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2년 설립한 ‘탄소관리위원회(이하 탄관위)’다. 탄관위는 연구, 제조, 설비 등 100여 명의 기술 인력으로 구성된 전사 조직으로, Scope*별 온실가스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뉴스룸은 넷제로 달성을 위한 회사의 꾸준한 노력과 성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고효율/저전력 스크러버 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 순 제로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흡수 및 제거하는 온실가스 양이 같아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 Scope: 온실가스 배출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기타 간접 배출)로 나뉜다.
반도체 공정에는 환경을 위한 핵심 장비가 있다. 스크러버(Scrubber)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제거하는 장비다. 스크러버는 화학, 제약 등 여러 산업에 쓰이지만 특히 다양한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 반도체 공정에서 유해 물질을 정제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크러버가 처리하는 많은 물질에는 온실가스도 포함되는데, 일부 반도체 공정에서는 과불화화합물(PFCs), 육불화황(SF6)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스크러버는 이를 제거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배출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탄관위 12개 분과 중 고효율/저전력 스크러버 도입 분과(이하 스크러버 도입 분과)는 스크러버의 처리 효율을 높이고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분과의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자원 소모량까지 고려해 직/간접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스크러버를 개발하는 것이다. 스크러버 도입 분과 이성수 TL(청주공조/배기기술)은 분과 주요 업무에 대해 “기존 스크러버의 운영점을 개선해 효율을 향상하고, 신규 스크러버 개발을 검토해 궁극적으로는 넷제로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분과는 국내 사업장의 식각 공정에 쓰이는 스크러버의 온실가스 처리 효율을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99%라는 수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측기가 측정할 수 있는 최소량 이하로 검출됐다는 의미로, 사실상 배출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이번 성과는 ▲기존 스크러버의 효율을 개선하고 ▲신규 베이형 스크러버를 개발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기존 스크러버 개선은 추가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개선 대상인 기존 스크러버는 식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불화탄소(CF4)를 플라즈마 열로 분해하는 장비다. 당초 분과에서는 사불화탄소 처리 효율을 99%로 올리고자 기존보다 높은 열을 가하는 방안을 시뮬레이션했으나, 이로 인해 전력량이 증가해 온실가스 간접 배출이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했다.
스크러버 도입 분과는 스크러버 내부에 물(H2O)을 첨가해 온실가스 분해에 필요한 온도를 낮추고, 생산 장비와 스크러버를 연동하는 가변 출력 시스템을 적용해 전력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또 여기에 질소(N2) 유량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더해 처리 효율을 99%까지 달성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스크러버 개선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종한 TL(이천 P&S)은 “물을 주입해 온실가스 분해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논문에 나타난 사실이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며 “이 방법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1년 이상 평가 기간을 갖고 물 최적 유량을 테스트해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한 운영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신규 베이형 스크러버 역시 식각 공정에 쓰는 장비다. 식각 공정에서 기존의 챔버* 단위로 설치된 스크러버는 필요 장비 대수가 많아 전력 사용량이 크고, 온실가스 처리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로 지정된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 챔버(Chamber):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특정 작업이 이뤄지는 밀폐된 공간. 식각 공정을 예로 들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공간이 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여러 개의 챔버가 결합된 장비를 사용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스크러버 도입 분과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온실가스 처리 효율은 99%로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스크러버를 협력사와 함께 개발했다. 새로 개발한 베이*형 스크러버는 챔버보다 큰 베이 단위에서 온실가스를 처리해 필요 장비 대수를 줄여 전력 사용량은 물론, 관리·운영비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촉매를 사용해 온실가스 분해 온도를 낮춰 추가적으로 전력을 절감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로 작동해 질소산화물의 생성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베이(Bay): 여러 개의 챔버가 모여 있는 하나의 공정 단위.
베이형 스크러버는 SK하이닉스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비로, 철저한 평가와 분석 과정 끝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성수 TL은 “새로운 장비라 모두에게 익숙지 않아 사소한 단계에서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PSM 인허가* 때도 강도 높은 심사를 받았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해 1년 6개월 만에 최종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 PSM(Process Safety Management) 인허가: 산업 현장에서 공정이 안전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증받는 절차
이번에 탄관위에서 개선한 기존 스크러버와 도입 예정인 신규 스크러버는 모두 과불화화합물을 분해하는 장비다. 과불화화합물은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수천 배 이상 높아 온난화 유발 효과가 매우 큰 물질이다.
*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GWP):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1로 두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지수화한 지표
이성수 TL은 “1%의 효율 차이에도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과불화화합물을 99% 수준의 고효율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의 가치는 매우 크다”며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을 줄여 효과적인 방식으로 넷제로 2050이라는 목표에 기여했다”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밝혔다.
스크러버 도입 분과는 앞으로도 고효율/저전력 스크러버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게 돕고,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