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운용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 NAND 컨트롤러, Analog IC (Analog integrated circuit), PCB(Printed Circuit Board), Lead frame 등의 공급 부족이 다시 모바일과 서버 등 반도체 전방 수요를 제한하기 시작했고, 반도체 장비의 생산 기간(Lead Time)을 늘려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한 증설도 제한하고 있다. 즉,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메모리 반도체의 전방 수요와 공급의 증가를 모두 제한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2022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올바르게 전망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및 PCB 기판의 증설 현황과 이에 따른 공급 부족의 해소 시점을 가늠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할 것이다.

파운드리 업체들, 공급 부족 해소 위해 생산 시설 증설에 박차…올 하반기 회복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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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부족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기간은 현재 20주 이상까지 급증했고(평년 수준은 9~12주),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판가도 전년 대비 최대 35% 급등했다. 이로 인해 최종 제품인 반도체 제품의 판가도 인상되고 있다.

파운드리 가격의 경우 해당 제품들을 생산하는 40~90nm 공정의 판가 인상률이 가장 가파르다. 공급망에 속한 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반적으로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된 비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수요처들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구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TSMC와 UMC 등 해외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물량(Capacity)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중 TSMC와 삼성전자는 12인치 파운드리 생산 시설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TSMC의 경우 난징 공장 신규 증설과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 완공을 통해 순차적으로 추가 생산 물량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2022년 P3 공장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2024년에는 미국 테일러 시에 설립 중인 신규 공장을 완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8인치 파운드리의 경우 UMC가 순차적으로 생산 시설을 증설할 것으로 예상되고, SMIC와 VIS 역시 증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IDM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의 경우 2022년 연말과 2023년 연초에 2개의 신규 공장이 완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증설 시점이 올해 하반기 이후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시점도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올해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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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파운드리의 생산 물량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되려면, ASML, Lam Research, AMAT 등에서 생산한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도 장비 제조에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PMIC와 Analog IC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장비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데 사용되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 모듈의 공급 부족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반도체 장비의 대당 생산 기간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비 제작 후 테스트 단계를 건너뛰면서까지 공급 시기를 단축하려 노력 중이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파운드리 업체들의 생산물량 확보 예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물량은 2022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뒤 2023년 상반기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제한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서버의 수요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상승 폭이 제한되고, 2022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2분기 예정된 인텔의 신규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 출시 효과도 기대보다 뒤로 밀린 올해 3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여, 올해 상반기 서버 수요 증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지 기판 공급도 부족…올해 상반기 서버 수요 상승 제한하는 또 하나의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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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패키지 기판의 공급도 여유롭지 않은 상황으로, 이 역시 모바일, 서버 등 반도체 전방 수요를 제한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스마크(Prismark)에 따르면 패키지 기판 시장은 매출액 기준 2020년 25% 성장한 데 이어 2021년에도 27% 성장하면서 주요 부품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성능 서버 및 GPU 등에 활용되는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성장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패키지 기판 시장은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며 2025년까지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PCB 업체들은 최근 고부가 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지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투자 역시 FC-BGA, FC-CSP(Flip Chip-Chip Scale Package), SiP(System in Package) 등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CPU, GPU 등에 주로 쓰이는 FC-BGA의 고부가 서버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넓은 면적을 확보하고 고층 구조를 갖추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패키지 기판 업체들의 생산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패키지 기판 시장에서 FC-BGA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절반에 육박하며, 성장성도 가장 가파르다. 2020년 39% 성장한 데 이어 2021년에도 31% 성장이 예상되며, 고성능 연산 및 AI 응용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5년간 연평균 11%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점에서 공급 물량이 양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인텔(Intel), AMD 외 애플(Apple)과 같은 칩셋 업체들의 FC-BGA 채택이 늘어나면서 수요 증가 폭이 더 큰 상황이다. 또한 넓은 면적과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패키지 기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 능력 잠식 효과가 커졌고, 부품 생산기간이 길어지면서 올해 주요 고객사로 패키지 기판이 공급되기까지 1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패키지 기판 시장이 구조적 호황을 맞이함에 따라 주요 공급 업체들은 2019년부터 생산물량 확보를 위한 증설 투자를 진행해왔다. 주요 업체 중 이비덴(Ibiden)이 12억 달러 투자를 통해 증설한 공장이 2020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했고, 2023년까지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코(Shinko)도 FC-BGA 생산라인을 증설해 2021년부터 가동했고, 난야 PCB(NanYa PCB)와 킨서스(Kinsus)도 FC-BGA 생산라인을 증설해 내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형 업체들까지 FC-BGA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사업 진출 및 증설도 대부분 내년 하반기에는 마무리돼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FC-BGA 물량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패키지 기판 공급 업체에 장기 공급 계약을 요청하며 투자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일부 증설 물량이 나오는 올해 하반기부터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서버의 수요 증대를 위해 필요한 패키지 기판의 수급난도 올해 상반기 서버 수요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DRAM 공급 과잉률 2.4% 전망…하반기 서버 DRAM 중심으로 수요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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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22년 DRAM 산업의 공급 과잉률은 올해보다 증가한 2.4%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 DRAM의 총 수요는 서버를 포함한 주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집적도(GB/System) 증가로 인해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Real Capacity)은 국내 업체들의 장비 증설과 마이크론(Micron)의 공정 전환 효율 증대로 인해 전년 대비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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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분기별로 보면 수급은 올해 상반기까지 악화된 후, 하반기부터는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신규 생산능력 확보 움직임이 연말·연초 공급 과잉률 확대(Oversupply Ratio: 2021년 3분기 +1.4% → 2021년 4분기 +2.3% → 2022년 1분기 +3.5%)로 이어지고, 주요 기업이 신규 생산능력을 확보함에 따라 올해 2분기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난 역시 수요의 증가를 제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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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일하게 전체 시장 수요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버 DRAM은 연말·연초 비수기를 거친 뒤, 올해 2분기부터 성장세로 다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DRAM의 전방 시장인 서버 하드웨어의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3분기에도 이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품 및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서버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판매량이 다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버 DRAM의 수요 성장세도 다소 주춤해질 것이다.

다만 서버의 실질 수요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부품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시작하는 2022년 하반기부터는 직전 고점을 넘어서는 성장세에 다시 진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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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와 3분기 사이에 서버 수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인텔과 AMD의 신규 CPU 출시가 예정돼 있지만, 부품의 충분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버 시장 내 DDR5와 5세대 PCIe(PCI Express)의 본격적인 확산 시점도 올해 하반기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인텔의 서버용 CPU인 사파이어 레피즈는 자사의 10nm(나노미터) SuperFin 공정에서 양산될 예정이며, 업계 최초로 DDR5와 5세대 PCIe를 지원한다. 제품 양산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및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메모리 대역폭(Memory Bandwidth)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HBM(High Bandwidth Memory)을 내장한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AMD 역시 TSMC의 5nm 공정을 적용한 신규 CPU 제노아(Genoa)를 2022년 중순에 선보일 전망이다. 제노아는 현재의 밀란(Milan) 제품보다 40%의 성능 향상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와 같이 DDR5와 5세대 PCIe를 지원한다.

고성능 신규 CPU의 출시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보유한 업체)들의 플랫폼 업그레이드 및 신규 서버 투자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며,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서버 DRAM의 수요 성장과 DDR5 시장 확대를 이끌 것이다.

DDR5 채택률은 가파른 성장세 예상돼, DRAM 업체들의 CapEx 상향으로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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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5는 현재의 DDR4 대비 동일한 클럭 속도(CPU의 동작 속도)에서 1.4배, DDR5 최대 클럭 속도에서 2.2배의 처리속도를 보인다. 또한 DDR4보다 약 10% 낮은 전력 소모량을 감안하면, 서버 고객들의 채택률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DDR5의 제품 가격이 DDR4 보다 약 40% 높게 형성돼 있기는 하지만, 위에 언급된 장점이 초기 탑재에 대한 고객 니즈를 높일 것이다. 또한 이후 DDR5의 가격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시장 침투 속도는 더 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버 시장 내 DDR5의 침투율은 올해 4분기에는 20~2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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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DRAM의 자본지출(CapEx, 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불한 비용)의 경우 전년 대비 12% 증가한 총 260억 달러로, 기존 전망치인 201억 달러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과거 3년치 평균인 204억 달러 대비 27% 증가한 규모로, EUV 적용을 위한 CapEx 지출과 주요 DRAM 제조업체들의 신규 공장 인프라 투자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처럼 자본지출이 늘어난 것은 DDR5 양산을 위해 신규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의 증설을 방관하다가 시장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에 깔려 있다. 이에 연말·연초 동안 신규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DRAM 산업의 총 웨이퍼 투입 생산량(wafer input capacity)도 지난해 4분기 1,461K/월 수준에서 올해 2분기 1,505K/월, 4분기 1,533K/월 수준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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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력 공정이 현재의 1znm에서 1anm로 전환되는 것만으로도 ‘동일 Wafer Capacity에서 생산되는 DRAM의 공급 증가율(bit growth)’이 21~28% 정도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의 수요 증가율 예상치인 15~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즉 DDR5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업체들의 자본지출 증가(공급의 증가 요인)’로 이어지고 있고, ‘기존 장비의 1anm 공정 전환(공급의 증가 요인)’까지 더해지며, DRAM의 공급 증가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DRAM의 수급 개선의 강도를 제한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요와 공급 상황을 종합해보면, 2022년 상반기는 비메모리 반도체 및 PCB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요의 제한과 DRAM의 공급 증가 영향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눌려있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공급의 증가율은 둔화되면서 빠르게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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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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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악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