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D램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지만, NAND Flash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글로벌 NAND 5위권’, 이것이 SK하이닉스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하지만 10년 후, 아니 당장 2년 후에는 어떨까?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지금의 자리에 머물고 있을까? SK하이닉스 NAND개발 최정달 담당은 이 질문에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최정달 담당에게 SK하이닉스 NAND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수년 동안 NAND 분야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만큼 조만간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가 크다. 최정달 담당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봤을 때, 그 기대감을 올해부터는 만족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128단 4D NAND 기술이 주요 생산라인에 적용되면 SK하이닉스 NAND의 위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차세대 NAND 기술도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목표가 달성되면 글로벌 Top Tier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는 건 우연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그간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결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에 가능한 일. 이는 SK하이닉스 고유의 업무 체계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SK하이닉스 구성원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NAND 시장 Top Tier로 빠르게 진화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128단 4D NAN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확보해 두었기 때문.
“SK하이닉스 NAND 기술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128단 4D NAN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규모에서는 조금 밀려도 기술력만큼은 업계 1위의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몇 년 후 용인 클러스터가 완공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NAND 사업 수익률은 최근 상당히 높아졌다. 업계에서도 NAND의 조기 흑자전환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이 향상된 건 원가경쟁력이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96단 제품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현재 72단에서 96단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율도 90%를 이미 넘어섰고, 전망도 밝습니다. 현재는 경쟁우위에 있는 128단 4D NAND로 고객 인증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제품의 비중이 늘어나면 제품 포트폴리오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긍정적인 지표들이 많았지만, 올해 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이슈도 발생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NAND개발 역시 이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SK하이닉스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큰 힘을 발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내실을 다져 ‘전화위복’의 상황을 이끌어낸 것.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글로벌 Supply Chain이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발 앞서 장비를 입고하고 기존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며 128단 4D NAND의 Ramp Up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28단 제품의 장비 가동률을 기존 제품 이상으로 확보했습니다.
생산 라인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128단의 경우 고객 인증 등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정달 담당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파트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았다. 2017년에 미래기술연구원 NAND소자기술그룹 그룹장을 맡았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는 128단 4D NAND TF장을 맡아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SK하이닉스 NAND 사업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선물했다.
이처럼 빠르게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최정달 담당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얻은 한 가지 통찰력을 그 비결로 꼽았다.
“공대로 진학을 결심하면서 ‘꼭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고, 이를 위해 20년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 결과 기술적으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얻은 경험 원칙은 ‘단순해야 한다’입니다. 점점 기술이 정교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의 것에 무언가를 더 추가하는 기술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술 구조를 단순화하려고 노력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정달 담당은 직장생활을 통해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 챙겨가며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좋은 기술이 나올 것 같아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지지를 얻어야 완벽한 기술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를 최소 5명은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고 동료와 함께 발맞춰 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타자리(利他自利)’라는 사자성어는 ‘남을 잘되게 해서 나를 잘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일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겸손해야 하고 많이 참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저를 이해해주는 많은 동료를 얻을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했기에 128단 4D NAND 기술의 세계 최초 개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최정달 담당은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SK하이닉스에는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강해서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옆도 살펴보게 됩니다. 나 혼자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면서 최고가 된다면 그 가치는 더 커집니다. 저는 ‘초격차’를 앞서는 것은 ‘초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품격을 갖추게 되면, ‘초품격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최정달 담당은 이런 의미를 담아 NAND개발 조직의 올해 비전으로 ‘Best Quality, First NAND’를 내걸었다. 품질을 확보하면 NAND 시장에서 ‘초품격’을 가진 Top Tier 기업이 될 수 있으니, 계속 노력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구성원들에게 SK하이닉스 NAND 사업에 찾아온 5가지 ‘Winning Momentums’를 놓치지 말고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5가지 Winning Momentums는 △경쟁 우위의 기술 △SK하이닉스만의 양산 기술 노하우 확보 △품질 안정화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체계 구축 △SUPEX(Super Excellent) 추구를 통한 BIC 실현으로, 이 중 앞의 3가지는 이미 실현됐지만 2가지는 아직 교두보 정도만 확보한 상황.
“남은 2가지 Winning Momentums를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경쟁자도 밤을 새우고 있고,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위기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체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또한 SUPEX 추구를 통한 BIC 실현은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세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구성원들에게 주문하고, 또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정달 담당은 이를 위한 동력 확보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CEO 이하 모든 구성원이 제품(Product) 중심 체계를 갖추고 품질 확보와 전체 최적화를 위해 각 조직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NAND개발 조직을 새롭게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대외와 대내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조직에서 담당하다 보니 인력 자원(Resource)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NAND AE(Application Engineering) 팀과 PE(Product Engineering) 팀을 신설했습니다. NAND AE 팀은 외부, 즉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는 일을 담당하고, NAND PE 팀은 내부, 즉 솔루션(Solution) 파트와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합니다. 이를 위해 인력도 많이 보강했습니다”
‘행복’이라는 화두와 관련해 최정달 담당은 ‘빈 필하모닉’을 예로 들며 NAND개발 조직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은 맡은 업무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며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조직. 최정달 담당이 꿈꾸는 이상적인 조직이다.
“빈 필하모닉에는 상임 지휘자가 없고, 공연마다 단원들이 그 공연만 맡아줄 지휘자를 선발합니다. 연주자들이 자기 완결성, 즉 최고의 연주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휘자는 각 파트가 언제 연주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빈 필하모닉의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피날레인데, 항상 오케스트라와 관중이 하나가 돼 함께 박수를 칩니다. NAND개발 조직도 그렇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구성원 각자가 자기 완결성을 갖춰 리더는 구성원들이 언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방향성만 알려주면 되는 조직, 그리고 그 결과 고객이 박수를 쳐주는 조직. 이런 최고의 조직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최정달 담당은 기술개발 목표를 얘기할 때 MTS(Module Target Spec)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구성원들에게 강조한다. MTS는 이전 세대 기술에서 최대치로 달성했던 수율, 신뢰성, 품질 등의 결과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한 목표 스펙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주로 MTS를 악보로 비유하고 늘 구성원들에게 작곡하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주문합니다. 현장에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는 악보를 만들어주라는 얘기입니다. 연주자들이 최고의 연주실력을 갖추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듯이, 우리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AND개발 담당 내에 ‘C-Lab(Crazy Lab)’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C-Lab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제안하고 구현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인프라를 지원해 직접 개발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구성원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특히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편이다. 자발적으로 3명 이상만 모이면 동호회를 만들어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많은 구성원이 다양한 동호회를 만들어서 활동 중이다. 최정달 담당은 시간을 내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며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고.
“각자의 직급이나 상황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공통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Work and Life Balance’를 넘어 ‘Work and Life Circulation’을 강조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기분 좋게 집에 가고, 집에서는 충분히 쉬고 와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런 선순환을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역량을 쌓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만큼 직장인에게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최정달 담당은 그런 의미에서 직장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구성원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일할 때는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각자 ‘몸값’을 높여갈 수 있도록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일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회의도 많이 줄였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30분 안에 끝내도록 하고 가능하면 서면으로 대체하도록 해, 구성원들이 ‘Time Poor’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려고 합니다. 또한, 일 외에 다른 요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지도 늘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정달 담당에게 ‘SK하이닉스의 리더 중 한 사람으로서 최정달 담당’을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료로서는 구성원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도우미가 되고 싶습니다. SK하이닉스 전체로 관점을 넓혀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 싶습니다. 판을 흔들고 혁신을 지속해, NAND 시장의 판세를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흐름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최정달 담당이 추천한 Next Top TL?
“Solution개발 안현 담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NAND 사업이 잘 되려면 단품도 잘 돼야 하지만, 솔루션이 잘 돼야 합니다. 앞으로 함께 성장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음 Top TL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추천합니다"
이천캠퍼스 최정달 담당의 집무실에는 안현 담당이 앉아서 일을 하는 책상도 있습니다. 분당캠퍼스 안현 담당의 집무실도 마찬가지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어 함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