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캠퍼스 체육관 앞에 도착하자 내리쬐는 태양이 무색할 만큼 시원시원한 스윙을 뽐내며 코트 위를 달리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SK하이닉스 사내 테니스 클럽의 회장, 부회장을 나란히 맡고 있는 김재현 TL과 지정아 기사입니다. 마침 윔블던 결승전을 앞두고 테니스 열기가 한껏 고조된 7월의 어느 날, 열정만큼은 조코비치 못지 않은 두 사람을 만나 워라밸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천 DRAM MI팀 김재현 TL입니다. 제조기술 내 계측/검사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에 적용하여 웨이퍼 수율을 향상시키거나 공정사고를 예방하여 품질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DRAM PKG 제조팀 지정아 기사입니다. 팹에서 완성된 웨이퍼의 back 면을 원하는 두께로 연삭하고 불량을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자세와 리드미컬한 랠리, 왠지 모를 프로페셔널함이 철철 흐르던 지정아 기사는 알고 보니 전직 테니스 선수였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테니스장에 들어가 본 이후로 쭉 테니스 인생을 살아왔다는 그녀. 공 던지고 땀 흘리는 게 너무 좋아 테니스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녀를 SK하이닉스와 이어준 것도 바로 테니스였습니다.
스물한 살 때 즈음, 운동을 그만두고 이천으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하이닉스 분들과 테니스를 치게 되었는데, 그때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며 입사를 권유를 받았습니다. 당시에 옆에 계신 TL님도 함께 계셨었죠. (웃음) _ 지정아기사
한편, 지정아 기사와 함께 선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재현 TL 역시 20년 이상 경력의 테니스인입니다. 인생의 반을 테니스와 함께해온 그는 자타공인 ‘테니스 덕후’랍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시험 기간에 테니스를 치러 가는 거예요. ‘왜 치러 가니’ 물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 테니스를 치면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말이 진짜더라고요. (웃음) _ 김재현 TL
테니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김재현 TL과 지정아 기사는 현재 각각 사내 테니스 클럽의 회장,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테니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사람과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사내 테니스 클럽은 일주일에 한 번 이천 캠퍼스 내 테니스 코트에 모입니다. 그 외 스케줄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죠. ‘테니스 사랑’은 회사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최근에는 클럽 회원들끼리 제주도로 1박 2일 동안 테니스만 치다 왔답니다.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이천시장배 테니스 대회가 있는데, 종종 단체전에서 입상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고 합니다. 선수 출신인 지정아 기사는 올해 경기도 도민체전에 이천시 대표로 나가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회 때마다 선수 시절 선후배들과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테니스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김재현 TL은 특히 소문난 ‘코트 위 인싸’입니다. 사내 클럽 회장뿐 아니라 이천시 테니스 협회에서 이사를 겸하고 있으며, 매주 일요일에는 서울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17명의 회원들과, 매달 용띠 친구들과 모여 테니스를 칩니다. 모임이 너무 많아서 새벽 6시에 나가 밤 12시에 들어온 적도 있을 정도죠.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과 테니스를 쳐온 만큼, 코트에서의 추억도 많습니다. 김 TL은 테니스 관리병이었던 군 복무 시절, 대대장님과의 경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제대할 때 즈음, 대대장님과 마지막 경기를 같이 한 적이 있어요. 경기가 끝나고 악수를 하는데, 그때 대대장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수고 많았고, 나중에 사회인이 되어 결혼하게 되면 함께 부부 게임을 하자고요. 2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웃음) _ 김재현 TL
입사 전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던 지정아 기사에게는 어떠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어렸을 때 시합을 하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어요. 테니스는 해가 지면 경기가 중단되고 재경기를 치르는데, 그날은 저녁 무렵에 시작되었지만 여름이라 해가 길었죠. 이기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거의 4시간을 쳤어요. 경기는 다음 날로 미뤄졌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결국 이기게 됐어요. 그때는 승부욕이 지금보다 강했거든요. (웃음) _ 지정아 기사
테니스는 반드시 두 명 이상 모여야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스포츠죠. 자연스레 소통하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테니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자, 다른 운동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랍니다. 또한, “심리전이 테니스의 모든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테니스는 특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자 동시에 강한 멘탈을 키울 수 있는 운동입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날아오는 공에만 오롯이 집중해요.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힘껏 받아치다 보면 짜릿함과 함께 스트레스가 해소되죠. 특히 집중력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만큼 테니스를 하다 보면 이러한 역량들이 점점 쌓이게 되고, 실제 업무를 할 때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_ 김재현 TL
지난해 정현 선수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국 테니스 선수 사상 최초였습니다. 무엇보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꺾었으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정현 열풍’이었습니다. 이러한 테니스 붐에도 여전히 ‘귀족 스포츠’라는 수식어와 함께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데요. 두 사람에게 테니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테니스는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관련 동호회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잘 치는 분들이 많다고 모임에 오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초보자는 당연히 배워야 하고, 못 치는 게 당연합니다.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해주세요! _ 지정아 기사
물론 입사 전부터 두 사람 모두 테니스를 꾸준히 해왔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취미생활을 즐기기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더욱 테니스는 게임의 특성상 규격을 갖춘 코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큰 편이죠. 그런 의미에서 사내 테니스 코트를 갖추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는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에요. 테니스 코트가 있는 회사들이 별로 없거든요. 장소에 대한 고민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이 자체로 워라밸이 보장되죠” _ 김재현 TL
김재현 TL과 지정아 기사는 동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테니스를 권하고 있습니다. 김재현 TL은 미국 출장 당시 라켓을 챙겨 동료를 데리고 현지의 테니스 코트를 세 군데나 투어할 정도로 열성이죠. 지정아 기사는 테니스의 여러 가지 장점 중 ‘소통’을 1순위로 꼽으며 이야기합니다.
동료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은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동호회에는 다양한 부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거든요.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겠지만 테니스를 함께 치다 보면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고 쉽게 친해질 수 있어 금방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_ 지정아 기사
김재현 TL은 테니스 코트가 SK하이닉스를 넘어 SK그룹 관계사 구성원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관계사가 모두 참여하는 대회가 있었지만, 현재는 끊긴 상태라고 하는데요. 김 TL은 올해 안으로 이 대회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사내 클럽의 운영진으로서 미래의 회원이 될 수 있는 독자들께 ‘깨알’ 홍보도 잊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에 입사하게 될 이공계 학생들 그리고 취준생 여러분 미래의 저희의 동료이자 동호회 멤버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테니스 클럽은 언제든 열려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취미를 잘 즐기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비결로 ‘시간 관리’를 1순위로 꼽습니다. 오늘 만나본 김재현 TL과 지정아 기사 역시 그렇고요. 워라밸을 위한 시간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일과에 쉼표를 찍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워라밸을 잘 지키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역으로 내가 빠져들 수 있는 무언가를 먼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