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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Operating System)는 PC에 설치돼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소프트웨어를 위한 시스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PC를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피커, 서버, TV,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자동 연산이 필요한 대부분의 장치에 탑재된다.

일반적으로 PC OS는 5~7년에 한 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는 반면, 스마트폰 OS는 매년 업데이트되며 사용자 편의성을 점차 높여 왔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스마트폰 OS는 PC OS보다 편의성 면에서 훨씬 더 발전해왔다. 이런 점에 주목한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PC에 이식하고 스마트폰과 PC 간 데이터 이동을 자유롭게 하며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기기 간 OS 통합에 나선 주요 기업들의 여정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현재 통합 OS의 발전 수준이 어디에 도달했는지 살펴봤다.

일찍부터 OS 통합 경험에 주목해, 독자적인 생태계 만든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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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OS, 스마트 기기,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갖춘 애플(Apple)은 일찍부터 OS 통합 경험을 제공했다. 그 시작은 2014년, 맥(Mac) OS X 요세미티(Yosemite)와 iOS의 8번째 버전인 iOS 8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기기 사용자들은 핸드오프(Handoff) 기능을 통해 한 기기에서 사용하던 전화, 메시지, 메일, 사파리(Safari) 등 기본 앱을 애플의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초기 단계의 통합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어 애플은 기본 오피스 앱인 페이지(Pages), 넘버(Numbers) 등의 자동 동기화 서비스를 선보였고, 에어 드롭(Air Drop,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를 통해 애플 기기 간 정보 공유) 기능을 통해 아이폰(iPhone)·아이패드(iPad)와 맥(Mac) 간의 빠른 파일 전송도 지원했다. 2020년에는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을 내놓으며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아이폰에서 쓰던 ARM64 계열 프로세서를 맥에 이식해, 맥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한 것.

올해 공개된 iOS 15, 아이패드 OS 15, 맥 OS 12 몬터레이(Monterey)에서는 이러한 통합 경험을 더 강화했다. 우선 맥에서도 iOS의 자동화 앱인 단축어(Shorcuts)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유 기능을 적극 활용해 ‘함께 보기’ 기능도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이 기능을 통해 애플 tv+, 애플 뮤직, 팟캐스트 등을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 타임(Face Time)’으로 함께 보거나 들으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다른 앱 제작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공개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시지 앱을 통해 각 기기 간 데이터 연동을 쉽게 한 것도 눈에 띈다. 메시지 앱에서는 ‘사용자에게 공유됨(Shared with You)’ 항목을 통해 기사, 애플 tv+의 영상, 애플 뮤직의 음원 등을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으며, 공유된 항목을 자동 저장해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또한 메모 앱을 통해 다른 사용자를 (Tag)함으로써 공동 작업을 하거나 수정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모든 스마트 기기를 애플 제품으로 사용할 때의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올해 OS 업데이트의 특징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사용자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기능을 대폭 늘렸고, 일부 기능에는 다른 OS 사용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OS 대신 앱 연결성 확대해 통합 경험 제공 중인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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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PC에서 사용하는 OS는 다르지만 클라우드 동기화 방식을 활용해 사용자의 통합 OS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갤럭시 북 4종을 공개하며 강조한 것은 연결성(Continuity)이다. 지금까지 갤럭시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던 다양한 앱들을 PC에도 탑재해 앱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사용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스마트폰 노트에서 작성 중인 것을 PC에서 이어 쓸 수 있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텍스트 잘라내기, 복사, 이미지에서 텍스트 추출, 빠른 캡처, 외부 모니터 연결 시 화면 확장 등의 S펜 ‘에어 커맨드(Air Command)’ 기능을 PC로도 확장했다. S펜 전용 일러스트 프로그램이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펜업(PENUP)’이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삼성 스튜디오 플러스’ 등도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연결된다. 또한 ‘싱글 테이크(Single Take)’, ‘슈퍼 슬로 모션(Super Slow Motion)’ 등 스마트폰 갤러리 앱의 편집 모드를 비롯해 파일 전송 기능인 ‘퀵 셰어(Quick Share)’, 검색 기능인 ‘퀵 서치(Quick Search)’도 PC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갤럭시 기본 앱의 대다수를 윈도우 PC(갤럭시 북)에 탑재하고 이종의 OS(안드로이드, 윈도우 10) 안에서 통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구축에 많은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각 제품의 OS가 다르고 칩셋도 여러 계열을 사용하므로 갤럭시 제품군을 함께 쓰지 않아도 되지만, 함께 사용 시 앱 연결성을 경험할 수 있다. 

윈도우 11에서 안드로이드 앱 구동하게 한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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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PC OS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도 스마트폰과의 통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삼성과 지속적으로 협업했고, 주로 ‘사용자 휴대폰’ 앱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통합 OS 경험을 고민해 왔다. 스마트폰의 앱을 윈도우(Windows) 10에서 미러링(Mirroring, 두 기기를 연결해 한 기기의 화면을 다른 기기에 동일하게 보여주는 기능)하거나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올해 6월 말 발표된 윈도우 11은 이 같은 여러 경험이 축적돼, 통합 경험을 더욱 강화한 OS다. 우선 윈도우에서 부족했던 모바일 OS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예를 들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만 적합했던 OS를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화면의 오토 피벗(Auto Pivot, 기기를 세로/가로로 놓았을 때 각 상태를 감지해 화면을 전환하는 기능)이나 분할 기능, 가상 키보드 업데이트 등도 지원한다. 또한 터치로 창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각종 위젯으로 빠르게 콘텐츠나 앱을 실행할 수도 있게 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PC나 태블릿 OS였던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는 별개의 OS이므로 기본적으로 앱 호환이 불가능한데,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인텔((Intel)의 브리지 기술(Bridge Technology)이다.

브리지는 x86(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계열) 장치에서 여러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런타임 포스트 컴파일러(Runtime Post Compiler)다. 즉, 안드로이드에 맞춘 명령어를 실시간 번역해 x86 프로세서에서 실행시키는 일종의 번역기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이제 사용자들은 MS OS 환경에서도 원하는 모바일 앱을 PC에서 직접 실행시킬 수 있고, 더 편리한 PC 통합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기할 것은 MS가 이 과정에서 구글이 아닌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 제조사로, 구글이 오픈 소스로 공개한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자체적인 OS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자체 앱스토어를 갖추고 구글 앱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에게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외 MS와 함께하는 아마존 앱 스토어라는 새로운 앱 구매 루트가 생겼다.

직접 만든 안드로이드 OS 사용해 새로운 생태계 만든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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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Huawei) 역시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AOSP를 통해 만든 자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다. 이로써 칩 제작부터 OS 설계, 스마트폰 제조까지 직접 하는 회사가 됐다. 이 외에도 스마트 워치, 스마트 TV 등 다양한 기기를 만들고 있는데, 모든 기기에 훙멍(鸿蒙·Hongmeng) OS를 탑재하며 통합 생태계 전략을 취하고 있다.

훙멍 OS는 현재 2.0 버전으로, 전용 앱 스토어인 앱 갤러리를 사용한다. 화웨이는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uawei Mobile Service, HMS)’를 앱 갤러리에 올리고 모든 화웨이 기기에 관련 앱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앱 제작자들이 플레이 스토어에 업로드한 앱을 앱 갤러리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도 마련했다.

화웨이는 앱 갤러리에 약 1조 2,000억 원(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지난 3월 월간 사용자 수가 이미 4억 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등록된 개발자도 130만 명이 넘는다. 

단순히 앱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기 간 통합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서비스 역시 통합 경험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전 중이다. 화웨이 TV의 스마트 스크린 X65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는 요가 등의 운동을 배울 때 자세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스마트폰 앱에서도 동일하게 실행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동일한 앱으로 심박 수나 운동량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화웨이는 기기, OS, 가성비, 앱 스토어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쉬운 편이다. 실제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자체 통합 OS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다른 OS에 협업 툴 개방하는 승부수 던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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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Google)의 크롬(Chrome)은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이면서 북미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육용 OS다. 구글은 크롬에서 기존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지메일(Gmail) 앱으로 통합하고 이를 무료로 개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에게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지메일의 홈 화면은 메일(Mail), 채팅(Chat), 스페이스(Spaces), 미트(Meet)로 나뉜다. 이 중 채팅과 스페이스는 커뮤니케이션 툴인 동시에 협업 툴로 작용한다. 채팅 탭에서는 채팅 형식으로 협업을 하다가 드라이브에 저장된 동영상, 사진,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문서 등을 불러와 공유할 수 있다. 대화의 형식에 하이퍼링크를 붙인 문서를 끌어올 수 있어 협업 툴로 사용 가능하다.

특히 불러온 문서 중 스마트 캔버스(Smart Canvas) 기능이 눈에 띈다. 스마트 캔버스는 일종의 공유 문서로, 문서 안에서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함께 공동 작업할 수 있는 툴을 의미한다. 이 문서는 하이퍼링크를 넣기 쉽게 설정돼 다른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 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구글 미트 통화에서 스마트 캔버스를 함께 보며 작업할 수도 있다.

구글은 이 모든 기능을 추가적인 파일을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iOS, 안드로이드, 지메일 앱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구글의 워크 스페이스를 실행할 수 있다.

결국 지메일, 구글 독스(Google Docs, 구글이 제공하는 웹 기반 문서 작성 도구) 등 이용자가 많은 이 앱들을 협업 툴로 통합하는 전략으로, OS를 가리지 않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사도 앱 통합 경험 고려해야

이처럼 통합 OS 경험은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 필수가 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PC를 사용하지만, 스마트폰 OS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PC OS가 답답하고 무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PC와 스마트폰에서 별도로 앱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과정을 불편하게 여긴다.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사용성이 반영되지 않은 PC에 대해서는 점점 더 구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젠간 사용을 멈추게 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지금 OS 및 기기 제조사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통합 OS 경험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는 OS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 통합 OS 경험이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제작사도 플랫폼을 넘나드는 경험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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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