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는지 알고 있으신가요? 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는 1955년,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발표한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과학과 공학>이라는 논문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기본 언어인 ‘리스프(LISP)’를 개발해낸 존 매카시는 죽을 때까지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에 대해 낙관했다고 하는데요. “인공지능이 얼마나 빨리 발전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진전이 있었다. 인간 지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얻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에 일생을 바친 인공지능의 아버지 ‘존 매카시’! 오늘은 그의 일생과 그가 평생을 두고 매진했던 업적들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할게요!
1927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존 매카시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쓰는 교과서로 수학을 공부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수학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던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수학과 학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어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수학자 존 내시와 함께 수학 박사과정을 전공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스탠포드, 다트머트 대학,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58년 MIT에서 인공지능의 기본 언어인 LSIP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매카시는 MIT에서 최초의 인공지능 연구소의 공동설립자이자 스탠포드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의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이었는데요. 리스프란 이름 자체는 '리스트 프로세싱'을 줄인 말이고 이 언어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고안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리스프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 연구실에서의 존 매카시
리스프 언어는 매카시가 1960년에 쓴 논문 <기호로 나타낸 재귀 함수와 기계를 이용한 계산>에서 추상화한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람다 대수(계산법)’를 기반으로 기호 데이터를 다루는 연산에 알맞은 언어로 설계되어 AI를 중심으로 여러 다른 응용 분야에서 유용함을 발휘했는데요. 최초의 리스프 인터프리터는 IBM 704 컴퓨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산술 연산을 가볍게 처리하지 못했다가 점차 컴파일러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해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언어는 인공지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차 여러 산업계에 빠르게 도입되었고 당시의 개발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 원형은 지금도 리스프 파생 언어 ‘커먼리스프'와 ‘스킴(Scheme)’에 녹아있죠.
★ ‘커먼리스프와 ‘스킴(Scheme)’이란?
커먼리스프는 리스프 등장 초반에 등장한 수많은 변종 기능을 한 데 묶어 리스프 산업 표준을 정하기 위해 리스프 커뮤니티가 만든 것입니다. 커먼리스프 ANSI 표준은 1994년 정해졌습니다. 스킴은 MIT 인공지능 실험실의 연구원 가이 르위스 스틸리 주니어, 제럴드 제이 서스먼이 1975년 처음 내놓은 것을 MIT에서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듬은 프로그래밍 언어인데요. 1990년 IEEE 표준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 프로그래밍언어 리스프의 개발자 존 매카시
람다 계산법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 방식인 리스프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였습니다. 트리 데이터 구조(tree data structures), 자동 저장공간 관리(automatic storage management), 동적 타이핑(dynamic typing),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 자체적인 컴파일러(self-hosting compiler) 등이 그러한 예인데요. 포트란에 이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역사가 긴 언어가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동적 타이핑은 최근에서야 많은 언어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 람다계산법(Lambda Calculus)이란?
리스프는 람다계산법(Lambda Calculus)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람다 계산법은 λ-계산법이라고도 표기하며, 함수의 정의, 함수의 응용, 재귀를 위한 Formal System입니다. 일반적으로 Formal System이라함은 토큰, 디지털, 유한 범위를 다루는 시스템을 이야기하는데요. ‘토큰’은 특정한 가치를 대변해 주는 것을 의미하며, ‘디지털’은 원래의 것은 완벽하게 재연할 수 있다는 의미이죠. 유한 범위는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합니다.
람다계산법은 함수적인 프로그래밍이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했습니다. 또한, 연산하거나 재귀하는 이론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해 주었는데요. 최신 함수 언어 역시 람다계산법에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Erlang, Haskell, Lisp, ML, Scheme을 포함하여, 초기 언어로는 Clojure, F#, Nemerle, Scala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람다 계산법은 지금도 여전히 수학적인 기반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존 매카시가 처음 리스프를 만들어낸 이후, 이는 많은 방언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많은 언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스프는 다른 프로그래밍언어와는 달리 수 많은 방언이 존재하는데요. 리스프는 탄생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그 가치를 드러내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 체스 경기 결과에 대한 예측
존 매카시는 리스프 개발에 이어 인공지능에 관련된 수많은 주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아이폰4S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뮬레이터 '시리(Siri)'나 그 전신인 '엘리자(Eliza)'처럼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형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러한 생각을 확장시킨 그는 1962년 스탠포드 인공지능연구실(SAIL; Stanfor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을 세웠습니다.
그는 1970년 체스 경기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나중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 일화는 그가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낙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편 그는 2000년까지 스탠포드에 머무르면서 관련 분야 활동을 지속했고 일부 공상과학(SF) 관련 창작물을 출간하거나 미래 기술에 대한 언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예측 가운데 일부는 21세기 과학과 기술력을 통해 인간이 만들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달 가능한 수준과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되는데요. 존 매카시는 2006년의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목표를 “인간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며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으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인공지능은 흔히 떠올리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지능을 초월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인간의 미래가 이로부터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죠. 그의 이런 낙관은 인간과 인간 능력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향연 84세의 나이로 타계한 존 매카시는 평생을 인공지능 연구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고 이를 충분히 컴퓨터에게 가르쳐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전제 하에 인공지능 연구를 이어갔는데요.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지금의 인공지능 연구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생을 한 분야에 매진한 그의 놀라운 집념과 열정!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