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취업을 준비하며 한 번쯤은 떠올려 볼 법한 이 질문!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뉴스룸은 다양한 학과를 졸업해 SK하이닉스 곳곳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하이지니어들을 만나 후배들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전공별 취업 스토리’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두 번째 편으로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입사 3년 차/4년 차 선배
산업공학과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각 시스템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운영, 생산 로직(Logic)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론을 배운다.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금융공학부터 품질경영, 물류, 기계공작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며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학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산업공학은 이과와 문과의 중간에 있는 전공이라고도 불린다. 어떤 분야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공학과 졸업생만의 강점.
최근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여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로 진화해가는 반도체 분야에서 ‘시스템 최적화’가 중요해지며, SK하이닉스에서도 산업공학과 전공자들이 다양한 곳에 포진돼 있다. 이들은 지금 어떤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뉴스룸은 산업공학과 출신 하이지니어 한규태 TL(FAB제조자동화팀), 이상엽 TL(WLP공정관리팀), 최서현 TL(CPO전략팀), 김원형 TL(이천FAB효율팀)을 만나 입사과정, 그리고 지금 SK하이닉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가장 먼저 만나볼 산업공학과 선배는 FAB제조자동화팀 한규태 TL이다. FAB제조자동화팀은 제품 제조 공정의 전체적인 업무 흐름(Workflow)을 생산 최적화 관점에서 개선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장비 매칭 방식이나 전산업무 매뉴얼을 자동화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 로직(Logic)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중 한규태 TL은 식각공정(Etching) 파트에서 실시간 생산 스케줄러(RTS, Real Time Scheduler)를 통해 팹(Fab)의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학창 시절 산업공학의 세부 분야 중 생산관리 위주로 수강하며 축적한 지식과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4년 전 한 TL이 입사하던 무렵만 하더라도 제조 분야에 지원하는 산업공학 전공자의 수는 매우 적었다. 하지만 최근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팀 내 산업공학 전공자 비율이 70%까지 높아졌다.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공정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산업공학적인 사고가 중요해졌기 때문.
제조자동화 업무는 큰 틀에서 보면 산업공학 전공자에게 잘 맞는 직무이지만 입사 후 더 채워야 할 부분도 있다. 시스템만 다루는 게 아니라 공정 장비와 관련된 데이터도 다뤄야 하는 만큼 어려운 반도체 공학 용어를 숙지해야 하기 때문. 한 TL은 “이론상으로 반도체 공정에 대해 배운 것과 실제 업무를 통해 공정 간의 유기성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기에 한 TL은 같은 직무에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되도록 반도체 공정 관련 지식을 많이 쌓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직접 엔지니어링을 하지 않더라도 제조 분야 직무에 지원하려면 반도체 지식은 많을수록 유리하다”며 “낯선 분야의 지식도 빠르게 흡수하고 익히는 산업공학도만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산업공학과 선배는 WLP공정관리팀의 이상엽 TL. WLP공정관리팀은 WLP(Wafer Level Package) 공정 내 다양한 불량 이슈를 다루는 팀이다. 또한 장비와 공정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해 수율을 관리하는 업무도 함께 진행한다. 이 중 이상엽 TL은 중간 생산 단계에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불량 여부를 측정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시스템에 강점을 보유한 산업공학 전공자의 장점을 살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의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 기반의 자동의사결정 시스템을 개발해 제품 양산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이상엽 TL은 현존하는 생산·제조 시스템 중 반도체 제조 시스템이 가장 ‘스마트팩토리’에 가깝다고 생각해 SK하이닉스에 지원했다. 하지만 입사 초반에는 전공 지식과 현장 사이의 괴리로 인한 혼란을 경험했다. WLP공정관리팀 업무의 대부분은 장비 자체를 직접 다루는 ‘기술 직무’로, 시스템 알고리즘 개발 등 산업공학 전공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 때문에 이론상의 공식을 그대로 대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 그는 “공정관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지식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장의 변수들을 고찰하는 융통성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TL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학창 시절 다양한 시스템 모델링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와 개발자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만큼 이론과 현장 감각을 모두 갖춘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실제 현업의 개발 업무와 유사한 데이터 분석 기반의 시스템 모델링(Modeling) 경험을 많이 쌓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업공학과 학생들의 경우 취업을 준비할 때 공통적으로 각 산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다른 이공계 전공자에 비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하는 편이다. 이상엽 TL은 그런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무기’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며 “산업공학과는 ‘디시전 사이언스(Decision science)’라고 정의하고 이런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후배들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과정을 거치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주자는 개발제조총괄 CPO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서현 TL이다. CPO(Chief Product & Production Officer) 전략팀은 개발제조총괄 산하의 개발∙제조∙양산 부문간 의견 조율이나 타 조직간 협업이 필요한 부분을 관리한다. 또한, 제품 개발 단계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최 TL은 SK하이닉스의 개발·제조 분야 기술 경쟁력을 분석하고, 전체 업무 효율화를 위한 혁신 과제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산업공학도의 사고방식은 전략기획과 같은 분석적인 업무나 부서 간 업무를 조율하는데 빛을 발한다. 최TL은 “산업공학을 배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길을 찾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며 “특히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여러 선택지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문제해결 능력’이 분석 및 기획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등 문과 출신 전공자들이 많은 타 조직의 전략기획 직무와 달리, CPO전략팀에는 전기, 재료공학 등 이공계열 전공자가 많은 편이다. 최전선에서 제품생산을 지휘하는 조직인 만큼, 현업의 부서들의 다양한 업무를 파악하고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기획 역량 외에도 반도체 개발, 제조 분야 기술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 TL은 자신과 같이 현업에 기반한 기획 직무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업계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직접적으로 현장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제품의 생산과정 및 기본적인 공정 기술에 대한 지식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것.
또한, 아직 학부에 재학 중이라면 기술경영학과 관련된 과목들을 수강해볼 것을 권했다. 최 TL은 “경영학적 접근으로 기술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구상하는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기술경영학은 실제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도가 높다”며 “학부 커리큘럼 내에서는 인기 과목이 아닐 수 있지만 실제 회사 생활에서 쓸모가 많은 실용적 학문인 만큼, 기획 관련 직무를 꿈꾼다면 꼭 공부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만나볼 산업공학과 선배는 이천FAB효율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원형 TL이다. 이천FAB효율팀은 제품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들이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팀 내에서 박막공정(Thin film)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원형 TL은 장비의 생산능력(Capacity)을 기반으로 향후 생산 계획 수립 및 투자적정성을 검토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천FAB효율팀은 장비의 생산성을 직접 다루는 부서인 만큼, 전체 구성원의 90% 이상이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김 TL은 “우리 팀은 어떻게 하면 기존 장비들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장비 성능 개선을 통해 전체 공정 프로세스의 효율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제조 관련 분야 가운데 산업공학의 전공 지식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무”라고 설명했다.
효율팀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하는 일이다. 따라서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등 데이터 추출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언어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 SQL은 산업공학과에서 가르치는 주요 전공과목 중 하나. 김원형 TL은 “SQL 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통계나 데이터 예측, 시뮬레이션 기법 등 전공 지식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데이터를 분석, 가공하고 솔루션을 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일반적인 제조 산업 전반에 대해 배우는 전공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응용력도 필요하다. 반도체업의 특성상 매우 정교한 공정이 대부분이고, 생산공정 중간에 측정해야 하는 데이터도 많기 때문.
김 TL은 “현장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수록 머릿속에 떠다니는 전공 지식을 실제 직무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며 “학부를 졸업하기 전에 제조 현장 인턴 활동을 통해 이런 사례들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힘겨운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산업공학 전공을 통해 다년간 훈련한 사고의 틀은 현장의 지식과 만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기회만 주어지면 어느 분야에서든 그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취업 준비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