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근로자에게 ‘꿈의 일터’로 통하는 행복모아 청주 사업장은 준공 이후 대규모 고용 창출을 이뤄내며 발달장애인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SK하이닉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일하며 더 넓은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제과제빵’이라는 새로운 답을 찾았다. 뉴스룸은 '행복만빵'이라는 이름으로 이천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행복모아의 두 번째 이야기를 담아봤다.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고,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만든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SK하이닉스는 방진복 제조 및 세탁 공정을 특화해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최우수 등급을 목표로 근무환경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더불어 전담 사회복지사를 고용해 고용 안정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활동 및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장애인의 자립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행복모아는 2017년, 86명의 장애인 구성원과 청주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현재 400여 명의 장애인(발달장애인 비율 약 90%) 고용을 창출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에 선정된 데 이어 ‘2021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4월에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철탑산업훈장을 품에 안았다.
▲행복모아 이천 사업장 행복만빵의 외부 전경
이처럼 행복모아 청주 사업장은 발달장애인에게 경제적, 사회적 자립의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무한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청주 사업장의 안착에 이어 행복모아는 장애인 자립 선순환 모델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또 한번의 도약에 나섰다. 바로 ‘행복만빵’이라는 새 이름으로 ‘제과제빵’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한 것. ‘행복이 가득 차다’라는 의미의 브랜드 네임처럼,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행복만빵의 모토다.
▲행복모아 두가연 사회복지사
“행복모아는 청주 사업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발달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고자 했습니다. 이에 오감(五感)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제과제빵 직무의 특성에 주목했고, 발달장애인의 예민하고 특별한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나아가 더 높은 단계의 사회 역할을 수행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장애인 자립 완성형 모델에 적합한 직무라고 판단해 제과제빵이라는 새 영역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행복모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관 및 기업이 힘을 모았다.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와 SPC삼립, SPC행복한재단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장애인 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적가치 실현 MOU를 체결, 이종기업 간 상생모델을 구축했다. SPC삼립과 SPC행복한재단은 수십 년의 제과제빵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애인 구성원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공장 설립부터 운영, 제품 품질 향상 등 다방면으로 자문을 제공했다.
▲행복모아 죽전 교육장에서 발달장애인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행복모아는 공장이 설립되기 전 장애인 구성원을 대상으로 약 1년간 제과제빵 전문 교육을 진행했다. 실제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강점과 공정에 필요한 능력이 부합하도록 맞춤형 직무 교육을 구성했다. 이와 함께 자격증반을 개설, 합격률 10%대의 국가 제과제빵기능사에 도전해 14명의 구성원이 자격을 획득했다(21년 9월 기준). 행복만빵은 2020년 개소 이후 170명의 장애 구성원을 채용했으며, 이 중 165명(97%)이 발달장애인 구성원으로 구성돼 있다.
행복만빵의 주요 공정은 크게 성형공정, 오븐공정, 신선공정, 포장공정으로 이뤄져 있다. 장애인 구성원의 장애 유형 및 성향, 작업 능력에 따라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세분화해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그 결과 모든 장애인 구성원들이 현재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장이 설립되기 전부터 장애인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빵 교육을 담당해왔다는 서은경 라인장은 “감사하게도 장애인 구성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며 “1년 이상 제빵 관련 직무 교육을 받고 온 터라 대다수가 업무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으며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행복모아 서은경 라인장(오른쪽)
구성원들의 열정은 곧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으로 이어졌다. 서 라인장은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평소 기계를 좋아하는 한 장애인 구성원이 검사 장비에 제품을 보내는 작업을 할 때,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발견해 업무 효율을 개선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저는 장애인 구성원들에게 단순히 업무를 전달하고 그대로 실행하게끔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게 됐죠. 장애인 구성원들은 본인의 제안이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것을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좋은 제안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공장 준공 전부터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온 장애인 구성원들은 이제 행복만빵이라는 꿈의 일터에서 더 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행복모아 김상윤 사원
김상윤 사원은 현재 오븐팀에서 오븐에 빵을 굽고 토핑을 올리는 등의 작업을 맡고 있다. 취업하기 전 일찍부터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제빵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생산 현장의 에이스다. 그는 “오븐팀에서 근무하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그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사원은 제빵기능사 합격 이후 제과기능사 자격증이라는 또 다른 목표도 세웠다. 그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건 자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오븐팀에서 제과제빵 브레인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예쁜 빵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행복모아 성혜원 사원
성형라인에서 근무 중인 성혜원 사원은 생지를 재단하고 예쁘게 모양을 잡아 오븐실로 넘겨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카페 창업이라는 인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행복모아에 입사하게 됐다고. 제빵 경험이 없는 그는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처음 내 손으로 빵을 만들었을 때’를 꼽으며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빵을 보면서 제 마음도 말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제빵의 매력에 푹 빠진 성 사원은 행복만빵에서 일하며 제빵기능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회사에서 자격증 취득에 많은 지원을 해준다”며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을 꼭 따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행복만빵의 제품 콘셉트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닌, 매일 아침 동네 베이커리에서 만나는 신선한 빵’이다. 이를 위해 SPC삼립과 함께 행복만빵만의 최고급 생지(Dough)를 자체 개발했다. 또한 SPC삼립 최고의 제빵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R&D 역량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서울 3대 빵집 등 전국의 유명 베이커리를 벤치마킹해 제품에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샐러드, 샌드위치 등의 신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정을 변경했고, SPC로부터 최고 수준의 원료를 지원받고 있다. 현재 행복만빵은 약 50가지 이상의 자체 개발 제품 확보했으며, 구성원의 건강과 가심(心)비 증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행복만빵의 제품은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부드러운 빵’은 단팥빵, 슈크림빵, 옥수수빵 등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의 빵들로 구성된다. ‘신선한 빵’은 닭가슴살&리코타 샐러드, 에멘탈크로와상샌드위치 등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했다. ‘좋은 빵’은 식빵이나 바게트, 스프&바게트볼 등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은 빵들로 구성된다. ‘행복한 빵’ 에는 크로와상, 몽블랑, 패스츄리맘모스 등 고소한 맛과 풍미가 가득한 빵들로 구성된다. 특히 천연버터의 고소한 풍미와 ‘겉바속촉’의 식감이 매력인 크로와상은 구성원들이 꼽는 베스트 메뉴 중 하나다.
행복만빵은 12월 중 SK하이닉스 이천, 청주캠퍼스 내 일부 구내식당에 제품을 소량 납품한 뒤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구성원은 간편식 코너를 통해 행복만빵의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행복만빵은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생활을 통한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무 전문성 향상을 지원해 제과제빵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행복만빵은 이종기업 간 전직, 창업지원제도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원이 더 넓은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자립 완성형 모델’을 구축했다.
자립 완성형 모델이란 사회적으로 취약한 발달장애인들의 직업적 생애주기를 5단계로 설정, 각 시기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립 완성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지향하는 모델을 말한다. 사회에 진출한 자립 완성형 인재의 빈 자리는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발달장애인 신규 구성원들이 맡게 되면서 사회적인 선순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만빵은 이러한 자립 완성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각 단계에 맞춰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자립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제과제빵 전문 훈련, 자격증 취득, 자립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행복모아 임동현 사회복지사
“행복만빵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만빵 구성원들은 고객에게 더 맛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선도기업으로서 발달장애인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행복만빵이 만들어갈 지속가능한 미래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