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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10대 ‘인싸’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 ‘젠리(Zenly)’

Written by 이종철 기자 | 2020. 4. 16 오전 5:00:00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과 24시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우리 일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스마트폰에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에 설치돼 여러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제 우리가 어떤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우리 일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뉴스룸은 지금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위치 추적 앱 ‘젠리’를 통해 우리 시대 새로운 IT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했다.  

- 편집자 주

 

PC 통신 초창기에는 친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할 때 ‘버디버디’나 ‘네이트온’ 같은 채팅 서비스가 주로 활용됐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이후에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친구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 공유 앱이 다시 그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최근 10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새 시대의 새 위치 공유 메신저’ 젠리(Zenly)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도대체 젠리가 뭐길래, 이 난리야?”

젠리는 어떤 종류의 앱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위치 공유 서비스이자 메신저이며, 소셜미디어이자 지도 기반 서비스이기도 하다. 또 일종의 캠페인 툴(Tool)로도 활용된다. 10대들은 이 앱의 의미를 규정하는 데 아무 관심도 없을 것이고, 앱 개발사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의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어른들의 습관으로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10대를 위한 종합 커뮤니케이션 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젠리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반 메신저가 아닌 일종의 위치 기반 서비스다. 지도 위에 인물의 아이콘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위치 공유 앱의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누군가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역시 이미 다른 많은 기존 앱에서 제공해온 서비스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런 만큼 사용 방식은 익숙하다. 기존 앱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기능들을 채택해, 헤매지 않고 바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입 방법은 카카오톡과 유사하다.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인증하고 사용자 이름과 닉네임을 만든 후,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권한을 주면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친구를 맺는 방법도 스마트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활용하거나 ID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친구를 맺고 나면 친구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친구의 현재 위치, 이동 방향과 이동 속도, 현재 친구의 스마트폰 배터리 상태 등이 제공된다. 선택한 친구에게 이모지1) 애니메이션이나 텍스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젠리에서는 위치 정보 공개 여부를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 친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는 '투명모드'(가운데)와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리거나 더 이상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유령모드'(오른쪽)가 있다.

위치 정보 공개 여부는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투명 모드’에서는 친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내 위치에서 친구가 있는 곳까지 거리와 소요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유령 모드’로 전환하면 사생활을 편리하게 보호할 수 있다. 

유령 모드는 ‘안개 모드’와 ‘얼음 모드’로 다시 나뉘는데, 안개 모드는 나의 위치를 대략적으로만 알리는 기능이고 얼음 모드는 설정 이전에 마지막 위치에서 더 이상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기능이다. 공개 대상에 따라서 투명 모드와 유령 모드를 지정할 수 있으며, 유령 모드 해제 시간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10대의, 10대에 의한, 10대를 위한 소통창구 ‘젠리’

어른들에게 위치 정보 앱은 부정적인 인상이 더 강하다. ‘오빠 믿지’ 같은 기존 커플 전용 위치 공유 앱들은 애인 또는 배우자의 외도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주로 활용됐고,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되더라도 직장 상사나 시댁 어른 같은 원치 않는 대상에게 자신의 위치가 공유되는 불편하거나 불쾌한 경험을 해야 했기 때문. 위치 권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각 소셜 미디어도 위치 정보에 대한 권한 요청을 섬세하게 하고 있는 요즘엔 기존 위치 공유 앱들도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이쯤 되면 더욱 궁금해진다. 어른들에게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오히려 꺼려지는 위치 공유 앱인 ‘젠리’에 도대체 왜 10대는 열광하고 있는 걸까? 

위 기능 중 새롭게 등장한 것들은 거의 없다. 이모지나 스티커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Yo’에서, 실시간 위치와 배터리양을 보여주는 서비스는 ‘만땅’ 혹은 다른 메신저에서, 범프(Bump)와 탐험 뱃지는 포스퀘어나 패스(Path) 등에서, 자동 생성 뱃지 등은 여러 소셜 미디어 등에서 사용된 바 있는 기능들이다. 

하지만 이런 익숙한 기능들이 젠리에서는 특별해진다. 현명한 제작사는 10년간 이어져 온 모바일 소셜 미디어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독특하지만 반대로 또 서로 밀접하게 엮을 수 있는 기능만을 엄선해 젠리를 만들었다. 엄선한 기준도 명료하다. 이 앱은 철저하게 10대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어른들에게는 별 쓸모 없어 보이는 이 앱은 10대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학교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스마트폰 배터리는 얼마나 남았는지 등 어른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은 10대에게는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 어떻게 10대, 특히 ‘인싸’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들만 모아 놨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앱 전반을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도 마찬가지다. 앱의 네온 혹은 비비 컬러, 볼드하고 화려한 애니메이션, 이모지를 사용할 때의 재미있는 사운드, 앱을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모티콘 등 다양한 요소에 내포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2)은 기존에 존재했지만 어른들은 질려버린 것들, 그러나 청소년에겐 새로운 것들이다. 이른바 앱 계 ‘뉴트로(New-tro)3)’라고 할 만하다.

▲젠리에서는 친구의 이동경로와 친구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왼쪽) 친구와 같은 위치에 있으면 지도 상에 표시가 되고,(가운데) 친구에게 이모지를 보낼 수도 있다.(오른쪽)

숨기고 싶은 게 많은 어른들과 달리 ‘인싸’인 10대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보여주는 데 익숙하다. PC를 사용해오던 어른들에게는 로그아웃 이후 자신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숨겨져야만 하는 개인정보다. 하지만 성장기부터 PC보다 모바일에 익숙한 10대의 생각은 아마 다를 것이다. 스마트폰은 항상 로그인(Log-in)된 상태로 구동된다. 또한, 애초에 활동 반경이 제한적인 10대 입장에선 위치를 굳이 숨길 것도 없다. 부모님만 모른다면 말이다.

어른들은 ‘싸이월드 방문자 추적기’, ‘페이스북 친구 확인’ 등 은밀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과 인터넷 친구와의 관계를 확인해왔다. 그러나 모든 걸 공개하고 그 정보 안에서 공통점을 적극적으로 찾는 세대에게 위치 정보 공유는 불편한 것이 아니다. 

젠리를 통해 바라본 10대들의 소통 트렌드

젠리가 10대들에게 알려지고 확산하기 시작한 스토리에서도 이 앱이 10대들에게 얼마나 파괴력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젠리는 동명의 프랑스 스타트업 ‘젠리’가 2015년 개발·출시한 앱으로, 처음에는 기술적 완성도를 소개하기 위한 뉴스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 뉴스를 본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젠리 그 자체에 주목했다. 이들은 젠리가 제공하는 쉽고 다양한 기능을 금방 흡수했고, 다른 메신저에서 빠르게 이탈해 젠리에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대대적인 광고 없이 뉴스 보도 한 번으로 프랑스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이후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젠리는 2017년 5월 글로벌 IT 기업 스냅에 2억 5,000만 달러(약 2,962억 원)에 인수되며 다시 한번 세상에 젠리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에도 젠리는 독자적인 앱으로 계속 서비스되며 사용자 수를 꾸준히 늘렸고, 지난해 글로벌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10대들 사이에서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얻어 이미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10대들은 광고가 점차 늘어나고 무거워진 카카오톡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대신 가볍고 빠른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 DM, 젠리가 이들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다가오는 Z세대는 투명한 정보 공개, 재미, 단순함을 선호하는 것이 특성이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이러한 특성은 뚜렷해진다. 

젠리는 마치 우연히 성공한 모델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세대의 특성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 젠리는 위치 정보를 거의 가감 없이 정확하게 공개하며, 각종 액션을 통해 사용자들의 흥미를 꾸준히 유발한다. 메인화면이 곧 메뉴이며, 메인화면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  버튼의 수 역시 다른 앱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은 세 개뿐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집에 있기 챌린지', 10대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젠리를 통해 즐겁게 실천하고 있다.

특히, 위치 공유를 넘어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는 것도 젠리의 매력 요소. 젠리에는 핵심 콘텐츠인 사용자 위치 외에도 각종 챌린지 등을 통해 앱 내 체류 시간을 보장하는 추가 콘텐츠가 존재한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10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집에 있기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 집에 머무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친구에게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10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도 그들만의 유희로 바꿔 즐겼다.

이처럼 젠리는 타깃이 원하는 바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타깃을 겨냥해 제작된 앱이었기에,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우리 시대 앱 개발자, 그리고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체들에게 젠리가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각주>
1) Emoji. 그림 문자란 뜻의 일본어로 이모티콘의 일본식 표현이다. 최근에는 유니코드 체계를 이용해 만든 그림 문자를 포함해 디지털 소통에서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칭하는 용어로 활용된다. 감정을 간단히 표현하는 아이콘이나 사용자를 본 따 만들어진 캐릭터(ex. AR 이모지)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2) 게임이 아닌 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이나 특정 행동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적용해, 사용자가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 패러다임 
3)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오래된 것을 새롭게 즐기는 트렌드를 의미한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