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밀리고 잔업과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자기계발입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SK하이닉스에서는 경험 많은 선배를 멘토로 삼아 업무에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는데요.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도 성장한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SK하이닉스 DRAM설계본부 내에 있는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디자인스쿨(Design-School)이라는 이름은 얼핏 들으면 미대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놀랍게도 SK하이닉스에서 추진하는 DRAM설계본부의 반도체 설계 관련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디자인스쿨 프로그램 전에도 DRAM본부 내에서 운영하는 교육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업과 조금 다른 교육이라 스스로 프로젝트를 설계하려면 또 다른 교육을 받아야 했지요. 내부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입니다”라고 2014년부터 디자인스쿨의 기획부터 추진, 운영까지 담당해 온 고민정 책임은 말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설계 생산성 향상과 다양한 고객들의 욕구 충족에 따른 기술력 향상이 필요했고,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채용을 늘리다 보니 전략적으로 설계 전문 인력의 양성이 시급했어요”라며 그녀는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설계 업무는 부터 전문가까지를 5단계 레벨로 나누었을 때 적어도 레벨 3이 되어야 혼자 설계가 가능한 수준인데요. 문제는 레벨 3이 되려면 4년여의 시간이 필요한데 4년 동안 사람을 육성하기에는 설계 전문 인력의 조기 전력화가 필요했던 거죠. 기간 단축을 고민하던 끝에 뽑아 든 카드가 교육이었어요.”
이렇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디자인한 디자인스쿨은 2014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이 궁금하다고 하자 고민정 책임이 몸을 앞으로 당기며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디자인스쿨은 1과 2, 그리고 1.5가 있습니다. 1과 2는 설계 담당자를 위한 교육이고, 1.5는 비 설계 인력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디자인스쿨 1은 5주간 Off-Duty로 회로 설계에 이어 배치 설계를 배우는데요. 설계 기본 교육을 통한 지식전달과 실제 제품을 설계합니다. 제품 설계는 규모를 낮춰 작은 블록만 설계하고 교육 후에는 학습결과를 체크하기 위해 다음날 테스트를 실시하지요. 테스트 결과는 교육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활용됩니다. 디자인스쿨 2는 4개월 과정입니다. 베이스 프로젝트라고 해서 실제 제품을 설계해요. 베이스가 되는 프로젝트는 선배들이 했던 프로젝트 하나를 과제로 가져와 DRAM에 대한 내용과 동작에 대해 전체적으로 공부하죠. 들을 실제 제품설계에 투입할 순 없지만 프로젝트에서는 자신만의 제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멘토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6개월의 교육을 수료하면 현업에 배치되어 바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강의를 진행한 강사와 수료생들의 추후 평가를 통해 교재와 커리큘럼도 매 기수마다 보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스쿨 1.5에 대해 묻자, 고민정 책임의 시선이 서정균 선임에게 향한 채로 대답을 이어나갔습니다. “본부 내 비설계 인력의 눈높이에 맞춘 설계교육으로 설계 협업부서와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프로그램이에요. 서정균 선임이 있는 시스템솔루션이나 고객솔루션에서 요청이 있었는데 이분들의 관심사는 ‘불량 사례를 어떻게 좀 더 빠르고 쉽게 해석할 것인가’였어요. ‘제품 테스트를 했을 때 이런 불량이면 설계의 어느 분야와 의논하면 되겠다’라는 것과 ‘설계를 알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것에 대한 요구가 생기면서 설계구성원 대상이 아닌 솔루션구성원을 위한 설계교육을 해보자는 취지아래 교육과정이 셋업 됐습니다.”
교육은 총 3주로 1주간은 Off-Duty로 회로설계 이론을 배우고 2주간은 업무와 병행하면서 개인 실습과제로 설계를 진행해야 합니다. 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강의방향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요. 이는 교육받고 싶은 내용과 관심분야에 대해 파악한 후 강사와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더욱 촘촘하게 구성된 디자인스쿨의 면이 엿보였습니다. 이런 세심함 때문에 최단 시간 내에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었을 테지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많은 인재를 놀라울 속도로 성장시킨 디자인스쿨. 여기에서 배운 부분들이 업무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적은 언제였을까요? “물론 업무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라며 말문을 연 오민욱 선임은 고민정 책임을 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다른 회사에 취업한 친구들에 고민을 들어보면 1년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지나고 나니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달랐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엎어지고 구르면서 업무에 필요한 것을 배웠고 현업에 배치 된 후에는 교육을 거름 삼아 맡겨진 일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거든요.” 서정균 선임도 실습만 제 것으로 만든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보탰습니다.
한 때 디자인스쿨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말이 있기도 했습니다. 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며 디자인스쿨에서 강사나 멘토로 설계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니 업무가 물리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일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교육의 효과 덕분에 현재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이 좋은지를 묻는 설문에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훨씬 높거든요.”
“설문 결과대로 업무능력도 향상돼요.” 오민욱 선임이 재빨리 말을 이었습니다. “만약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시키는 것만 했을 거에요. 아니 시킨다 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는 에게 어떤 선배가 일을 주겠어요. 안줄 거예요. 업무는 쌓이는데 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더 많을 일을 해야 할 테고요. 그러나 6개월 동안의 교육을 받은 저희들은 현업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낼 수가 있습니다. 뭘 해야 하나 눈치도 안보고요. 이지만 내 업무가 생긴다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일처리가 빠르다 보니 선배들이 일을 더 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마지막 말은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지만 자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난 어투였습니다. 고민정 책임은 과거엔 들이 회의 내용을 알아듣고 회의록을 쓰려면 걸리던 시간을 요즘엔 교육 6개월 뒤 바로 회의록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설계 인력의 조기 전력화로 인한 교육 도입에 따른 변화라고 했습니다.
교육 운영자로서 교육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을까요? 이 물음에 고민정 책임은 들이 질문하는 것을 아직도 조심스러워 한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눈치 보지 않고 물어보는 거예요. 이 사람 저 사람 다 붙잡고 물어보면서 일을 배워야 합니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지식들을 다 흡수하면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어렵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고민하지 말고 강사나 멘토들에게 물어야 해요. 묻는 용기도 필요하거든요. 실습과제는 혼자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고민하는 교육생들에게 말해요. 이 고민은 수 년 전에 선배들이 했던 고민이니 ‘이런 고민은 그대로 습득하고 더 좋은 고민을 해라’라고 말이죠.”
교육 중 실시하는 테스트에 대한 교육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하자 서정균 선임이 “성적 공개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민정 책임의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들이나 강사들로 인해 생긴 업무 공백은 남아 있는 직원들의 몫이잖아요. 교육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안고 가는 상황이다 보니 들이 교육을 잘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어요. 교육생들에는 회사에서 투자하는 시간이니 만큼 자신에게 부여된 기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상기시켜주려고 하는 부분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사들이 교육생들의 이해 정도와 난이도를 조절해서 적정교육을 하기 위함이라고 봐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뿌듯했거나 보람을 느낀 순간은 없었을까요? 고민정 책임은 그룹내부적으로 배치 설계를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했던 경험을 회상했습니다. 사람은 부족하고 프로젝트는 많은데 인력을 보충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을 했다는데요. 그 때 바로 ‘디자인스쿨 교육생들을 활용하자’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머릿속 전구에 불이 반짝 켜졌습니다. “디자인스쿨 교육생은 만능플레이어니까 잘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스쿨 2까지 교육받았던 분들을 긴급 투입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완벽하게 일을 해내더라고요. 배치설계 선배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위기감을 느꼈다는 말을 했을 때는 뿌듯함마저 생겼습니다.” 이 때 오민욱 선임도 함께 참여를 했다고 하는데요. 관련 에피소드를 말하면서 오민욱 선임의 어깨들 다독거리는 고민정 선임의 얼굴에는 고마움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오민욱 선임 또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는지 “그때 정말 신나게 일했던 거 같아요”라면서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현장중심의 맞춤교육으로 직원들의 자발적 교육의지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고민정 책임은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에 도움되었던 사례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아 보였습니다. “올해만 디자인스쿨 프로그램 1.5를 3회 실시했습니다. 상품기획실도 함께 교육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설계전공자들이 아닌 인력으로 구성된 상품기획실은 업무와 병행한 교육이라 힘들었을 텐데도 내내 밝은 얼굴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본 업무와 많이 다른 설계교육에 다소 부담을 느끼셨을 법도 한데 ‘꼴등을 해도 배워가는 게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힘도 나고 ‘잘 달려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럴까요? 회사 곳곳에서 설계 인력을 많이 요청한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설계 전문가들을 늘 부족한 상황입니다. 고민정 책임은 디자인스쿨 프로그램 담당자로서의 목표를 덧붙였습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설계 전문가들을 많이 육성하는 것과 더불어 설계전문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그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그녀는 현업에 배치된 분들이 타 조직에 녹아 들어 SK하이닉스가 더욱 성장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 변화될 디자인스쿨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오민욱 선임은 디자인스쿨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교육만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현업중심의 실무교육이야말로 들에겐 꼭 필요한 교육이에요. 저도 단기간에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디자인스쿨은 교육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은 6회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디자인스쿨 교육이 3년차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현업부서와 교육생 모두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현업 중심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은 물론입니다. 그로 인해 고민정 책임을 찾는 전화도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타 조직에서도 디자인스쿨과 같은 교육을 받고 싶다는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덕분에 고민정 책임은 코디네이터로 다른 조직 내 스쿨을 셋업하는 걸 도와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스쿨의 기획부터 추진과 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인 고민정 책임. 시스템솔루션그룹의 최고 브레인이자 매력적인 웃음을 가진 서정균 선임과 VPD그룹의 든든한 기둥이자 SK하이닉스 DRAM설계의 유망주인 오민욱 선임. 이들 모두는 디자인스쿨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말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면모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의 힘으로 다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 중심의 디자인스쿨! 멘토와 멘티의 환상적인 협업과 능동적인 참여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직원들이며 직원들의 발전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DRAM설계본부. 이곳에서 운영하는 디자인스쿨 프로그램은 세로선처럼 특정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제공하고 가로선처럼 다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 T자형 교육프로그램이라 생각됩니다. 반도체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이들이 있기에 SK하이닉스의 불꽃은 더욱 환하게 빛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