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 둔 하루 전 날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미세 공정을 다루는 반도체 업계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정이 중단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자 대비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는데요. 반도체 공정이 24시간 가동되는 이유와 가능하도록 어떤 대비 시스템들이 있는지 영하이라이터와 함께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전자산업의 ‘쌀’ 반도체
흔히 반도체를 ‘전자산업의 쌀’로 비유합니다. 그만큼 전자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제조 환경 또한 벼를 기르는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물, 영양분, 기후 등의 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듯이 반도체 제조공정 또한 온도, 습도, 압력 등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공정이 멈추게 다시 최적화된 공정상태로 회복하려면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반도체는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제조공정 특성상 한 부분이 멈추면 연쇄적으로 다른 공정에까지 문제가 생기게 되죠.
생산라인에 차질이 생기면 정상화하는 기간 동안 반도체 생산량은 현저히 떨어지고, 시장에 공급되는 반도체 공급량에 차질이 생겨 결국 전자산업에까지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에 비춰 볼 때,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되는 것이 중요한데요. SK하이닉스에는 생산라인의 중지를 일으킬 만한 잠재적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는 ‘비상 대응 시스템’이 있습니다. 어떠한 요소들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정을 24 시간 가동하게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진이나 진동과 같은 요소들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특수한 미세공정에 치명적입니다. 반도체를 위협하는 지진으로부터 생산라인을 지키기 위해서 SK하이닉스는 어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지 들여다보겠습니다.
하나. 내진설계? 그보다 한 수 위! SK하이닉스의 제진설계
▲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 설치된 댐퍼 구조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건축물의 지진 대비 방식 대부분은 ‘내진설계’입니다. 지진에 손상 받지 않도록 견딜 수 있는 설계 방식인데요. 반도체 공장은 미세한 공정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진을 견디는 것뿐만 아니라 지진에 의한 진동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설계 시 내진설계와 함께 한 단계 강화된 ‘제진설계’로 진동에 대비하도록 하였는데요. 건축물에 진동을 줄이는 특수장치인 댐퍼(damper)라는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써 진동을 감쇠할 수 있도록 대비하였습니다.
둘. 진동에 민감한 장비도 걱정 NO! 공정장비에 설치하는 제진대
▲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 장비 하단에 설치된 제진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 중 작은 진동에도 치명적으로 민감한 것이 있습니다. 빛을 통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장비나, 문제가 있는지 검사하는 MI장비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렇게 진동에 민감한 장비를 위해 대비해 SK하이닉스는 제진대를 설치합니다. 제진대는 지면의 진동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받침대로 진동에 민감한 장비를 설치할 자리에 설치하는데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공정 중에 진동이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제진대를 설치하고 이 위에 장비를 올려둬 진동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셋. 지진을 감지하면 잠시 정지! 포토장비의 진동감지 시스템
▲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포토장비 (출처 : ASML 홈페이지)
웨이퍼 위에 빛을 통해 미세한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공정은 미세한 움직임에도 예민한 공정 중 하나인데요. 이러한 포토장비에도 지진에 대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진동을 감지하면 웨이퍼와 장비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포토장비 스스로 가동을 중단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정상 가동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 포항 지진 시에도 몇 개의 포토장비가 진동을 감지해 일시 정지했고, 신속한 점검 뒤 다시 정상 가동했었죠. 덕분에 지진에 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피해는 없었다고 하니, 이렇게 지진 같은 진동에 만반의 준비를 한 SK하이닉스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열심히 돌아가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갑자기 정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산장비의 가동이 멈추고, 장비가 작업하고 있던 웨이퍼에 결국 불량이 발생할 것 같은데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전기 관리 시스템’을 알아보았습니다.
하나. SK하이닉스 두 개의 심장! 청운 & 아미 변전소
▲ 첫번째 이미지 :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내 청운 변전소 주 변압기를 이건희 영하이라이터가 소개하고 있다. / 두번째 이미지 :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 GIS(가스절연개폐장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는 전원을 공급해주는 아미변전소와 청운변전소가 있습니다. 두 변전소에서는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압을 낮춰 캠퍼스 곳곳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SK하이닉스 캠퍼스 안에 변전소가 두 군데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변전소 자체가 정전대비를 위해서인데요. 만약 캠퍼스에 변전소가 하나인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캠퍼스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이겠죠. 그래서 SK하이닉스에서는 캠퍼스 변전소 두 곳이 각각 다른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 변전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기공급이 필수적인 장비에는 다른 변전소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두 개의 변전시스템이 갖춰져 있더라도, 정전 발생 시 일어나는 문제를 24시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따로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전에는 크게 캠퍼스 외부와 내부에 의한 정전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정전의 원인에 따라서 대응하는 시스템이 달랐는데요. 어떠한 정전 대비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둘. 외부 정전 해결사! 3단계로 구분된 전원등급 시스템
▲ 첫번째 이미지 :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 전원 장치) / 두번째 이미지 : VC(Active Voltage Conditioner, 전압 강하 보상 장치) (출처: ABB 블로그)
반도체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들은 종류에 따라서 공급받는 전원의 등급도 달라집니다. SK하이닉스에서는 총 3단계의 전원등급 시스템으로 각종 장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요. 단지 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등급의 ‘상용전원’, 장마철에 자주 발생하는 형광등이 잠깐 깜빡였다가 복구되는 정도의 순간적인 정전을 관리하는데 사용되는 ‘AVC 전원’, 전기가 끊기더라도 자체 배터리를 통해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UPS 전원’입니다. 천재지변이나 사고에 의해 외부에서 전기공급에 차질이 생긴다고 해도 장비에 공급되는 전류에 문제가 없도록 장비의 특성에 맞게 공급하는 3단계 맞춤형 전원공급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셋. 캠퍼스 내부 정전 해결사! 자동절체시스템
▲ SK하이닉스 캠퍼스 내 배전 설비
외부에 의한 문제가 아닌 캠퍼스 내부의 전기 선로에 발생한 고장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만약 캠퍼스 내부 어느 지점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전기가 문제가 생긴 방향으로 쏠려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전류는 저항이 낮은 곳으로 흐르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인데요. 반도체 특성상 찰나의 정전이라도 반도체 공정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에 대비해 SK하이닉스에서는 캠퍼스 전역에 전기 선로 지점에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빠르게 분리해 다른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하는 ‘자동절체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자동절체시스템을 통해 급작스러운 정전과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함으로써 반도체 공정이 쉬지 않고 가동할 수 있도록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생산라인을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케 하는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시스템을 알아보았습니다. SK하이닉스가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잠재적 위험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비상대응시스템과 이를 365일 관리하며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지닌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금처럼 멈추지 않고 영원히 달려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