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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이치현과 벗님들 ‘그땐 외롭지 않았어’, 모바일 D램 강자의 교두보를 마련하다(세계 최초 고용량 8Gb LPDDR3 개발)

Written by SK하이닉스 | 2021. 7. 15 오전 9:00:00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시리즈를 통해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그 시절 그 반도체를 추억해보자.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옛 명곡의 부활을 알리다

‘째깍째깍’ 시곗바늘을 2010년대 초반으로 돌려봤다. 사람들의 손에는 초창기 스마트폰 모델들이 들려 있다. 데이터 걱정 없이 걸으면서 회사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포털을 열어 궁금한 것을 검색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도 신기했던 시절.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리모콘 소유권을 둘러싼 길고 긴 가족 간 권력투쟁도 막을 내렸다.

그 시절 그 스마트폰 속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재생되고 있었을까?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무한도전’, 아빠와 자녀들의 케미를 보여준 예능아빠! 어디가?’, 8090 시절을 그린 드라마응답하라 1997’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우리고 우려 사골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신선한열풍을 불러일으켰던음악 오디션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2010년대 초반은 오디션 예능의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스타K’가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K팝 스타’, ‘TOP 밴드등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프로그램마다 매력 넘치는 참가자들이 지나간 옛 곡을 맛깔나게 살려 큰 화제를 모았다. 참가자들이 프로를 뺨치는 실력과 각자의 개성으로추억의 명곡을 선보이면, 원곡과 그 곡을 부른 예전 가수들도 함께 회자되곤 했다.

▲ 이치현과 벗님들의 보컬 이치현(사진 제공 : 인투이엔티)

이러한 오디션 예능을 통해 당시 대중들에게 큰 존재감을 각인시킨 원로 가수가 있다. 바로 1984년 포크 밴드로 데뷔한이치현과 벗님들’. 이들은 7080세대의 아이돌로, ‘집시여인’, ‘당신만이’, ‘다 가기 전에’, ‘그땐 외롭지 않았어등의 명곡을 선보였다.

그 후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10년대 초반, 그들의 명곡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 ‘슈퍼스타K 시즌6’에서 김필, 곽진언, 임도혁이당신만이를 경연에서 선보였고, ‘불후의 명곡에서도 이치현 특집은 큰 화제가 됐다. 이치현과 벗님들과 그들의 음악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던 옛 팬들에게도 다시 한번 추억을 선물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체절명 순간, 위로가 된 노래그땐 외롭지 않았어

2012년 SK하이닉스 Program Center 사무실. 늦은 시간,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음악을 벗 삼아 묵묵히 일하던 구성원은 당시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정우식 담당(DRAM PE Research Lab).

당시는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Tablet) 등의 모바일 기기로 IT 주도권이 서서히 넘어가며, 모바일 기기에 대한 니즈(Needs)가 폭증하던 시기다. SK하이닉스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D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즈음은 SK그룹에 인수돼 SK하이닉스로 다시 태어났던 때였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상황들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죠. 구성원 모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고용량, 초저전력 메모리 개발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고사양 프로그램이 구동할 수 있는 성능과 고용량을 확보하면서도, 휴대성이 좋고 본체가 작은 모바일 기기의 특성에 맞게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메모리가 요구됐죠. 이러한 제품을 적기에 내놓는 것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 담당은 당시 DRAM개발사업부 내 선행제품팀의 Program Center의 파트장을 맡아, 웨이퍼(Wafer) 테스트 장치에 쓰이는 알고리즘을 포함한 Test Program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일반적으로는 테스트 장치에 있는 RA 알고리즘을 통해 불량 분석을 진행하지만, 고용량 제품은 이 알고리즘만으로 테스트와 불량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웠기 때문. 이에 정 담당은 웨이퍼 내 좋은 품질의 다이(die)를 선별하고, 불량을 개선해 우수한 칩(Chip)으로 만들기 위한 SK하이닉스 표 ‘RA(Repair Algorithm, 불량 셀을 여분의 셀로 대체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다음 세대인 3세대 테스트 장치를 대량으로 투자해 적용을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의 테스트 장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장치 내 탑재된 알고리즘으로 테스트가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체 개발한 RA 기술을 적용하는 전략을 선보였죠. 기존 테스트 장치의 가용 기간을 거의 두 배 이상 늘리며 최소한의 투자로 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냄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쉬운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품 개발 및 양산 테스트 장치에 자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적용되며 확산되는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장치가 멈추는 오류가 때때로 발생했던 것. 정 담당과 Program Center 파트원들은 이러한 오류를 찾고 개선하기 위해 테스트 라인 안에서 장치가 멈추는 상황을 기다리며 며칠씩 매의 눈으로 장치 곁을 지켰다. 당시 양산 라인 장치에 오류가 생기면 휴일이나 한밤중에도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기에 이천을 떠나 사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정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오류의 원인을 찾아냈고, 이를 개선해 테스트 장치에 완성도 높은 RA 기술을 탑재할 수 있었다.

그 때 그 시절 정 담당은그땐 외롭지 않았어를 들으며 사무실에서 홀로 업무에 열중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가사와 보컬 이치현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 덕분에 잠깐이나마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대학 시절부터 이치현과 벗님들의 팬이어서 모든 앨범 CD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사무실 PC CD 플레이어에는 항상 이치현과 벗님들의 앨범이 들어 있었죠. 업무에 지치면 사무실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는 했습니다. 특히그땐 외롭지 않았어는 첫사랑과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가사가 담겨있어 아련한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해줬어요. 특히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던 순간들을 상기시켜줬는데, 늘 믿고 지지해준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업무에 쏟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고용량 8Gb LPDDR3 개발, SK하이닉스 성장 가도의 교두보 역할을 하다

정 담당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돼 탄생한 제품이 2013 6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고용량 ‘8Gb(기가비트) LPDDR3(Low Power DDR3)’이다. 이 제품은 20나노급 기술이 적용돼, 고용량, 초고속, 저전력 등 모바일에 특화된 특성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당시 모바일 D램 중에서는 단연코 역대급 스펙(Spec.)을 갖춘 제품이었던 것.


▲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용량 8Gb LPDDR3

2021년 현재 플래그십 모바일 기기에는 16GB(기가바이트) 이상의 D램이 탑재되고 있지만, 2013년에는 1GB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8Gb LPDDR3는 기존 4Gb 제품으로는 구성할 수 없었던 4GB(32Gb)의 고용량 모바일 D램 패키지를 구현할 수도 있었다. 개발 성공 소식에 시장이 들썩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용량뿐만 아니라 속도와 전력 측면에서도 우월한 스펙을 뽐냈다. 기존 LPDDR3의 데이터 전송속도인 1,600Mbps를 능가하는 2,133Mbps를 구현해 모바일 제품 중 최고속의 특성을 갖췄다. 32개의 정보출입구(I/O, Input Output 정보를 전달하거나 수신하는 곳 또는 입출력 장치)를 통해 싱글 채널(Single Channel)은 초당 최대 8.5GB, 듀얼 채널(Dual Channel)의 경우 최대 17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LPDDR2 대비 동작 속도도 2배가 개선됐다. 초저전압인 1.2V의 동작전압을 갖추고 있어, 대기전력 소모도 LPDDR2 4Gb 대비 10% 이상 줄었다.

또한 이 제품은 PoP(Package on Package)1)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2)와 한 패키지로 구성해 모바일 기기에 사용할 수 있고, 고성능의 울트라북(Ultrabook)과 태블릿 PC에도 바로 장착할 수 있는 온보드(On-board)용으로도 구성이 가능했다. 또한 이 제품을 통해 패키지의 높이가 이전 제품 대비 획기적으로 얇아지면서 초박형 IT 기기의 등장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반도체 기술 발전이 ICT 생태계의 진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8Gb LPDDR3 덕분에 IT 기기의 성능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면서, PC 앞에서만 가능했던 많은 일들을 휴대가 간편한 얇고 가벼운 IT 기기를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새로운 IT 생태계가 찾아왔다. SK하이닉스 역시 그 이후 지금까지도 고성능 모바일 D램 시장을 주도하는 강자로 우뚝 서서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모두 작은 반도체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SK하이닉스의 앞선 기술 수준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구성원들의 노고가 있다.

1) PoP(Package on Package) : 하나의 패키지 위에 다른 기능을 하는 패키지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테스트가 완료된 패키지를 적층함으로써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음.
2)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 : 멀티미디어 카드 인터페이스를 가진 컨트롤러가 결합된 제품으로 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제품에 사용됨. 모바일 D램과 함께 결합하면 CI-MCP(Card Interfaced Multi Chip Package) 라고 함.

한편, 이 제품은 테스트 기술력의 향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통해 자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 적용되기 시작해, 이후 개발되는 모든 제품은 이 알고리즘을 거쳐 개발 및 양산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생산성과 수율을 큰 폭으로 개선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같은 성과는 이후 정 담당이 새로운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탄생한 장치가 2014년 세계 최초로 웨이퍼 테스트, TDBI(Test During Burn-in, 테스트와 Burn-in을 결합한 개념), 패키지 테스트를 통합한하이브리드 테스트(Hybrid Test) 장치. 이 테스트 장치는 테스트 공정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 30%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8Gb LPDDR3는 저와 저희 팀 구성원들에게 강한 자신감과 엔지니어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해준 제품입니다. RA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제품 엔지니어가 걷는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행보였습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면 그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저의 모토인 ‘Race Your Own Race’를 실현함으로써, 테스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뚝심 있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고용량 모바일 D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RA 기술을 완성하고, 훗날 하이브리드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데까지 많은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