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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뉴 메모리 ‘옵태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Written by 한주엽 기자 | 2019. 11. 7 오전 12:00:00

2015년 7월 28일. 인텔과 마이크론이 미국 현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사는 이 자리에서 “혁신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고 밝혔다. P램 일종인 3D 크로스포인트가 주인공이었다. P램은 물질 상이 변화할 때 1비트를 얻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인텔이 P램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었다. 인텔은 해당 메모리의 기술 핵심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기술 장점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낸드플래시 보다 1000배 빠르고(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 둘째 D램보단 10배 저장 공간이 넓고, 셋째 낸드플래시 대비 수명이 1000배나 길다.

인텔 뉴 메모리 옵태인의 등장

이 발표 이후 인텔은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플래시메모리 기술 심포지엄인 플래시메모리서밋에서 핵심을 제외한 기술 면면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캐나다 칩 설계 특허 분석 전문업체 테크인사이트 최정동 박사는 “그 자리에서 인텔 발표를 들었던 모든 청중이 ‘뉴 메모리’ 시대가 드디어 온다면서 환호했다”고 회고했다.

인텔은 메모리 치킨게임에 버티지 못하고 1985년 D램 시장에서 철수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3D 크로스포인트를 개발한 이후 메모리 분야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회사는 얼마 안 있어 “중국 다롄 소재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메모리 사업 포기 이후 마이크론과 합작사를 만들어 낸드플래시 칩을 공급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생산에 참여하진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언론에선 “인텔이 30년 만에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고 대서특필했다.

▲3D 크로스포인트의 내부 구조도 /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칩 다이(Die) (출처 : 인텔 뉴스룸)

국내 메모리 업계는 인텔의 속내를 파악하고자 동분서주했다. 인텔은 PC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마음만 먹으면 CPU 시장 독점 경쟁력을 무기삼아 메모리 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아직도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내부 구조에 대해 명확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2017년 테크인사이트는 시중에 상용화 된 옵태인 메모리를 입수해 원자 수준의 분석을 마치고 내부 구조를 외부에 공표했다. 모든 메모리 전문가가 추정했던 대로 3D 크로스포인트는 물질 상이 변화할 때 1비트를 얻는 P램의 일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3D 크로스포인트는 워드라인과 비트라인이 교차하는 영역에 메모리 최소 단위인 셀이 위치한다. 현재 3D 크로스포인트는 2층 구조로 돼 있다. 64기가비트(Gb) 크로스포인트 셀 어레이를 2층 구조로 만들어 128Gb 용량을 갖는다. 기억 소자는 게르마늄(Ge), 안티몬(Sb), 텔루륨(Te)을 혼합해서 만들었다. 이른바 ‘GST’로 불린다. 스위칭 소자는 오보닉 스위치(OTS:Ovonic Threshold Switch)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오보닉 스위칭 소자 재료는 셀레늄(Se)과 비소(As), 게르마늄(Ge), 실리콘(Si)을 함께 썼다. 3D 크로스포인트에 적용된 오보닉 스위치는 가만히 두면 저항이 높은 비정질 상태지만 전압을 올리면 저항이 낮아지고 합금 상태로 바뀌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인텔은 과거부터 이러한 P램 연구개발(R&D)을 계속해왔다. 유럽 ST마이크로와 합작으로 뉴모닉스를 세웠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뉴모닉스는 2010년 마이크론으로 인수됐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3D 크로스포인트를 공동 개발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인텔 옵태인 메모리의 현재

4년이 지난 지금 냉정하게 평가하면 3D 크로스포인트는 등장만 화려했다. 양산 과정과 실제 사업 부문에서 인텔은 고전했다. 일단 양산 수율이 낮았다.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해 판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보조해 빠르게 부팅하는 용도로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옵태인’을 내놓았으나 채택률이 신통치 않았다. 한 동안 인텔의 비 메모리 사업은 적자였다.

지난 4월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를 채택한 두 가지의 신제품을 발표한다. 그 중 하나가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플래시와 3D 크로스포인트를 혼합해서 장착한 하이브리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인 옵태인 메모리 H10이 주인공이다. 인텔은 일반 SSD보다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비휘발성 특성을 가진 인텔 옵태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 모듈 (출처 : 인텔 뉴스룸)

 

또 하나는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메모리 모듈 제품인 옵태인 DC 퍼시스턴트(Persistent)다. 이 제품은 D램 인터페이스인 DDR4 데이터 신호를 활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기존 서버용 D램 모듈과 동일한 형태로 서버 메인보드에 꽂아서 쓸 수 있다. 인텔이 최근 출시한 서버용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프로세서(SP)은 옵태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정식 지원한다. 2세대 제온 SP에는 옵태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마치 D램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컨트롤러가 내장됐다.

옵태인 DC는 일반 D램보단 느리지만, 기존 플래시메모리 대비 데이터 접근 속도가 빠르고, D램보다 값이 저렴하다고 인텔은 강조했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춰 일부 환경에선 서버를 재부팅하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옵태인 DC 퍼시스턴트는 메모리, 앱 다이렉트 모두 두 가지로 동작한다. 메모리 모드에서 옵태인 DC 퍼시스턴트는 단순하게 대용량 D램으로 취급된다. 앱 다이렉트 모드에선 말 그대로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오라클은 차세대 데이터베이스(DB) 서버 플랫폼 엑사데이터 X8M에 옵태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중국 최대 검색기업인 바이두가 자사 서버에 옵태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국내 대형 서버 사용자와도 도입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여러 움직임을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를 당장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인텔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틈새 시장부터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과 함께 3D 크로스포인트를 개발한 마이크론은 콴텍스(QuantX)라는 브랜드명을 공개하긴 했지만 아직 상용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관련 매출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과 마이크론 결별, 3D 크로스포인트의 미래는

인텔은 최근 3D 크로스포인트라는 기술 명칭 대신 ‘옵태인 미디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작년 7월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 계약을 공식적으로 종료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는 인텔과 마이크론과 합작한 IM플래시테크놀러지스(IMFT)의 연결 고리도 끊어졌다. 인텔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마이크론에 넘겼다. 양사의 계약 종료는 2세대 3D 크로스포인트 개발까지 완료하고 난 이후에 이뤄졌다.

인텔은 뉴멕시코 리오란초 소재 팹11X에서 성능이 대대적으로 개선된 2세대 3D 크로스포인트(옵태인 미디어) 칩 R&D와 파일럿 생산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세대 제품은 내년에 출시된다. 2단 크로스포인트가 4단으로 늘어난다. 3세대, 4세대 제품 역시 이 곳에서 개발과 양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정동 테크인사이트 박사는 “3D 낸드플래시는 32단, 64단, 96단 이런 식으로 빠르게 저장 밀도를 높여나가고 있는 반면에 3D 크로스포인트는 셀 어레이를 높게 쌓았을 시 인터커넥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메모리는 결국 밀도를 높이는 경쟁인데 설계 플랫폼을 융통성있게 보다 바꿀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세대 제품이 조금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는 의미다. 4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세대의 제품이 나오는 것은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소다.

다만 CPU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인텔이 메모리 시장에 치고 들어오는 것은 국내 기업에 부정적인 요소인 것 만큼 틀림이 없다. 아울러 마이크론이 빠른 시기에 콴텍스 브랜드의 메모리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업계도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뉴 메모리에 대한 R&D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기고자의 주관적 견해로, SK하이닉스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