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하이닉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맞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템이 일하고 사람은 학습하는 ‘시일사학’을 실현해, 사람은 더 나은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반복 업무는 시스템이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 올해 ‘해커톤 대회’는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뉴스룸은 지난 2월 24일부터 지난 7월 3일까지 130여 일간 진행된 대회의 주요 순간을 함께하며 해커톤 대회 현장을 담아봤다.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기획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단기간 동안 프로그램이나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를 뜻한다. SK하이닉스의 해커톤 대회는 지난 2018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올해 대회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시일사학’을 주제로,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을 통해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성을 고민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각 참가팀은 아이디어 발제자 1인, 데이터 분석 1인, 코딩 분석 1인 등 총 3명으로 구성돼,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데이터 분석, 코딩 과정을 거쳤다.
특히 올해 대회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것. 본선 발표와 심사, 시상까지 한꺼번에 이뤄진 예년과 달리 올해는 1차 기술 심사 후 2차 Biz. 심사, 시상식까지 각각 일정을 분리해 구성원 간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대회 운영을 맡은 인태규 TL(DT_Big Data Staff)은 “해커톤 대회는 구성원들이 Big Data 분석, 머신 러닝, AI(Artificial Intelligence) 등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장으로 대회 참여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자연스럽게 Data 분석 기반의 일하는 문화 정착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기간 동안 ‘마스크 착용’ 및 ‘일정 거리 두기’를 최대한 지켰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먼저 아이디어를 모집한 후 서류 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본선 10팀을 선정했다. Data 유무, Data의 양, 활용 가능한 모델링 유무, 기간 내 결과 확보 가능 여부, Biz. Impact, 효용 가치와 파급효과 등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거쳐 97개 출품작 중 32개의 아이디어가 서류심사에 합격했고, 인터뷰를 거쳐 총 10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10개 팀은 심사위원 앞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순차적으로 팀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2차 Biz. 심사에 쓰일 발표 영상도 녹화했다. 심사위원은 다른 장소에서 컨퍼런스콜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이런 비대면 방식이 생소했을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인태 TL(Data Research팀)은 “발표자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편견 없이 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아이디어들이 1차 기술 심사에 올라왔을까? 주로 △불량 원인 분석 및 예측 △설계 △물류 최적화 등 세 가지 분야에 집중됐다.
불량 원인 분석 및 예측 분야에서는 공정 과정 또는 테스트 중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의 원인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을 데이터에 기반한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불량 원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여러 모델들이 제시됐다. 설계 분야에서는 설계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데이터로 미리 예측해 최적의 설계 조건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들이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물류 최적화 분야에서도 데이터에 기반한 재고 관리, 설비 수명 예측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제출됐다.
2차 Biz. 심사는 1차 심사 발표 내용에 포함된 Biz. Impact 부문 심사로 진행됐고 대상 1팀과 우수상 4팀, 장려상 5팀이 탄생했다. 올해 대상 수상의 영예는 ‘Optimal Solution & Decision Science팀’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Disruptors팀’, ‘애프터디자인스쿨팀’, ‘블루칼라팀’, ‘복대동 클라쓰팀’ 등 총 4팀이, 장려상은 ‘HiEyes 팀’, ‘Hylight 팀’, ‘Hydra 팀’, ‘M.I.T 팀’, ‘팬텀 팀’ 등 총 5팀이 선정됐다.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시상식도 특별했다. 수상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표창을 수여하는 ‘찾아가는 시상식’이 진행된 것. 뉴스룸은 시상식 현장에서 수상자들과도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 (왼쪽부터) 양정현 TL, 우승표 TL, 이상엽 TL
대상을 수상한 Optimal Solution & Decision Science팀은 우승표 TL(제조/기술사업), 이상엽 TL(P&T사업), 양정현 TL(제조/기술사업)로 구성된 팀. 이들은 드라이펌프1)의 유휴 재고를 최소화해 적정 재고의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드라이펌프의 수명 정보를 클러스터링, 머신러닝 기법 등을 통해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대상을 품에 안았다.
우승표 TL은 “이 시스템을 통해 드라이펌프의 수명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이를 통해 교체 주기와 이에 따른 적정 재고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유휴 재고가 줄어든 만큼 창고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 비용을 새로운 설비에 투자할 수 있어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Optimal Solution & Decision Science팀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전사에 있는 데이터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데이터 전산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표준화한 후에 현업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데이터 원천 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2020년 3분기부터는 다른 전산 시스템과도 연결할 예정이다.
▲ (왼쪽부터) 임진호 TL, 김상휘 TL, 원종순 TL
김상휘 TL(DRAM개발사업), 원종순 TL(DRAM개발사업), 임진호 TL(DRAM개발사업)로 구성된 Disruptors팀은 반도체 라인 설계 자동화 시스템에서 커플링(Coupling) 현상2)을 데이터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상휘 TL은 “기존에는 설계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야 커플링 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설계 때 커플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오직 엔지니어의 경험에 의해서였지만, 데이터를 통해 미리 커플링 현상을 예측함으로써 라인을 설계하면서 동시에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박준용 TL, 조경준 TL
애프터디자인스쿨팀의 조경준 TL(DRAM개발사업), 이진형 TL(DRAM개발사업), 박준용 TL(DRAM개발사업)은 D램 설계 과정 중 그룹시그널을 동일한 특성으로 만드는 작업을 머신러닝으로 자동화하고 최적화시키는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조경준 TL은 “그룹시그널은 설계 시 이뤄지는 신호로 이를 최적화하는 일은 D램 설계 시 가장 많은 기간을 할애하는 작업과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한다”며 “그룹시그널을 최적화하는 업무에 자동화까지 더해져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신현수 TL, 나종인 TL, 강만기 TL
우수상을 수상한 블루칼라팀의 나종인 TL(P&T사업), 강만기 TL(P&T사업), 신현수 TL(P&T사업)은 D램 테스트 공정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머신러닝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제안했다.
나종인 TL은 “기존의 D램 테스트 환경에서도 머신러닝 기술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 구성원들의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며 “유지보수 역시 자동화함으로써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양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 사람은 생각하고 시스템이 일하는 업무환경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블루칼라팀이 제안한 시스템은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 안정화한 후 올해 9~10월에 현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 (왼쪽부터) 배영목 TL, 황찬호 TL, 김희원 TL
이름부터 남다른 복대동 클라쓰팀의 배영목 TL(NAND개발사업), 황찬호 TL(NAND개발사업), 김희원 TL(NAND개발사업)은 웨이퍼 테스트 이후 도출된 데이터로 불량 웨이퍼 다이(Die) 예측을 자동화하고, 낸드플래시 불량 표시 방식에 새로운 이미지를 도입해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황찬호 TL은 “기존에는 숫자로 표시해온 불량의 정도를 선이나 도형 등으로 표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또한 합성곱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불량 검출 업무 자동화 시스템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배영목 TL은 “이 시스템을 통해 낸드플래시의 불량을 손쉽게 파악해 품질 보증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업무 자동화에도 성공해 근무자가 더욱더 편안한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해커톤 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구성원들의 데이터 사이언스 업무 역량 향상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각 조직의 담당들 역시 CDS(Citizen Data Scientist) 육성 프로그램과 통계적 역량 성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반도체 업무에 DT 혁신을 일으키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해커톤 대회를 통해 이뤄낸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앞으로 이런 변화의 속도를 더욱더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DT 송창록 담당은 “구성원들이 자기 업무 영역에서의 문제점을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트랜포메이션을 통해 AI솔루션을 개발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계함으로 새로운 Biz. Impact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하여 많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해주시길 기대하며 내년 해커톤 대회에도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각주>
1) 드라이펌프 : 웨이퍼 공정 시 압력을 제어하는 설비
2) 커플링(Coupling) 현상: 반도체 설계 때 라인을 그릴 때 인접하는 라인의 흐름에 의해 신호가 왜곡되거나 제대로 흐르지 않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