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램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인데요. 이러한 이유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IT공룡기업들 역시 반도체 제조업체로부터 적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D램의 품귀현상, 그 배경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SK하이닉스 D램
D램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물량을 달라는 곳이 넘쳐나 ‘공급자 우위’의 시장 판도가 굳어진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서버용 D램에서 유독 심합니다. 극심한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서버용 D램,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살짝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D램은 크게 PC용, 모바일용, 서버용으로 나뉘는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이른 바 ‘D램 빅3’ 업체는 시장 수요를 예상해 3종류의 D램 생산량을 조절합니다. 세 회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용 D램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PC용, 서버용 D램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IT업체들이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데이터센터’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기술 등을 수행하기 위해선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막대한 양의 D램이 필요했던 거죠.
▲ 서버용D램 가격 추이 및 예측
서버용 D램의 품귀현상은 가격을 봐도 짐작 가능합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의 최근 자료를 보면, 서버용 D램(DDR4 16GB RDIMM) 제품의 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1달러로 전년 대비 34%나 올랐습니다. 기가비트(Gb)당 평균 가격도 지난 2월 1.25달러로 전년 동기(0.94달러)보다 33%나 상승했습니다. ‘D램 빅3’ 업체가 지난해 4분기 서버용 D램에서 올린 매출액은 63억21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13.9%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D램익스체인지도 “서버용 D램의 빡빡한 수급은 이번 1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은 데이터센터 수요 등으로 3~5%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서버용 D램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D램 빅3 업체는 올해부터 서버용 D램의 생산 비중을 높이려 하지만, 빠듯한 수급 상황이 얼마나 나아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서버용 D램 생산에 18나노 공정을 적용, 연말쯤에는 18나노 공정 비중을 비트 기준 80%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고, SK하이닉스도 연말까지 18나노 공정을 적용한 서버용 D램 제품 비중을 30%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D램 제조사들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서버용 D램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간 모바일 수요 변화에 끌려 다녔던 D램 시장이 서버용 제품의 꾸준한 판매 증가 덕분에 계절적 비수기를 털어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D램은 전략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4분기 수요가 증가했다가 1분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곤 했었지만, 이런 패턴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서버용 D램의 경우 모바일D램보다 기가비트(Gb)당 평균 가격도 높아 실적에도 긍정적입니다. 올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실적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더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에는 없어서 못 파는 ‘서버용 D램’ 지분이 상당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대용량 서버용 D램의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 77.6%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이 우리 기업들에게 물량을 더 달라고 간청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뿌듯하기도 한데요. ‘D램 강자’ SK하이닉스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서 펼칠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보아도 좋겠죠?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