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5G 등 최근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메모리반도체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비욘드(Beyond) 무어(Moore's law)’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기존 D램과 플래시 메모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뉴메모리’의 대표 선수들을 짚어봅니다.
반도체 업계가 지난 20여 년간 연구개발 끝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뉴메모리로는 상변화메모리 (Phase change Random Access Memory, PRAM),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 Re램(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 등으로 요약됩니다. 비휘발성과 고속성을 모두 갖춰, 주기억 장치의 역할과 저장장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융합하는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 구조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메모리는 크게 전하(Charge based)과 저항 기반(Resistance based) 소자로 분류합니다. 기존 메모리들은 전하 기반의 소자들이며, 반도체 업계가 개발 중인 뉴메모리는 대부분 저항 기반 소자입니다. 전하 기반 소자의 대표격인 D램과 플래시에 비해 저항 기반인 뉴메모리는 비휘발성 확보에 강점이 있습니다. 속도는 빠르지만 비휘발성을 갖지 못한 D램과 비휘발성은 갖췄지만 속도가 느린 플래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 ‘뉴메모리’로 불립니다. STT-M램과 P램도 높고 낮은 두 가지 저항 상태를 데이터 0과 1로 표현하므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저항(R) 메모리라 할 수 있습니다.
▲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를 이미지로 형상화한 사진. (출처: Intel)
가장 먼저 양산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발주자는 P램입니다. 인텔(Intel)이 야심차게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도 P램의 일종입니다. 2015년 7월 인텔과 마이크론(Micron)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3D X-Point Memory)를 발표했습니다.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고, D램보다 10배의 용량을 갖는다는 신개념 소자의 등장에 업계는 긴장했습니다.
여기서 P램이란 물질의 상(Phase, 相) 변화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물질의 상이 비정질 상태 (Amorphous phase)와 결정질 상태 (Crystalline phase)로 변화될 때 전기적 특성 변화를 이용하여 메모리 반도체의 기본 동작인 ‘1’또는 ‘0’ (SET 또는 RESET)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외부에서 전압을 가할 두 개의 전극(Top-, Bottom- electrode) 사이에 Heater 역할을 하는 레이어(layer)와 상변화 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상변화 물질은 주변 조건에 따라 결정질 또는 비정질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결정질 상태에서는 원자가 규칙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자가 이동하기 용이합니다. 즉, 저항이 작아서 전기 전도도가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죠. 반면에 비정질 상태에서는 원자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가 이동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저항이 높고 전기전도도가 좋지 않은 상황이 됩니다.
이렇게 물질의 상태에 따른 특성 차이를 이용해, P램 소자의 전극에 짧은 시간 동안 높은 전압을 걸면, 상변화 물질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열에너지에 의해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원자구조가 불규칙적으로 변화되므로 물질의 상태가 결정질 상태에서 비정질 상태로 변하게 되는 RESET이 됩니다. 반면 긴 시간 동안 낮은 전압을 걸면, 적당한 온도가 물질에 가해져 마치 어닐링 (annealing)을 통해 원자구조를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이 됩니다. 즉, 물질의 상태가 비정질 상태에서 결정질 상태로 변하는 SET 상태가 됩니다. 이와 같은 물질 상태 변화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0 (RESET)’ or ‘1 (SET)’ 상태를 구현하는 원리입니다.
빠른 쓰기(SET 및 RESET) 특성을 가지며, 차세대 메모리 및 뇌신경모방(neuromorphic) 단위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이 큰 기술로도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술이 향후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RESET 전류 감소, SET 속도 증가, 저항 드리프트 감소, 쓰기 내구성 개선 등의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특히 소자의 크기가 감소할수록 셀(Cell) 간의 열 간섭(Cross-talk) 문제가 관건입니다. 인접 셀간의 열 간섭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열차폐 방법이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3차원 적층 구조의 3D Xpoint memory와 같은 고집적, 다층 적층형 상변화 메모리 기술로 갈수록 열차폐 문제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과제입니다.
MRAM(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은 자기저항(Magnetoresistance)이라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이용한 소자입니다. 쉽게 말해 몇 십 나노미터 정도의 작은 자석의 N극과 S극이 어느 방향인지를 이용해 정보를 기억합니다. 전원이 꺼져도 기록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 특성을 갖습니다. D램급의 고속동작이 가능한 반면, 전력소모가 적고 무한대의 기록 및 재생 능력이 강점입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스핀전달토크(Spin Transfer Torque, STT) 방식이 활발히 연구개발 되고 있습니다. STT 방식은 자성체에 직접 전류를 주입하면, 주입된 전자가 가진 스핀이 자성체를 구성하고 있는 스핀에 전달돼, 자성체 스핀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물리현상을 원리로 합니다. 소자크기가 작아질수록 요구되는 전류밀도가 적어져 고집적화에도 유리합니다.
STT-MRAM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도시바, IBM 등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치열하게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분야에 먼저 M램을 접목했습니다. 시스템온칩(SoC)과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M램 임베디드 메모리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STT-M램은 D램을 대체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D램 제조에서 사용되는 장비의 약 90%는 STT-M램공정에서도 활용이 가능해 제조 공정이 유사하다는 제조 상의 이점도 있습니다. 또한 D램의 속도에 근접한 고속의 Read/Write 동작이 가능하면서,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취한 신규 메모리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메모리 셀 간의 magnetic 간섭으로 인한 집적화의 문제와 소자 소형화라는 문제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Re램은 저항차를 이용한 메모리소자를 말합니다. 두 개의 금속전극 사이에 절연막을 삽입한 간단한 구조가 강점입니다. 전기적 신호에 따라 저항이 크게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저항이 큰 부도체에 높은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는 통로(Filament)가 형성되고 저항이 작은 도체 상태로 바뀌는 특성을 이용, 데이터를 저장한다. 통로가 생성되면 전압을 통해 생성된 통로를 제어합니다. Re램의 일반적인 구조는 Top electrode(상부 전극)와 하부 전극 사이에 부도체(高저항)인 Metal oxide(메탈 옥사이드)를 가지는 형태인데 동작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상부전극에 큰 positive(양) 전압을 걸면, 메탈옥사이드에 있는 산소(Oxygen) 원자가 이온화되어 음전하가 됩니다. 이후 양전극인 상부전극 쪽으로 이동하면, 산소가 빠져나간 자리에 산소결함(Oxygen vacancy) 이 생기게 됩니다. 이 산소 결함이 필라멘트 형태로 두 전극 사이에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낮은 저항 상태가 됩니다(ON-state, SET). 만약 상부전극에 negative(음) 전압을 걸면 산소 가스(Oxygen gas)가 다시 메탈옥사이드의 산소결함 영역으로 이동해 저항이 커지면서 필라멘트가 끊어집니다 (OFF-state, RESET). 이 상태에서 인가된 전압을 차단하면 저항이 커서 전류가 흐를 수 없는 상태로 멈춰 있게 되므로 비휘발성 특성을 갖는 메모리로 동작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Re램의 경우 플래시 메모리보다 프로그램 동작이 100배 이상 빠르고 5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 동작이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5V 이하의 낮은 동작 전압 특성, 10년의 우수한 리텐션, 플렉시블 소자로의 응용 가능성 등이 매력입니다. 하지만 저항변화 물질 최적화 등이 선결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할 핵심 Key로 뉴메모리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앞다퉈 뉴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래 반도체 기술 패권은 누가 쥐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