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말 무조건 A’. 도체는 자신의 목표를 벽에 써 붙인 후 비장한 모습으로 책상에 앉습니다. 이를 본 가오는 그게 가능하겠냐며 코웃음을 칩니다.
도체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두꺼운 전공 책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며 책상을 가득 채웁니다. 이 책 저 책 살펴보며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한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처음의 의욕은 희미해져 갑니다. 겹겹이 쌓인 책과 깨알 같은 글씨를 보고 있자니 가오는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반면, 옆자리 가오는 두꺼운 전공 서적 대신 태블릿PC를 들고 한껏 여유를 부립니다. 태블릿pc 안에 시험범위 내용을 넣어놓고 공부하는 모습이 도체와는 대비되는데요. 공부할 내용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공대생다운 ‘스마트’한 공부법인 듯 하네요.
도체는 시험범위의 절반 밖에 공부하지 못했는데, 야속하게도 시계바늘은 벌써 새벽 2시를 가리킵니다. 머리를 쥐어 싸고 힘들어하던 도체는 아예 책을 베고 누워버리는데요. A학점을 위한 벼락치기는 역시 실패로 돌아가는 걸까요?
불과 하루도 안 되어 의지가 꺾인 도체를 보며 가오가 한숨 쉬며 말합니다.
“도체야, 이 손톱만큼 작은 반도체에는 시험범위를 모두 담을 수 있지만, 너의 머리는.. 그냥 크기만 하구나..”
가오의 말에 도체는 뒤늦게 자신이 보고 있던 책 한 페이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는데요. 그렇다면 가오가 이용한 전자기기들 속 조그마한 반도체는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가오가 기말고사를 스마트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전자기기에 탑재된 ‘반도체’ 덕분입니다.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로 탑재됩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숨은 주역’이었던 것이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내 손안의 컴퓨터’가 당연해진 지금, 우리는 개인마다 수십~수백만 기가바이트씩의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한 대는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막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죠. 이런 정보들을 ‘0’과 ‘1’의 디지털신호로 바꿔 저장해주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바로 이 메모리 반도체 덕분에 우리는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오가 스마트폰에 책을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는 것처럼 말이죠.
기기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전자기기에는 D램(DRAM), S램(SRAM), 낸드플래시(NAND Flash), CPU, 아날로그 IC(Analog IC), CMOS 이미지센서 등 매우 다양한 반도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로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D램은 전원공급이 끊어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로, 하나의 기억소자에 1개의 트랜지스터, 1개의 커패시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패시터 특성상 D램은 일정한 주기로 리프레시(refresh) 과정이 필요하지만, 회로 구조가 간단해 저비용으로 대용량 메모리를 제작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렇듯 D램의 ‘가격대비 성능’이 훌륭하기 때문에 PC는 물론 스마트폰, 게임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자기기들이 점점 소형화, 모바일화 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의 향상과 저전력에 기반을 맞춰 현재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원을 끄면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는 달리, 낸드플래시는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전원이 끊겨도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특히 데이터를 자유롭게 저장 및 삭제 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성이 높은 디바이스의 저장장치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SD 메모리카드, 스마트폰 메모리, PC와 노트북에 사용하는 SSD, 그리고 USB 메모리까지 다양한 제품에 탑재됩니다.
최근에는 기존 평면의 낸드플래시를 다시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늘린 3차원 3D 낸드플래시가 등장했는데요. 3D 낸드플래시는 수직 구조의 셀을 가지고 있어 비트 라인간의 간섭을 최소화 했으며, 플로팅 게이트를 대신하여 절연체를 사용함으로써 워드 라인 간의 간섭이 적어 기존 NAND 대비 2배 이상 높은 신뢰성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D램과 낸드플래시가 쓰이지 않는 전자기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무거운 책들을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태블릿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연례행사처럼 가끔씩 들여다보던 앨범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든 열어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되었죠. 이렇듯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일상의 풍경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을 거듭할 반도체로 인해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스마트해질지 기대가 됩니다.
<반도체 ㅇㄱㅇㄹㅇ> 10편에서는 우리의 일상 속 전자기기의 숨은 주역, ‘반도체’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각각 다른 스타일로 공부한 도체와 가오, 과연 기말고사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도체는 과연 꿈에 그리던 A학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에 공개될 <반도체 ㅇㄱㄹㅇ>11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