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각 기업은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또 다른 기회 창출을 위해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극복할 수 있었고,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코로나19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는 물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에 이번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명확한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정리해봤다. 

격동의 2020년 지나고, 올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재현될까

2020년은 세계 반도체 역사상 가장 격변의 시기였다. 상반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역대 최악의 불황이 우려됐지만, 오히려 비대면 경제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은 ‘활황기(活況期)’를 맞이했다. 원격 근무, 원격 의료, 교육 등이 등장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IT 기기 등의 수요가 폭증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

실제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2020년 내내 고공행진을 했다. 2020년 1월 2일 대비 SK하이닉스 주가는 25.13% 상승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46.74% 올랐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AMD는 같은 기간 87%, 엔비디아는 119%, 퀄컴은 67%, TSMC는 56% 상승했다.(2020년 12월 31일 종가 기준)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초대형 M&A도 대거 일어났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업계의 M&A 규모는 약 1,15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265% 늘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의 1,077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2020년 반도체 M&A 시장의 키워드는 ‘비대면’과 ‘인공지능(AI)’이었다.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영국 ARM을 인수하는 데 400억 달러를 베팅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통해 기존 GPU 시장뿐만 아니라 CPU, MCU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고, AI/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월에는 미국의 AMD가 세계적인 FPGA1) 반도체 기업인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했다. 자일링스는 AI 반도체로 불리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의 핵심 구조인 FPGA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1) Field Programmable Gate Away의 약자. FPGA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사용자가 용도에 맞게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하듯이 칩의 성능을 바꿀 수 있는 반도체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점점 급증하는 데이터 저장 수요에 대비해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2020년이 ‘변혁의 시기’였다면, 2021년은 본격적인 ‘성장과 수확의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인 비대면 경제가 자리 잡은 데 이어 본격적으로 AI,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기 때문.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양쪽 모두 급성장하면서 시장 전체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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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D램 반도체 현물 가격(DDR4 8Gb 기준)은 개당 3.460달러로 12월 1일 2.770달러에서 약 한 달 만에 24.9% 올랐다. 12월 들어서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반적으로 연말은 반도체 주문이 잠잠해지는 시기여서 고정거래가격과 현물가격의 변동이 크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현물가격이 폭등한 것. 반도체 업계에서는 “연말 현물가격이 폭등한 만큼, 연초 고정거래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도 화상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등 대용량 데이터를 소모하는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구글, MS,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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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19년 600억 5,400만 달러 수준이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20년 681억 7,7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1년에는 738억 3,4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데다 고성능 칩셋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위탁생산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

특히 파운드리는 사실상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양강 과점 구도가 확고해졌다. 스마트폰과 PC에 주로 쓰이는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칩셋은 현재 양사 외에는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없다. 심지어 CPU를 전량 자체 생산해온 미국 인텔마저도 아직 14나노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두 기업에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세계 주요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TSMC와 삼성전자가 수요 급증에 파운드리 가격을 10~20% 인상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OEM(주문자 위탁생산) 취급을 받았던 파운드리가 이제는 완전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여기에 중국 SMIC에 대한 미국 제재는 중국 팹리스 고객들의 주문까지 해외로 몰리게 만들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 압박의 일환으로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까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저가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왔던 기업들의 수요가 삼성전자, TSMC는 물론, DB하이텍 같은 기업들에게도 넘어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낸드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2020년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승부수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였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능가하는 한국 최대 규모의 해외 M&A로 무려 인수금액이 90억 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D램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을 받은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의 성장을 위해 인텔에서 비주력 사업으로 밀려난 낸드플래시 사업을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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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점유율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1.2%로 4위, 인텔이 9.8%로 6위다. 아직 M&A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1.0%로 그동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5위권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32.5%)에 이은 시장 2위 업체로 도약한다. 

SK하이닉스는 점유율 향상뿐만 아니라 제품군 다변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최대의 CPU 기업이지만, 플로팅게이트 기반의 3D 낸드와 솔루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PC나 서버에 주로 쓰는 SSD(Solid State Disk, 대용량 저장장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꼽힌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군은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다. 양사의 주력 시장이 그렇게 겹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인텔 인수 직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인텔의 인수를 통해 향후 성장 핵심동력이 될 SSD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점유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적층 기술력은 이미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96단, 12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연이어 개발했고 최근 176단까지 개발한 것이 그 방증이다. 다만, 생산 규모가 작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이 당분간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10~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SK하이닉스와 인텔의 M&A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다 보니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모두 1분기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2021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망했다. 

제품군별로 놓고 보면 소비자용 SSD 시장의 경우 PC OEM 업체들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가 당분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SSD의 경우에도 인텔의 차세대 CPU 출시 전까지 교체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작년 560억 달러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3년에는 27% 성장해 7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발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대비한 낸드플래시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이유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 대결 구도 본격화…파운드리 시장 올해도 커질까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14나노 공정 기술까지만 하더라도 춘추전국 시대처럼 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국면이었지만, 초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부터는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 구도로 변모했기 때문. 그동안 강력한 경쟁사였던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는 기술력 부재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급속도로 성장했던 SMIC는 미국 상무부 제재에 따른 압박 영향으로 각각 당분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초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데 이어 5나노, 3나노 공정 기술까지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첨단 미세공정의 필수 장비인 EUV2) 장비도 쓸어모으고 있다. 경쟁사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기술과 인프라 양쪽 모두 격차를 벌리면서, 시장 구도를 다자간 대결에서 양자 대결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 

2) 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공정. 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기술 또는 이를 활용한 제조공정을 의미한다. 극자외선 파장은 기존 공정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이어서,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으로 노광작업을 하면 반도체 회로 패턴을 더욱 세밀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TSMC에 줄을 서 있는 형국이다. 특히 첨단 공정이 필수인 AP, CPU, GPU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CPU 업체인 엔비디아의 파운드리 주문을 위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GPU 위탁생산을 주로 대만 TSMC에 맡겼지만 이번에 삼성전자에도 물량을 제공하면서 생산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공장 가동률이 꽉 차 있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맡기는 외부 고객사는 엔비디아뿐만이 아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체 퀄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IBM 등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1년을 파운드리 홀로서기 원년으로 꼽는다. 2020년까지만 해도 계열사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었지만, 2021년부터는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 역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TSMC는 2020년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1275억 8,500만 대만달러(약 4조 9,000만 원)의 월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2020년에는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파운드리 호황의 최대 수혜자임을 입증했다. 

EUV 장비.jpg▲ ASML의 EUV 장비(이미지 출처 : ASML)

 

TSMC는 7나노 이하 초정밀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ASML의 EUV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40여 대의 EUV 장비를 보유했고, 올해에도 30여 대 이상 더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18대의 EUV 장비를 보유하고, 올해 10대 더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3배 이상 많다. 심지어 TSMC는 현재 파운드리 라인 전체가 100%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밀려드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파운드리 단가를 일부 인상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완전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된 셈이다.

이 같은 파운드리 호황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비대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단순히 PC, 스마트폰용 칩셋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GPU, CPU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상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확대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를 끌어올려 더욱 성능이 좋은 초미세공정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로의 전환도 호재다. 이는 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장비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용 비메모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는 만큼, 관련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텔이 파운드리의 수요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건 시장 국면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카드다. 그동안 비메모리 업계에서 인텔은 유일한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기업)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처럼 설계부터 생산까지 100% 자체적으로 해결해온 것. 비메모리 반도체는 워낙 제품군이 다양하고 변화가 빨라 설계와 제조를 따로 나누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 구조가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세계 반도체의 본산과 같은 인텔은 여전히 100%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왔다. 인텔을 제외한 AMD,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은 팹리스-파운드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인텔의 사업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7나노 공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AMD는 이미 7나노용 CPU를 내놨지만, 인텔은 7나노는커녕 10나노 공정 상용화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제품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한 것. 이렇다 보니 인텔의 주요 시장이었던 PC용 CPU 시장에서마저 AMD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더 이상 제품 개발부터 공정 개발까지 인텔이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시장이 된 것.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2021년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IDM이 저물고 팹리스-파운드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상황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도해왔던 양대 기업인 칭화유니그룹(메모리)과 SMIC(파운드리)가 각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자금난을 겪고 있고, SMIC는 화웨이에 이은 미국 상무부 제재 대상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돈이 마르고, 해외 시장 진출 판로까지 막힌 셈이다. 

이처럼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5.1% 늘어난 181억 달러의 장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한국, 대만을 능가하는 수치였다. 대부분 투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에 집중됐다. 

하지만 중국의 2021년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는 2020년보다 7.2% 줄어든 168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1년에도 장비 투자 규모가 189억 달러로 2020년보다 20.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성을 주는 의미 있는 전망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테크 칼럼니스트 / 전 조선일보 기자

강동철