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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넘어 반도체까지, 정웨이 그룹이 꿈꾸는 환골탈태(換骨奪胎)

Written by 노경목 기자 | 2018. 11. 13 오전 12:00:00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를 바꾸고 태를 벗는다’는 뜻으로 치열한 노력을 통해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입니다. 한국에 많이 알려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업입니다. 앞서 소개한 칭화유니와 SMIC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원래 있던 대기업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완전히 변신하려는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기도 한 세계 2위 비철금속업체 정웨이 그룹(正威國際集團)이 대표적입니다.

세계 2위 비철업체의 새로운 꿈, 반도체

선전에 본사를 둔 정웨이 그룹은 구리 및 텅스텐 생산 및 판매, 전선 등 케이블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1만 5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2016년 연 매출은 3300억위안(약 53조 6500억원)에 이릅니다. 중국 전체 기업 중에서는 40위, 민간 기업만 따지면 5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구리 등 비철금속을 취급하는 기업으로는 이미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왕원인(王文銀) 회장이 1997년 설립해 역사가 20년 남짓한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 속도입니다. 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왕 회장은 포브스 집계에서 중국 부호 6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기업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왕 회장의 평소 지론 때문입니다. 그는 “중국 기업이 세계적인 제조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저렴한 인건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연구개발을 통한 부단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왕회장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반도체 사업 진출을 타진했습니다. 중국 전자산업의 구조를 생각할 때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자체 생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왕회장의 야심, 험난한 여정의 시작

▲ 출처: AMER International Group 공식 홈페이지

정웨이그룹은 그룹의 핵심 사업 영역인 구리가 반도체 회로의 원료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반도체 치킨게임 와중에 생산설비가 싸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했습니다. 좋은 생산설비를 10분의 1 가격에 매입하면 나중에 반도체 사업이 여의치 않더라도 시장이 정상화됐을 때 되팔아 충분히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이해하고 있다면 합리적이라고 하기는 힘든 판단들입니다. 실제로 왕 회장은 2010년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을 오가며 반도체 설비 매입 및 기술 공동 개발을 타진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습니다. 상업성이 없는 8인치 웨이퍼 생산 설비를 2011년 삼성전자에서 매입한 것이 유일한 성과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웨이그룹은 같은 해 7월 안휘성 츠저우에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한 본격 투자에 돌입했습니다. 2020년까지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패키징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산둥성에 150억 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정웨이 그룹이 처음 반도체 산업에 진출할 때 “생소한 분야에 투자할 돈으로 주업인 비철금속에서 신규 광산을 사들이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타당했던 지적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진출을 통해 ‘기술보국’을 하겠다던 왕 회장의 도전을 평가절하하기만은 힘듭니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이유로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