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가 황금빛 벼로 자라기 위해선 씨를 뿌릴 ‘옥토’가 있어야 한다. ‘산업의 쌀’ 반도체도 마찬가지, 실리콘 웨이퍼가 하나의 칩으로 완성되기 위해선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FAB(Fabrication)’이 바로 그 곳. 땅은 자연의 선물이지만, FAB은 누군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어야 한다. 이번 직무소개의 주인공 건설기획 담당이 하고 있는 일이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천 M16 건설현장에서 이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또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자세히 들어봤다.
건설기획 담당은 SK하이닉스의 모든 중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이행하며 건설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이 이용하는 건물, 반도체가 생산되는 FAB 등을 기획부터 유동관리까지 직접 수행하며, 투철한 주인의식으로 완벽한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건설기획 담당은 총 8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프로젝트가 생기면, 각 팀마다 분야별 담당자가 투입돼 공사를 진행한다. 각 공사 과정은 크게 기획-계획-설계-제작/검수-반입/설치-시운전-유동관리의 총 7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기획은 프로젝트를 꾸리는 첫 번째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각 팀 내 건축/토목, 전기, 설비, 환경, UT, 제어 공사담당이 모여, 예산을 산출하고 프로젝트 일정과 규모를 결정한다. 이어지는 계획 단계에서는 월별 자본적 지출(CAPEX)를 산출하며 세부 일정을 수립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계약 패키지를 구성하는 과정도 거친다.
이처럼 시공 전 계획이 모두 수립되면, 본격적인 시공이 시작된다. FAB 건설은 설계를 먼저 마친 후 시공을 진행하는 일반 건설 업무와 달리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반도체 제조 부분의 Lay-out & UT Matrix 변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이로 인해 공사 과정에서는 설계/구매 단계와 시공 단계가 반복된다. 먼저 건축/토목 공사에 대한 설계에 따라 뼈대와 골조 시공이 이뤄지는 동안 FAB 내부 설계가 이뤄지는 식이다.
내부 설계 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FAB의 윤곽이 드러난다. FAB에 필요한 모든 전기 라인이 설계되고, 각 공정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배관, 배수 라인이 구성된다. 이와 함께 자동제어 시스템과 각 프로세스를 잇는 라인이 구축되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냉/열원, 가스, 화학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구조가 완성된다. 건축/토목 공사가 완료되면, 이 설계에 따라 전기, 설비, 환경, UT, 제어 분야가 서로 맞물려 함께 시공된다. 모든 시공을 마치고 설비 제작 및 검수에 들어가며 반입/설치 단계를 거쳐 시운전과 유동관리까지 끝나면 비로소 새로운 FAB이 탄생한다.
▲ M16 복합FAB 신축 건설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 중인 구성원들
반도체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미세한 작업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각 공정의 단계마다 적용되는 장비나 소재가 각기 다르고, 작업환경도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FAB 건설 담당자에게는 각 반도체 공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또한 건설 과정에선 반도체 공정 특성을 고려한 특별한 공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건축 전반에 대한 전문성도 두루 갖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빛을 통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공정이나 세세한 수치까지 살펴야 하는 계측/검사 공정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흔들리지 않는 작업환경을 위한 철저한 내진설계는 기본, FAB의 위, 아래가 흔들리는 것을 막는 내진 댐퍼를 설치하는 등의 다양한 추가 시공을 통해 내진구조를 특등급으로 만들어야 한다. FAB 건설기획 담당 팀원들은 이처럼 반도체 공정에 최적화된 건축기술 확보를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오성민 TL(왼쪽)과 유한성 TL(오른쪽)이 M16 내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건설기획 담당에선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S-Q-C-D-E’의 목표도 잊지 않는다. 근무하는 공간을 안전(S)하게, 건물의 품질(Q)에 신경 쓰며 적정 비용(C)으로 납기(D) 내에 효율적으로(E) 건설하자는 뜻. 특히 그 중 S인 ‘안전’은 항상 최우선이다. 여기엔 공정에서 구성원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사용자에게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M16 복합FAB 전경
건설기획 담당 업무에 대해 더욱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초고층 복합 FAB인 ‘M16 신축 프로젝트’를 맡은 이천Infra건설 1팀 오성민 TL과 이천Infra건설 2팀 유한성 TL을 만났다.
▲ 이천Infra건설 1팀 오성민 TL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이천Infra건설 1팀, 이천Infra건설 2팀은 이천캠퍼스 내 인프라 건설을 맡고 있는 팀이다. 이천Infra건설 1팀에서는 FAB의 뼈와 살을 만드는 건축 및 토목공사에 대한 설계기획, 구매/발주, 공사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천Infra건설 1팀에서 ‘M16 복합FAB 신축 건설 프로젝트’에서 UT동의 골조공사 및 내/외부 건축마감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축 시공공법을 비롯해 자재, 장비 개선, 설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중이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관찰력과 꼼꼼함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공사는 인력 중심의 업무다. 하루 현장의 출력 인원이5,000~12,000명 사이기 때문에 안전은 0순위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 업무 단계마다 작고 사소한 일도 안전한 것인지 늘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불안정한 요소를 발견해서 안전하게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안전에 대해 꾸준히 공부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안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교육을 받으면 현장에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안전 역량을 기르고자 산업안전보건법을 공부했고, 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줄 때 보람을 느낀다. 구성원들이 하루 사이에 M16이 달라져 있는 것을 보고, 큰 건물이 빠르고 안전하게 지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고 하더라.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
Q. 업무 중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부 구성원들의 ‘안전’을 가장 신경 쓴다. M16 신축 프로젝트에는 총 19곳의 현장이 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공사 중이다. 때문에 안전을 위한 절차들이 많으며 이러한 점이 구성원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최대한 불편을 줄일 수 있게 노력 중이며, SK하이닉스 구성원 커뮤니티 하이통에 건설 관련 이야기가 올라오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한다. M16 신축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는 중인 만큼, 앞으로도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할 생각것이다.
Q. M16 신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작년 12월 14일에 진행했던 M16 기초 타설 때가 기억에 남는다. 단지 내에 대규모 레미콘 타설1)이 처음 진행되는 날이었다. 타설 당일, 총 400대의 레미콘 타설 작업이 이뤄졌고, 레미콘 차량이 5분에 1대씩 입차해 주변 도로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면서 교통정리를 했다. 또 오후 3시면 마무리될 줄 알았던 타설 작업이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는데,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동료들에게 고마웠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고정관념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자세다. FAB 건설은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돼 여러 변수에 부딪친다.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들을 깨고 현장 직접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험치가 쌓이면 다양한 관점에서 공정을 바라볼 수 있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여러 난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미래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시야를 넓게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부분 건설 관련 전공자들은 건설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건설회사나 설계사무소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히면 건설업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건설 업무를 필요로 한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보다 다양한 진로를 고려해보길 바란다.
▲ 이천Infra건설 2팀 유한성 TL
Q.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이천Infra건설 2 팀에서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직/간접적 Utility를 생산∙공급∙처리하는 시스템과 해당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전기, 설비, 환경, UT, 제어 부문의 라인을 계획∙설계∙시공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금은 M16에 필요한 Utility가 배치되는 UT동에서 설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FAB은 3개 복층으로 구성돼 있고, 1층에는 SUB FAB, 2층에는 Air Plenum, 3층에는 클린룸이 있다. FAB은 항상 온도, 습도 등 일정한 조건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구축하는 시스템과 배관 및 덕트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하다. FAB 신축 건설은 변동사항이 많기 때문에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는 패스트트랙 공사를 한다. 때문에 변동사항에 대한 공사 담당자들 간의 상호 소통이 중요한데, 예를 들어 만약 처음에는 설비 공정에 100Kw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설계가 달라지면서 50Kw로 변경되면 이를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이런 부분을 놓치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고,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Q.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다른 공종(설비, 전기, 건축, 제어 등)에 대한 교육을 주 1회씩 듣고 있다. 건설 업무는 다양한 공사 단계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만약 자신이 맡은 공사 밖에 모르면 상호 간의 간극이 생기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하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기획에서는 각 공사 담당자들이 일주일에 1번씩 교육에 필수적으로 참여해 공부를 해야 한다.
Q. 업무 중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SK하이닉스가 신축 FAB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 언론에서 대서특필한다. 이것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구성하고 고민하는 것이 영광이다. 또 우리의 열정과 땀이 녹아든 완성된 FAB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다. 이번 M16는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도약이자 미래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M16을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뿌듯하다.
Q. 업무 중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또,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각 공사마다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어려움이 있다. 한정된 FAB 내부에 전기, 설비, UT, 환경의 모든 라인이 퍼즐처럼 알맞게 채워져야 한다. 그런데 설계가 겹치기도 하고, 시공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사 담당 주축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Q. M16 신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얼마 전에 했던 ‘안전기원제’가 기억에 남는다. 이석희 CEO를 비롯해 많은 임원진이 참석해서 M16의 무사고 완공을 기원했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고, 앞으로도 안전한 공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Q. 이 업무에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인가?
순발력과 꼼꼼함이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일정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잔 실수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변동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Q. 미래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SK하이닉스 건설기획 담당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건설회사에 입사하면 주어진 설계에 시공만 진행하고, 설계사무소에서는 오직 설계 업무만 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건설기획 담당은 기획부터 시작해서 설계, 시공, 시운전까지 모든 건설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FAB 건설 업무에 대해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각주>
1) 공장에서 미리 배합한 콘크리트를 레미콘 차량이 현장으로 운반해, 구조물의 거푸집과 같은 빈 공간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작업을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