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7일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을 맞아 친환경 경영의 보폭을 더욱 넓힌다. 그 일환으로 협력사 ㈜에코에너젠과 함께 개발한 ‘질소산화물 저감(De-NOx) 시스템’과 ‘암모니아 저감(De-NH₃) 시스템’의 사업장 적용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시스템 모두 업계 최초로 상용화된 신기술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De-NOx 시스템에는 산화-환원 장치가 도입됐고, De-NH₃ 시스템의 경우 대기방지시설에 마이크로버블러가 적용됐다.
뉴스룸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천공조/배기기술팀의 김지환 TL과 ㈜에코에너젠 관계자들을 만나 이 시스템의 개발 과정과 의의, 기대효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고 사진은 개별 촬영했습니다.
매년 9월 7일은 유엔(UN, United Nations)이 지정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가운데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청정 대기를 위한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지정됐다.
특히 이날은 우리나라 주도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어서 의미가 크다. 우리 정부는 2019년 9월에 열린 ‘유엔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동연구와 기술적 지원을 포함한 초국경적인 국제협력과 공동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같은 해 12월 제74차 유엔총회에서 ‘푸른 하늘의 날’ 기념일이 공식적으로 제정됐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만큼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실천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다양한 ‘Healthy Air, Healthy Planet’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기오염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기후 위기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습도 변화는 다시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에 영향을 줘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다시 더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상 기후로 인한 산불, 모래 폭풍 등의 재난 중 온실가스가 배출돼 대기 중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1)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은 연료의 연소로 인해 배출되는 ‘미세먼지’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미세먼지(PM10) 기준은 24시간 평균 50㎍/㎥2), 연평균 20㎍/㎥, 초미세먼지(PM2.5)는 24시간 평균 25㎍/㎥, 연평균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질은 어떨까?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아이큐에어(IQAir)의 ‘2019 세계 공기질 보고서(2019 World Air Quality Report)’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이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며, 세계에서는 26번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4.8㎍/㎥로 OECD 회원국 36개국 중 가장 나빴다. 이듬해 발표된 ‘2020 세계 공기질 보고서(2020 World Air Quality Report)’에서는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19.5㎍/㎥으로 줄어 1년 사이에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아직 WHO가 설정한 기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1) 출처: 2020 World Air Quality Report_Region&City PM2.5 Ranking(IQAir) https://www.iqair.com/world-air-quality-report /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농도 변화 및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건강영향(보건복지부포럼 2019년 3월) http://repository.kihasa.re.kr/bitstream/201002/31750/1/2019.3%20No.269.03.pdf
2) ㎍/㎥: 미세먼지 측정 단위로 단위 체적인 1㎥ 내에 존재하는 미세먼지의 무게(마이크로그램, ㎍)를 의미
반도체 제조 공정 중에는 여러 물질이 사용되는 만큼 다양한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해 공정에서 사용한 가스나 물질들을 처리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친환경 사업장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에코에너젠과 손잡고 개발한 ‘De-NOx’, ‘De-NH₃’ 시스템이다.
김지환 TL은 “친환경 사업장을 조성하기 위해 환경부와 고농도 계절 미세먼지 자발적 저감 협약체결뿐만 아니라 배출허용기준보다 강화된 농도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대기오염물질 저감 활동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 증대에 따라 최근 우리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과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통합환경관리제도3)를 도입하고 대기관리권역법4)을 제정하는 등 기업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더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신규 시스템 도입에는 이러한 기조에 발맞추기 위함도 있다.
윤종필 대표는 “SK하이닉스의 ESG 경영에 기여하며 점차 강화되는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질소산화물(NOx)을 상온에서 처리하면서 미세먼지를 동시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하게 됐다”며 “암모니아(NH3) 배출 농도도 낮추기 위해 기존 처리 방식을 개선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3) 통합환경관리제도: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17856호, 2021. 1. 5.)」에 따라 시행된 새로운 환경관리 방식. 대기, 수질, 토양, 폐기물 등 매체(오염물질 배출경로)별로 관리하던 기존 방식을 사업장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기업, 정부, 환경 전문가가 효율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고 기업에게는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시행됨.
4) 대기관리권역법: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등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종합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대기오염원을 체계적이고 광역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 법령으로 2020년 4월 3일 시행됨. 기존 수도권에만 해당되는 대기관리권역을 수도권 이외의 중부권, 남부권, 동남권(4개 권역 8개 특·광역시와 69개 시군) 등 오염 우려 지역으로 관리 범위를 확대하고, 확대된 권역 내 사업장에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
De-NOx 시스템은 산화·환원·전기집진 원리를 복합적으로 적용해, 상온에서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를 동시에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수처리가 불가한 산화질소(NO)를 이산화질소(NO₂)로 산화시킨 뒤 환원제를 통해 환원한 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과 공정에서 유입되는 미세입자도 전기집진5)으로 동시에 처리하는 복합 시스템이다.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기계연구원과 협업으로 제작했던 파일럿(Pilot) 설비를 참고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마친 뒤, 미들 스크러버(Scrubber)6)에 설치해 현장 실효성을 검증했다. 사전 현장 모사 조건을 조성해 현장에서도 실용적이며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수개월 동안 테스트를 진행한 것. 이러한 노력 끝에 기존 습식 처리 방식으로만 잡아내지 못했던 질소산화물까지 처리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9년 10월 사업장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De-NH₃ 시스템은 알칼리(Alkali) 스크러버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마이크로 버블(미세 기포) 탄산수의 용해 작용과 스크러버의 수조 내 중화 반응7)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 원리.
끊임없는 협업으로 황산을 대신해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고, 실효성 검증과 데모 테스트를 거쳐 시스템화에 성공한 후 2020년 5월부터 사업장에 적용을 시작했다.
5) 전기집진: 기체나 액체 속에서 고체나 미립자를 전기적으로 채집하고 제거하는 작업.
6) 스크러버(Scrubber):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발생하는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아산화질소(N₂O) 등의 공정가스를 제거하는 장비
7) 중화 반응: 산과 염기가 반응해 물과 염을 생성하는 반응.
SK하이닉스는 이 시스템들을 통해 친환경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보다 안전한 업무 환경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화학물질 사용량과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였고, 운영비 또한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두 시스템을 이천, 청주 캠퍼스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우시 캠퍼스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시스템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De-NOx 시스템은 개발 과정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존 사례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De-NH₃ 시스템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황산 처리 방식 대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해 시행착오가 많았다.
서종훈 부장은 “정해진 시간 내에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킨 원인 중 하나”라며 “신기술 개발은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에코에너젠은 오랫동안 함께하며 구축해온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업해 난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이선제 부장은 “에코에너젠은 2015년부터 SK하이닉스와 인연을 맺고 함께 성장해온 관계”라며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이 같은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힘을 합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양사는 최근 새로운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에코에너젠은 지난 7월 ‘5기 기술혁신기업’8)으로 선정돼, SK하이닉스와 메인 스크러버 용수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8) 기술혁신기업: 2017년부터 매년 국산화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선정하고 집중 육성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상생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동반성장프로그램.
이 기술은 스크러버 수조 외부에 초음파의 물리적 파동을 이용한 염 추출 장치를 적용, 순환수에서 추출한 염을 깨끗한 순환수를 만드는 공정에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수자원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e-NOx, De-NH₃ 시스템과 훗날 개발될 메인 스크러버 용수 재활용 기술이 SV2030의 Green2030 목표 중 ‘대기오염물질 추가 배출 제로’와 ‘수자원 재이용량 3배 확대’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에코에너젠과 함께 진행하는 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Advance Together(동반성장 기술협력 투자)’의 목표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밀 장비를 다루는 반도체 산업은 기후 재난재해에 따른 정전 발생, 물 부족 등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는 Green 2030 로드맵 하에 친환경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경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에코에너젠과 같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과 동반성장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