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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사전적 정의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의 전기저항을 가지는 물질”입니다만, 차라리 이해하기 쉽게 ‘다재다능’이라고 기억해두는 게 어떨까 합니다. 예컨대 전자제품의 핵심적인 반도체 중 하나인 MCU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CPU를 통합형 칩셋으로 소형화 해서 구성한 것이 바로 MCU인데요. 이 소형 칩 하나만으로 주변 장치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자체가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통해 모든 지적, 감각적, 신체적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간의 뇌와 비슷한 것이지요. 혹시 전자제품을 가장 다각도로 탐구해보고 다뤄보는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갖가지 가전, 가구가 늘어져 있는 이삿날은 전자제품만이 아니라 MCU에 대해 알아보기에도 좋은 날입니다.

센서와 시각정보의 역할을 하는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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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케아

여러분은 새로 이사 간 집에 가구 하나 들여놓기도 전에 MCU(Micro Controller Unit)와 마주합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이사하면서 창문을 닫아둘 수는 없습니다. 보일러를 켜야겠죠. 보일러 온도 조절기에 MCU가 탑재되어있습니다. 뇌가 신체만이 아니라 신체로 조작하는 도구까지 관여하듯이, MCU는 각종 센서와 연동해 그 전자신호를 인식합니다. 보일러 온도 조절기의 MCU는 온도 센서와 연결돼있습니다. 그 결과로 ‘15도’라고 표시하거나, ‘난방’ 혹은 ‘온수’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죠. LCD와 LED에 글자를 표시하거나 LED 불빛, 플래시를 켜는 것 역시 MCU의 역할입니다. MCU는 전자 센서의 신호를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출력하는 것까지 책임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옮겨볼까요? 아마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큰 가구들의 자리를 잡는 것일 텐데요. 침대, 책장, 책상, 식탁, 소파 등 큰 물건을 중심으로 배치를 고민하실 겁니다. 방 보다는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고요. 설마 가구 위치만 신경 쓰다가 전자제품의 위치를 무시하진 않으셨나요? 어쩌면 도시생활과 밀접한 냉장고와 TV, 세탁기도 가구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 큽니다.

위치 잡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은 TV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소파의 위치를 고려해서 놓으시겠죠. TV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위치이자 리모컨을 조작하는 위치일 겁니다. TV 리모컨의 적외선 센서에 의한 신호가 MCU를 통해 출력됩니다. 아직 인터넷 TV 단말기는 설치되지 않았을 테니 전원을 켜봤자 ‘신호없음’ ‘입력 HDMI' 등의 알림만 나오겠지만요. TV에 포함된 첨단 반도체는 하나하나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아주 기초적인 시각 정보를 표시하는 데는 여전히 MCU가 사용됩니다. TV의 MCU는 빛 센서와 연동해 명암, 밝기, 색 보정 등 TV의 기본 설정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정하는데도 이용됩니다.

모터 제어, 청각정보로써의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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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케아

주방 쪽으로 가볼까요? 냉장고는 싱크대, 식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텐데요. 식탁과 싱크대 중간에 놓으면 양쪽에서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겠죠. 냉장고는 전기모터의 힘으로 압축을 가해서 냉매를 만들어내는데요. 이 압축기 역시 MCU에 의해 제어됩니다. MCU가 애초에 전자계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계산이 본래의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MCU는 압축기의 힘과 속도, 방향을 계산해 냉동실과 냉장실의 온도를 각각 다르게 조절합니다. 요즘 냉장고에는 대개 바깥에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이 냉장, 냉동 온도 표시 역시 MCU가 하는 일이라는 건 이미 알고 계시겠죠?

식탁과 냉장고 위치를 잡았다면 김치냉장고, 식기 건조기, 전기오븐, 전자레인지,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등등 각각 가지고 계신 주방용 전자제품을 놓을 차례죠. 이 모든 제품에 MCU가 반영되어있지만, 여기에서는 MCU의 특징을 설명하기에 효과적인 전자레인지를 예로 들까 합니다. 전자레인지 또한 냉장고처럼 전기모터를 돌려서 전압과 시간과 온도의 관계를 계산합니다. 1000W에서 1분을 데우라는 레토르트 식품의 지시사항은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다 되면 ‘삐삐삐삐’하고 경보음이 울릴 텐데요. 이 역시 MCU가 지시한 결과입니다. 경보음이 나오는 대개의 전자제품들은 MCU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 없을 겁니다. 예컨대 세탁기가 다 돌아갔을 때 나는 경보음도 마찬가지겠죠. 에어컨을 켜고 끌 때 나는 신호음도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서 보여주는 MCU의 능력은 그대로 세탁기든, 에어컨이든 이어집니다. 모터를 제어해서 시간과 온도, 세기 등을 조절하는 것, 그것을 표시하거나 신호음을 통해 알려주는 것 등 모두 그 작은 반도체의 역할 입니다.

단순하게, 더 쉽게 만드는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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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다재다능을 설명하는 좋은 예가 MCU라고 설명 드렸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아주 쉽고 단순해보이면서도 다재다능하다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센서가 필요하다거나 모터를 돌리고 압축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그 시각적, 청각적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있어야 작동이 가능한 것이라면 다재다능도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전자식 도어락은 MCU의 단순화된 다재다능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자, 이제 거실과 주방이 완료되었다면 한 템포 쉬고 바깥에서 식사라도 하고 와서 방 정리를 하시면 좋겠네요. 도어락 속 MCU를 살펴보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볼까요?

전자식 도어락은 나서면서 문을 걸어 잠글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삑삑삑'하는 소리가 날 뿐이죠. MCU가 집안에서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 즉 안쪽 문고리를 돌렸다는 걸 인식하고 자동으로 잠그는 겁니다. 집안으로 들어갈 때는 어떤가요? 전자식 버튼을 표시하고 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소리를 내고 잠금을 해제하는 과정을 MCU가 통제합니다. 전자식 도어락은 AA 혹은 AAA 배터리를 전력원으로 할 텐데요. 이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것을 표시하고 경고음으로 나타내는 것도 MCU입니다. 아주 단순한 제어이지만, 기존의 열쇠도 그리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MCU를 거치자 더 단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일까지 단순해졌습니다. 물론 이 처리 과정 자체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더군다나 전자식 도어락은 보안성이 중요합니다. MCU는 까다로운 보안 분야에서도 그 기본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면 MCU는 열쇠와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 자체로는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지만 모든 것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지요. 일단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도 해볼 수 없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여러분이 모든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MCU는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열쇠로써 거기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전자제품 속에 담긴 작은 칩 하나로 우리는 더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잡지

정우영 피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