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비메모리 반도체와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 PCB) 기판의 공급 부족이 서버 수요의 상승을 제한해, 단기적으로 수요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서버의 수요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급락해, 올해 1분기에는 반년 전인 지난해 3분기보다 15% 줄었다. 노트북 판매량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반도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대외 여건마저 어려워졌다.
다만 서버의 실질적인 수요로 볼 수 있는 주문량은 여전히 공급량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2022년 1분기 서버 공급이 수요의 50~60%밖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트북의 수요량도 비메모리 반도체와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공급 부족 이슈를 제외하면, 반도체 전방의 실질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올해 2분기부터 완화돼 연말까지 수급 균형이 상당 부분 맞춰질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 비메모리 반도체의 유통 재고가 소폭 증가했고, 올해 2분기에는 공급이 부족한 일부 칩(Chip)들의 생산 공정이 12인치 웨이퍼(Wafer)로 전환되면서 8인치 생산으로는 부족했던 물량(Capacity)에 여유가 생길 예정이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와 온 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 대만의 반도체 생산 기업 UMC(United Microelectronics Corporation),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 대만의 전문 IC 파운드리 기업 VIS(Vanguard International Semiconductor Corporation) 등의 8인치 생산 물량 증설이 완료된다. 이에 전방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여도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기 지표 역시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실질 수요를 선행하는 미국의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제조업 재고순환 지표가 상승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미국 ISM 제조업 지수의 증감률은 2012년과 2015년의 저점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미국 경기 선행 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높은 수준에서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비메모리 반도체 및 부품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전방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는 한국 IT 재고 순환지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의 ISM 제조업 재고 순환 지표가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반도체를 둘러싼 경기 지표들이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반도체 산업 내 핵심 기업들인 TSMC와 엔비디아(NVIDIA), AMD, 퀄컴(Qualcom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등은 여전히 전방 수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 플랫폼(Meta Platform, 이하 메타) 등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loud Service Providers, 이하 CSPs)는 올해 강도 높은 자본 지출(CapEx, 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불한 비용) 집행을 앞두고 있다. 비수기인 1분기를 지나 성수기인 2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심리지수가 반등하고 한국 IT 재고순환 지표가 상승세로 전환되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DRAM 산업의 공급 과잉률은 0.8%을 기록할 전망이다. DRAM 총 수요는 서버를 포함한 주요 응용 프로그램(Application)의 용량(GB/System) 증가로 인해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공급(Real Capacity)은 자본지출 축소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부진을 이유로 DRAM 산업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의 증가 폭이 예상보다 적어 오히려 업황은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까지는 공급 업체들이 신규 생산 물량을 높여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2분기 중반부터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신규 CPU인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와 AMD의 제노아(Genoa) 출시 효과가 수요에 반영되면서 수급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DRAM 유통 재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증가세를 보였던 PC-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고객들의 DRAM 보유 재고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한 것. PC-OEM 업체들의 DRAM 평균 재고는 지난해 말 10~12주 수준이었으나 최근 5~6주까지 크게 낮아졌다. 이는 평년 수준인 4~5주에 근접한 수치다.
북미와 중국의 클라우드 고객들이 보유한 서버 DRAM의 재고는 각각 8~9주와 7~8주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서버의 공급량이 고객들의 실질 수요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한 재고 흐름으로 보인다. 해당 재고 역시 부품의 공급난이 완화될 올해 2분기 중반을 지나며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여, 향후 DRAM 산업의 업황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중화권 고객들의 DRAM 재고가 10~12주까지 늘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는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기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직후에는 DRAM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대규모의 구매 축소(Order Cut)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모바일 DRAM의 가격은 자체적인 수급 상황보다는 서버 DRAM의 수급 여건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공급 업체들의 DRAM 평균 재고는 올해 1분기 말 5~6주 수준까지 증가해, 평년 수치인 4~5주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반도체 기업의 증설 물량 Ramp-up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공정 수율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2분기에서 3분기로 이어지는 성수기에는 신규 증설 물량보다는 보유 재고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이다. 즉, 공급 업체들의 늘어난 DRAM 재고가 현시점에서는 크게 부담되지 않아, 향후 DRAM 고정 가격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 하반기 DRAM 산업은 ‘공급 주도형(Supply-Driven) 공급 부족’ 국면으로 다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나타날 업 사이클(Up-Cycle)의 기간 역시 DRAM 공급 업체들의 증설 의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율이 과거보다 낮아진 만큼, DRAM의 업 사이클은 공급 증가율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다. 지금은 주요 DRAM 제조기업들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투자 기조로 돌아서면 DRAM 산업은 시차를 두고 다시 공급 과잉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올해 수요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할 서버 DRAM은 오는 2분기부터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DRAM의 전방 시장인 서버 하드웨어의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4분기부터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실질 수요의 감소보다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서버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서버의 공급이 저조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버의 출하량은 부품의 공급 부족이 완화되는 올해 2분기부터 빠르게 회복된 뒤, 인텔과 AMD의 신규 CPU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3분기에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서버 DRAM 수요는 마이그레이션(Migration, 데이터의 저장 공간과 형태를 조정하는 일)과 서버 교체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CSPs를 중심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북미 CSPs는 서버 수요 비중의 70~80%를 차지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Google), 아마존(Amazon)의 서버 수요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19%, 15%, 8%, 1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신규 오픈을 앞둔 지역(Region)이 대부분 유럽에 집중되어 있어, 최근 발생한 전쟁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래 지속될 경우 전망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CSPs는 IT 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를 제외하면, 올 한 해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트댄스는 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Enterprise Cloud Platform)인 ‘Volcengine’의 Ramp-up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 전년 대비 14%의 서버 수요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Tencent)의 올해 서버 수요는 각각 전년 대비 1%, 4% 하락하는 등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공급 과잉에 시달려온 NAND 산업은 키옥시아(Kioxia)의 생산 차질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중 고정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생된 Fab 오염 사건으로, 일본 요카이치와 키타카미 지역에 있는 키옥시아 Y2~Y6 공장 가동에 차질이 발생한 것. 오염의 원인은 프론트엔드(Front-end) 공정 중 습식(Wet) 세정용 소재의 배합 불량으로 추정된다. FAB Out 이후에 오염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보여, 수율이 다시 정상화되고 신뢰성이 복구되기까지 약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객사의 품질 인증(Qual) 진행 경과에 따라 오염 영향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NAND 산업의 공급 과잉률은 0.3%를 기록할 전망이다. NAND의 총 수요는 서버를 포함한 주요 스마트폰과 SSD의 호조로 전년 대비 28% 증가하고, 공급(Real Capacity)은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다. 당초 수요 증가율을 상회하는 공급 증가가 예상됐었지만, 기존 물량(Capacity)의 생산 차질 영향이 신규 증설 영향을 상회할 것으로 판단된다.
분기별 수급 상황은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 영향이 큰 올해 1분기에 빠르게 개선된 후, 2분기부터 공급의 증가와 성수기 수요 효과가 맞물리며 수급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의 경우 키옥시아 공장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의 신규 증설 분의 양산도 예정돼 있다. 다만 NAND 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고객들이 재고 확보(Build-up)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컨트롤러(Controller) 공급 부족이 해소되며 SSD를 중심으로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늘어난 공급량 대부분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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