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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ES 2021 홈페이지(https://ces.tech)

 

54년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1이 지난 14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참가 기업 수가 지난해 4,400여 곳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61곳으로 줄었다. IT 공룡 구글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도요타,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불참했다.

하지만 매년 초 IT 업계의 큰 흐름을 보여줬던 CES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흔든 코로나 19가 반도체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환경은 이제 일상이 됐고, 노트북, TV, 스마트폰 등 기존 IT 기기는 물론 동영상 스트리밍과 미래형 자동차에 더해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까지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다. 그 중심에서 반도체는 머지않아 ‘산업의 쌀’을 넘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든 일상에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기술 구현의 핵심 반도체, 주변인에서 주인공으로

과거 CES 행사장에서 접한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의 전시 부스에서는 제품 자체보다는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만큼, 반도체 제품 자체에 더 주목할 수 있었다.

소컷 2.jpeg▲이미지 출처: CES 2021 홈페이지(https://ces.tech)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노트북과 모바일 관련 반도체 신제품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인텔은 12일(한국시간) CES 2021에 맞춰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PC·노트북용 차세대 프로세서 제품 4개를 공개했다. 인텔은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 환경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PC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원격근무, 교육, 게임 등에 최적화한 제품 라인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AMD 역시 게임과 콘텐츠 제작에 특화한 노트북용 H-시리즈와 포터블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새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CES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S21 시리즈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100’과 1억 화소 이미지센서 신제품을 이 시기에 맞춰 공개했다.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1)으로 성능과 효율성을 강화했고, 특히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하며 저탄소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ARM의 Mali-G78 그래픽처리장치(GPU)와 2억 화소 이미지까지 처리 가능한 고성능 이미지처리장치(Image Signal Processor, ISP) 등 동영상 환경에서의 강점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1) Extreme Ultra Violet,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기술을 활용한 제조공정을 의미한다. 극자외선 파장은 기존 공정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이어서,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으로 노광작업을 하면 반도체 회로 패턴을 더 세밀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용 반도체도 주목을 받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인 네덜란드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NXP는 자동차용 고성능 컴퓨팅 개발 플랫폼의 신규 확장 버전인 블루박스 3.0을 이날 공개했다.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TI)와 자동차 실내 감지를 위한 비전 인공지능 솔루션(Vision AI Solution)2) 업체인 아이리스는 이미지센서 등을 활용한 자율주행차용 내부 감지 모니터링 솔루션을 선보였다.

2)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시각 체계를 구현하는 기술

이처럼 시스템 반도체 신제품이 대거 등장한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능이 강화되는 만큼 데이터의 양과 처리 속도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가전제품에 탑재된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Smart Home) 기능 강화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과거 대다수의 기기(Device)는 중앙 서버를 거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통신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장형(Embedded) 방식으로 반도체 탑재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8K TV의 확산과 5G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확대 역시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집콕(집에 콕 박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 생활이 늘면서 콘텐츠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스마트 헬스’ 부상…미래형 자동차 분야도 굳건한 위상 입증

코로나 19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의 주인공도 바꿔버렸다. 디지털 헬스를 테마로 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코로나 19 일렉트로닉스 쇼(Covid-19 Electronics Show)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른 사람이 일정 거리 안쪽으로 다가올 경우 경보를 울리는 장치 △가상현실 게임처럼 세계 곳곳을 하이킹(Hiking) 할 수 있는 기기 △작은 웨어러블(Wearable) 패치를 붙이면 실시간으로 유아의 체온을 스마트폰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 등이 눈에 띄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반도체를 전염병 예방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미국과 함께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대만의 스타트업들이 스마트 헬스 분야에서 급부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에 따르면 대만에서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업은 총 130개로 미국(570개), 한국(345), 중국(203), 프랑스(135)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국가들은 예년보다 참가 기업이 대부분 줄어든 반면, 대만은 예년보다 오히려 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파운드리 업체들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일부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1년가량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파워 반도체 등 일부 차량용 제품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소컷 3.jpeg▲이미지 출처: CES 2021 홈페이지(https://ces.tech)

 

하지만, 코로나 19 뉴노멀(New Normal)3) 속에서도 완성차·부품 업체들의 미래 모빌리티(Mobility) 혁신 노력은 지속됐다. 

3)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기준 또는 표준

제너럴모터스(GM)는 배송용 전기 트럭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올해 말까지 페덱스(FedEx)에 상업용 전기 승합차 ‘EV600’ 500대를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실내를 거실처럼 꾸민 자율주행차 캐딜락 헤일로와 첫 항공 모빌리티 제품인 수직 이착륙 드론 버톨(VTOL) 등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141㎝ 넓이의 AI 기반 디스플레이인 MBUX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했고, BMW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를 탑재한 i드라이브 새 버전을 소개했다. 

국내 부품업체 중에서는 만도가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자동차의 섀시와 운전대를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기술인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 시스템(Steer by Wire, SbW) 등을 선보였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호해지던 산업간 경계가 코로나 19라는 돌발 변수로 완전히 사라졌고, 모든 기업은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음이 이번 CES 2021을 통해 명확해졌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산업간 영역 파괴와 빨라지는 합종연횡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