롭고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기술의 새로운 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약된 기술이 담긴 반도체 하나로 우리의 삶은 알게 모르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요?
이제 기술은 발전의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얼마나 녹아드느냐, 그리고 얼마나 한결 풍요롭게 해주느냐의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손톱만 한 반도체는 그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고요. 그 덕분에 올 겨울은 따뜻한 집에서 집순이로서 재미와 여유를 더욱 만끽할 일만 남았습니다.
거리를 수놓은 크리스마스 장식, 울려 퍼지는 캐롤, 북적이는 사람들. 2017년도 어느덧 끝자락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그리고, 매해 그랬듯 우리는 길고 긴 겨울을 나야 할 텐데요. 매서운 바람에 잔뜩 웅크리게 되지만, 훈훈한 공기가 감도는 집 안에 가만히만 있어도 소소한 행복을 주는 계절입니다. 어느새 우리 삶에 녹아든 수많은 반도체와 함께 따뜻한 기억만으로 가득한 겨울을 만끽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