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폭증,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열린 새로운 기회

2020년 처리된 데이터의 양은 약 59제타바이트(Zetabyte)1)로, 최근 몇 년간 ICT 사회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화상회의,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함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더 늘었다. 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ICT 기술을 우리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 지금 수준의 3배가 넘는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1) 제타바이트(Zetabyte): Zeta는 10해(10의 21승)를 의미하는 수의 단위. Byte는 데이터의 크기를 표현하는 단위. 킬로바이트(KB), 메가바이트(MB), 기가바이트(GB), 테라바이트(TB), 페타바이트(PB), 엑사바이트(EB), 제타바이트(ZB) 순으로 단위가 점점 커지며, 단위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의 크기가 1,000배씩 증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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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신기술 발굴 및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RTC 나명희 담당이 ISC 2021 패널토론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년 내 메모리 대역폭 수요는 8배, 용량 수요는 5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센터와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에서 컴퓨팅 성능, 전력, 비용 등이 끊임없이 개선돼야 한다.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로 메모리 성능과 용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 ‘메모리 벽(Memory Wall)’2)도 극에 달할 것이다. 

2) 메모리 벽(Memory Wall): CPU와 CPU 칩 외부 메모리 사이의 속도 차이.

‘메모리 벽’을 허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DRAM과 NAND는 지금까지 “확장성(Scalability)을 확보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보조를 맞춰 발전해왔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DRAM과 NAND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앞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용량과 성능에 대한 수요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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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계층의 성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 SCM)3) 개념이 도입됐다. 상변화 메모리(Phase-Change RAM, PCRAM)4)는 SCM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현한 대표적인 예다.

또한 컴퓨팅 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으로, 내장형(Embedded), 독립형(Standalone) 솔루션 등 여러 방식이 동원됐다. 이러한 솔루션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항상 고품질의 메모리 반도체 재료와 그 재료 간 적절한 비율의 결합이 필요하다.

3)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 NAND처럼 고용량/비휘발성 속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DRAM처럼 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모리.
4) 상변화 메모리(Phase-change RAM): 상변화 물질의 상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의 차이를 활용해 1과 0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반도체. 빠른 동작 특성과 비휘발성 등 장점을 두루 갖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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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재료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열린 2021 VLSI 기술 심포지엄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 가지의 신기술은 △강유전체 메모리(Ferroelectric Memory, FRAM) △STT-MRAM(Spin Transfer Torque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ReRAM(Resistive RAM, RRAM)이다. 

 강유전체 메모리(F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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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전체 메모리(FRAM)는 외부 전기장에 의해 전환될 수 있는 두 개의 안정적인 강유전체 쌍극자를 사용하는 메모리다. 강유전체 재료는 캐퍼시터(Capacitor), 그리고 결합된 산화물층으로 상보성 금속 산화물 반도체(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이하 CMOS) 게이트 스택(Gate Stack)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산화하프늄(HfO2)이 강유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발견돼 큰 주목을 받았다. HfO2는 CMOS 게이트 산화막(Gate Oxide)에 널리 사용되는 재료로, 빠른 속도와 비휘발성, CMOS 기술과의 손쉬운 통합성 덕분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메모리 반도체 후보로 널리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강유전체 메모리가 가진 내구성의 한계는, 메모리 반도체 계층 구조에서의 위치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STT-M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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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T-MRAM은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 중 하나다. 스핀-토크(Spin-Torque) 전달을 통해 전환 가능한 두 가지 안정적인 자화 상태(Magnetic State)를 사용하는 STT-MRAM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후보군으로 고려되는 다른 신기술에 비해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며 내구성도 뛰어나다. 최근 STT-MRAM은 주로 사물인터넷(IoT) 엣지 디바이스용 내장 메모리 반도체로 연구되고 있다. 

STT-MRAM은 저전력 특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백 엔드(Back End) CMOS 공정 기술에 쉽게 통합될 수 있어, 노어 플래시(NOR Flash)5)와 달리 프런트 엔드(Front End) 공정 아키텍처(Architecture) 변경과 관계없이 통합할 수 있다. 또한 매우 빠른 처리 속도 덕분에 최종 레벨의 캐시 메모리(Cache Memory)6)로 간주된다.

SOT-MRAM(Spin-Orbit Torque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은 읽기와 쓰기 경로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내구성을 높여, 캐시 애플리케이션에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메모리 반도체는 빠른 처리 속도와 우수한 내구성으로 데이터 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의 메모리 반도체 계층을 구성할 좋은 후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STT-MRAM 또는 SOT-MRAM이 고집적(High Density) 메모리 반도체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비용과 집적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5) 노어 플래시(NOR Flash): 병렬 구조로 각 셀이 어드레스 라인과 데이터 라인으로 연결된 플래시 메모리. 필요로 하는 셀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읽기 속도가 NAND보다 빠르지만, 회로가 복잡해 집적도를 높이기 어렵고 전력 소모도 큼.
6) 캐시 메모리(Cache Memory): 주 기억장치와 중앙처리장치(CPU) 사이에서 데이터와 명령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고속 메모리.

 ReRAM(R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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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용량(High Capacity)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집적화 솔루션은 반도체 기술의 기본 단위 중 하나다. 따라서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채택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추가 확장성을 보장해야 한다. 평면 타입의 적층 기술(2D Scaling)이 이미 물리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3D 입체 타입의 적층 기술(3D Stacking)은 메모리 계층 구조 안에서 고밀도 메모리 반도체를 구성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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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 프로세스를 메모리 어레이(Memory Array)로 가져오는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도 컴퓨팅 에너지와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좋은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이 될 것이다. 데이터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컴퓨팅 프로세서(Computing Processor)로 전송될 때 주로 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여러 작업에서는 덧셈과 곱셈을 수없이 반복해, 기존 컴퓨팅 방식과 메모리 아키텍처를 사용하면 비효율적이다. 반면, 인메모리 컴퓨팅을 활용하면 행렬 곱셈도 옴의 법칙(Ohm's law)7)과 키르히호프의 법칙(Kirchhoff's Rule)8)을 활용해 메모리 어레이 내에서 수행할 수 있다.

7) 옴의 법칙(Ohm's Law): 전류의 세기는 두 점 사이의 전위차에 비례하고, 전기저항에 반비례한다는 법칙.
8) 키르히호프의 법칙(Kirchhoff's Rule): 독일의 물리학자 G. R. Kirchhoff가 발견한 법칙으로, ‘노드(node)로 들어오는 전류와 흘러나가는 전류는 같다’로 정의되는 ‘전류의 법칙’과, ‘닫힌 고리에서 모든 전압을 더했을 때 0이 된다’로 정의되는 ‘전압의 법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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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메모리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ReRAM은 하나의 셀에 여러 층을 저장하는 데 더 적합하다. 이 기능은 인메모리 컴퓨팅 에너지와 비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필수적인 만큼, 다양한 후보군 중 ReRAM은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여러 가지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각각의 독특한 장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승자는 없다. 폭발적인 데이터 수요 급증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이에 따라 DRAM, NAND 등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요구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잡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DRAM, NAND의 성능을 향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AI, 자율주행을 비롯해 우리의 삶과 사회를 향상할 다양한 미래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SK하이닉스 미래메모리연구팀

김중식 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