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해가 돌아오면 우리는 지난 2002년을 회상합니다. 온 국민이 붉은 물결을 이뤄 하나가 되었고, 대표팀은 ‘꿈은 이루어진다’를 몸소 증명해내는 기적을 이뤘죠. 벌써 16년이 흘렀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붉은악마 입니다. 오늘 만나본 SK하이닉스인은 2002년에는 까까머리 학생으로, 지금은 소문난 축구 광(狂)이 되어 살아가는 1인입니다. 그의 최애팀은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최애 선수는 호날두입니다. 여행을 떠나도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엔 응원 용품을 챙긴다는 그는 축구 만을 위해 사는 것 같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해결될 때까지 문제만 바라보는 ‘일 바라기’입니다. 너무도 다른 두 가지를 완벽히 즐기며 산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M14 PHASE2 ETCH팀에서 NAND 제품 장비 개선/유지 업무를 하고 있는 신건조 선임입니다. 제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어디까지 난 것인가요? 하하”
축구 이야기로 입을 연 신건조 선임은 참 행복해 보입니다. 신선임의 축구사랑은 8~9살의 꼬맹이 시절로 거슬러 갑니다. 조기축구를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것이 마냥 좋았다던 그는, 5학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이사와 함께 선수 생활은 끝나버렸지만 그의 축구사랑은 여전합니다.
“제가 외동에 부모님이 맞벌이 하셨어요. 어린 마음에 외로웠는지 22명이 모여서 하는 축구가 참 좋았어요. 축구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럿이 모여 공만 차는 것 같지만 조직력이 생명이죠. 그 넓은 운동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득점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잘해서는 결코 골을 넣을 수 없죠. 11명 한 팀이 한마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지를 때의 짜릿함이 어린 나이에도 있었나 봐요.”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다 보니 직접 필드에 나서는 수가 줄어들었지만 응원만은 현역선수 못지않게 열렬한데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도 경기시간이 되면 옷을 챙겨 입고 응원하기도 했을 정도라니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신선임의 24시간은 축구경기 시간에 맞춰 있는 듯 하지만, 엄연한 직장인입니다. 특히 유럽 축구팀을 응원하는 그로서는 일상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듯한데 노하우가 있을까요?
“해외 경기는 시차 때문에 새벽에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런 날은 퇴근하자마자 일단 잠을 자고, 시간에 맞춰 일어나 경기를 봐요. 평소보다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나는 것일뿐, 저에게 힘든 일은 아니랍니다. ^^”
신건조 선임의 주 업무는 장비 개선/유지입니다. 입사한 지 6년 차, 의 고비를 넘고 이제 막 업무가 넓게 보이는 시기입니다. SK하이닉스는 큰 조직이다 보니 업무가 세분화 되어있고, 각자의 업무의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신선임은 수많은 질문을 통해 그 전문성을 쌓고 있습니다.
“제 업무가 생산과 수율의 딱 중간에 있어요. 생산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품질을 지키는 입장을 모두 이해하며 일을 해결해야 하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문제와의 대화도 중요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살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고 보니 개인의 최대치 능력과 조직력이 팀을 승리로 이끈다는 점에서 회사와 축구는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신선임의 역할은 여러 팀과 조율 하며 일을 진행하는 중간자! 축구의 미드필더와 같습니다. 선수 시절 그의 포지션 역시 미드필더였다고 하니 지금의 업무를 맡게 된 것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업무를 위한 대화도 중요하지만, 팀 내에서도 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파트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저보다 어린 사원들 사이 분명히 입장의 차이가 있기에 되도록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윗 분들과 후배들을 모두 이해하는 딱 중간적인 연차라서 그런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겨도 돌려 말하기보단 직접 이야기 하는 편이예요. 오해 없이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 좋습니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 한잔이 하루의 피로를 푸는 유일한 탈출구인 대한민국 직장인, 이들에게 워라밸(Working and Life Balance)는 사실 꿈같은 단어입니다. 신건조 선임 역시 똑같은 대한민국의 직장인이지만, 축구를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집중력’에서 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선수 생활을 하다가 공부로 돌아왔을 때 적응하는데 힘들었죠. 공부 기반이 없었으니 인문계고등학교도 간신히 들어갔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목표가 생기면 독하게 합니다. 제가 재수를 했는데, 그때 당시 절에 들어가서 수능 전전날 내려왔을 정도였고, 취업 준비할 때도 도서관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도서관에서만 살았어요.”
SK하이닉스 입사 직후에는 새로 접하는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에만 몰두하기도 했는데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일하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저도 한동안은 퇴근 후 술만 마셨어요. 그런데 살만 찔 뿐 스트레스는 안 풀리더라고요. 소리 지르며 축구에 푹 빠져있는 그 2시간만큼 저에게 힐링인 순간은 없습니다. 지난 4월에 9일정도 영국에 원정 응원을 다녀왔어요. 9일 동안 3경기를 봤으니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지만 정말 ‘잘 놀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기고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차도 없이 업무효율도 좋아졌습니다.”
선택을 했고 최선을 다한 후 결과에 순응한 것, ‘스포츠맨십’인데요. 어린시절 이를 몸으로 터득한 신선임은 자신만의 워라밸의 노하우를 만든 것 같습니다.
술로 찌운 살을 빼고 다시 필드에서 뛰고 싶다는 신건조 선임은 실패도 좌절도 해 봤기에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즐기고 있는 축구 사랑이 더 행복해 보였는데요. ‘호날두가 은퇴하기 전에 그의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 소원이에요’라고 말하는 신건조 선임은 다시 10대시절 축구 꿈나무가 된 듯 행복해보였습니다.
워라밸, 우리는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밀려 진정한 의미를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일 할 때 일에 집증하고, 쉴 때 푹 쉬는 것,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일 할 필요도 없고 쉴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만난 신건조 선임처럼 자신만의 페이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워라밸을 내 것으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