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는 기억해야 할 정보를 저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메모리 반도체에 저장된 정보는 어떤 사람에겐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나 지식이지만,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달돼야 할 신호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발상에 주목했고, 그 결과 기억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이 소중한 가족과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지켜주는 위치추적 기반 배회감지기 ‘행복GPS’를 탄생시켰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행복GPS 사업이 지난 4년간 어떤 성과들을 거둬왔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행복 GPS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더 행복하게 만들어왔는지 소개하기 위해 사업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로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저장해, 지금부터 들려주려 한다.
SK하이닉스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는 경영철학 하에, 오래 전부터 복지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처음에는 사업장 주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지원해주는 사업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이 보태지면서, 점차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행복GPS 사업은 그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특성을 살려 IC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공헌사업을 모색하던 중, 2016년 경찰청을 통해 치매 어르신의 실종 문제의 심각성을 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치매 어르신을 비롯한 기억장애계층의 실종사고 발생 시 조기 발견을 돕고 나아가 실종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목표.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2016년 실시간 위치추적 배회감지기 개발을 진행했고,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보급된 행복 GPS의 수는 총 1만 6000대에 달한다. 첫 해인 2017년에는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6000대의 행복GPS가 전달됐고, 2018년에도 4000대가 지원됐다. 올해부터는 발달장애인까지 보급대상을 확대해, 치매 어르신과 발달장애인에게 각각 3000대씩 총 6000대의 행복GPS가 지급됐다.
특히 행복GPS 사업에는 구성원들의 참여로 조성된 행복나눔기금이 활용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행복나눔기금은 지난 2011년부터 SK하이닉스가 지역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기부 금액에 맞춰 회사도 일정한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조성된 기금. 행복GPS 사업에만 지금까지 총 14억원이 투입됐다.
행복GPS 보급 이후 실제 실종사고 해결도 훨씬 수월해졌다. 실종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추가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실종자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SK하이닉스가 경찰청으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복GPS를 통해 해결된 실종사고만 지금까지 총 207건에 달한다.
하승완 TL은 “실종자를 제때 찾지 못해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경우 가족뿐만 아니라 수색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행복GPS를 통해 가정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7000~8000명의 장애인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실종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7,724명이던 실종 장애인 수가 지난해에는 8,881명까지 증가했다. 끝내 발견되지 못한 실종 장애인 수도 2014년 6명에서 지난해 65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발달이 늦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종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 학부모나 선생님 등 보호자들이 항상 지켜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순간 놓치면 잃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특히 신체적인 성장에 비해 정신적인 성장이 늦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미리 대비하더라도 보호자가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실종 위험이 더 크다. 날씨의 영향을 받아 감정적으로 기복이 크고 예민해지기 때문.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종 이후 행동양식도 각기 달라 수색은 더욱 힘들다. 높은 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왼쪽으로만 가는 사람도 있다. 평소 가고 싶었던 장소를 무작정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있어, 때론 실종된 곳과 아주 먼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발달장애인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러다 보니 차도, 기찻길 등 위험한 장소에 주의 없이 들어가기도 하고, 납치 등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다. 실종사고 발생 후 조기 발견될 경우에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한다. 김금미 원장은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찾으려면 골든 타임 안에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GPS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종사고 발생 시 골든 타임은 몇 시간일까? SK하이닉스와 경찰청에 따르면 약 6시간이 마지노선이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6시간이 넘어가면 실종자의 생존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 이 때문에 실종사고 발생 시 경찰의 대처 또한 조기 발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특히 ‘코드 제로’로 분류되는 치매 어르신, 지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지역 내 전 경찰병력이 모두 수색에 투입된다.
이런 측면에서 행복GPS의 역할은 매우 크다. 보급 이후 사고 발생 후 실종자 발견에 이르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 SK하이닉스와 경찰청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실종자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급 전 평균 12시간에서 보급 후 평균 50분으로 줄었다. 실종사고 발생 시 투입되는 인원 비중도 감소했다. 행복GPS를 통해 위치를 특정할 수 있어,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수색이 가능해졌기 때문. 그만큼 경찰인력을 지역 내 다른 사건 해결에 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행복GPS의 형태가 팔찌 형태로 제작된 것 역시 의미가 크다. ‘실종자를 빨리 찾는 것’이라는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제작된 것. 치매 어르신이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증상이 발현되면 들고 있던 물건이나 차고 있던 액세서리를 모두 벗어 던지는 경우가 잦다. 핸드폰에 탑재된 GPS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목걸이처럼 벗어 던지거나 끊기 쉬운 형태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경찰청 및 관계 기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보호자 없이 혼자서는 탈∙부착할 수 없는 팔찌 형태로 행복GPS를 제작했다. 또한 장기간 착용이 가능하도록 부가 기능을 최소화하고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켰다. ‘실시간 위치추적’이라는 핵심 기능에만 집중한 것. 그 결과, 실제 사고 발생 시 실종자를 빠르게 발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최숙희 계장은 “행복GPS 보급 이후 실종자를 더 많이, 더 빨리 찾을 수 있게 돼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이는 무척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동안은 예산상 제약으로 인해 못했던 일이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통해 성사돼,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정책(노력)들이 조금 더 뿌리를 내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치매 어르신과 발달장애인을 위해 행복GPS를 추가적으로 3,200대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경찰청 및 관계 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지속적으로 행복GPS를 보급할 수 있는 토대를 계속 마련해갈 방침이다.
또한 수혜 대상을 계속 늘려가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최초 사업 구상 단계에서 수혜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시작한 만큼, 행복GPS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계층들에 대한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전문성 있는 기관과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 각 계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표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확대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타 사업과의 연계 역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독거노인 AI 스피커 지원사업 ‘실버프렌드’ 등 SK하이닉스가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사회공헌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편입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행복GPS 기능 및 디자인 업그레이드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은 GPS 기반 위치추적 기능과 배터리 지속성능 개선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방수기능, 내구성 개선 등 일상 생활에서의 편의성을 개선해줄 부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착용자를 위해 일반 스마트밴드와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하승완 TL은 “다행히 행복GPS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 사회적인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빠른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해,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