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세가 그야말로 거침없습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달에 이어 1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동식 저장장치(USB)용 범용 낸드플래시 ‘128Gb 16Gx8 MLC’의 가격은 5.78달러(8월 31일 기준)를 기록, 전월보다 1.76% 올랐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매달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낸드플래시! 그렇다면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이토록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첫번째 이미지 출처: 이데일리 DB / 두번째 이미지 출처 : 출처: D램 익스체인지(DRAMeXchange)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생긴 현상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낸드플래시 수요는 매년 40% 가량 늘어나는데, 공급 증가율은 35% 수준이라고 합니다. 5%포인트라는 수급 격차가 발생하다 보니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고, 낸드플래시의 콧대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반면, D램은 전원이 단절되면 저장된 자료가 모두 사라져 버리죠. 낸드플래시는 정보기기의 데이터 저장매체로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쓰임새가 무척 많습니다.
당장 우리가 스마트폰에 사진을 저장하거나, 음악과 동영상을 저장해두고 꺼내 볼 수 있는 것도 낸드플래시가 내장돼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USB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도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제품들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용량이 커지고, PC나 서버에서 저장장치로 쓰이던 하드디스크가 SSD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낸드플래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이 제품 생산라인을 2D에서 3D로 전환하면서 공급이 더 줄어든 영향도 컸습니다.
제조사들은 공정 전환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개발과 생산이 어려워진 만큼 제조사들의 공급 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낸드플래시의 수요는 끊이질 않으니 가격 강세는 꺾일 기미가 안 보입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지난해 16.1ZB(제타바이트)였던 세계 데이터 양이 2025년에는 163ZB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8년 후면 데이터 양이 지금보다 10배 가량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1ZB는 1024TB로, 고화질 영화(2GB) 5000억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 출처: 이데일리 DB
상황이 이런 데도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낸드플래시 제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6곳에 불과합니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가운데 삼성전자(38.3%)의 점유율이 가장 높고, 도시바(16.1%), 웨스턴디지털(WD·15.8%), 마이크론(11.6%), SK하이닉스(10.6%), 인텔(7.0%) 등 나머지 5개사는 큰 격차 없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도시바메모리’의 인수전이 뜨거웠던 이유가 이해되지 않나요? 도시바메모리는 급속도로 커지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글로벌 2위 업체이자, 총 6개밖에 없는 낸드플래시 제조사로써 희소가치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애플, 구글 등 세계 굴지의 IT 공룡기업들마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군침’을 흘렸던 것이죠.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강자이지만, 낸드플래시에서의 경쟁력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도시바메모리 투자를 계기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부쩍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SK하이닉스 자체 기술력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엇갈리지만. 도시바와 중장기적으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와는 별개로 충북 청주 산업단지에 2조 2,000억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해 공급량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이천 M14공장 2층에서도 낸드플래시가 만들어집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48단 3D 낸드플래시의 본격 양산과 72단 제품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SK하이닉스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낸드플래시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렵기만 했던 반도체가 친숙하게 느껴지기는 이유이기도 하죠. 낸드플래시의 수요는 지금도 끊임없이, 거침없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승세는 4차 산업혁명에서 낸드플래시가 어떤 위치인지를 증명해주고 있는데요. 알아본 바와 같이 SK하이닉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낸드플래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게 된 SK하이닉스가 과연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